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모르고 짓는 죄’가 ‘알고 짓는 죄’보다 나쁘다. 알고 짓는 죄는 반성할 수나 있다. 모르고 짓는 죄는 반성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우리는 숨을 쉬듯 누군가를 손가락질하지만 당신과 나 역시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다른 삶을 살게 됐을 것이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살았을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자들을 비웃으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고” 죄를 짓고 있으며, 아니, 몹시도 귀찮아서 자신이 짓는 죄를 알려고 하지도 않으며, 남의 잘못은 중요하지만 나의 허물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며, 무시(無時)로 반칙하며 살면서도 세상엔 원칙의 청진기를 대고 있다는 사실을 뒤집어 드러낸다.
저자는 30년 동안 이른바 ‘스트레이트 부서’(사회·정치·경제부)를 돌며, 법조팀장, 사회부장 등을 거친 기자 경력을 십분 활용해 부조리한 세상을 미용실 거울에 비추듯 객관화한다.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 거울 말이다. 그리고 사실은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었다며, 다채로운 문화와 자유로운 형식을 지렛대 삼아 자신이 객관화한 사회 현상으로부터 뜨거운 무언가를 절묘하게 밀어낸다. 그 무언가는 정의(正義)를 가리킨다. 또한, 저자는 그가 낸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자신의 아픈 손가락들을 드러내며 독자와 함께 반성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직언하며, 껄끄러워 보려하지 않았던 곳들을 눈앞에 들이대며, 갖은 이유를 대고 합리화했던 그 논리의 허점을 날이 선 송곳으로 찌른다. 낯선 나와 우리를 생생히 마주하는 독자는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한다. 모른 채 살고자 했던 우리의 죄들이 부끄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어크로스 펴냄│32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