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찬호께이의 필살 17단 콤보 『디오게네스 변주곡』
[리뷰] 찬호께이의 필살 17단 콤보 『디오게네스 변주곡』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4.30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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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이 단편소설집을 표현하는 가장 적확한 문장이 아닐까. 

지구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쓴다는 평을 받는 찬호께이. 그가 등단 10주년을 자신의 단편소설들(미발표 작품 및 습작 포함 열일곱편)을 독특한 방식으로 묶어 기념했다. “창작에 투신한 후 첫 10년간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를 단편집으로 내놓고 싶었다는 바람을 이룬 것이다. 

그가 자신의 ‘족적’을 내놓는다고 표현한 만큼, 이 소설집은 일단 재미있다. 그의 다른 소설들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미스터리·추리 장르의 클리셰를 깨부수는 작업물이라고 칭할 만큼 모든 소설들이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독자는 어떤 범인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짧은 소설에서 여러 차례 뒤통수를 얻어맞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쓸데없는 배경이나 장황한 심리묘사는 과감하게 생략, 속도감 있는 몰입도 선사한다.    

어째서 이런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왔을까.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이 소설들을 쓸 때 그가 ‘즐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찬호께이는 이 단편들을 “디오게네스 상태에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로스대왕이 그를 방문해 어떤 소원이든 이뤄주겠다고 하니 “당신이 햇빛을 가리고 있는데, 좀 비켜주십시오”라고 말한 그 디오게네스다.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디오게네스 클럽(어떤 사람과도 대화가 금지돼 있으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클럽)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디오게네스 상태. 작가는 “상상 속에 깊이 침잠했을 때 창작한 것들” “많은 것을 고려하기보다 단순하게 ‘이렇게 쓰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손이 가는 대로 쓴 작품들”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작가에게는 유명해지고 큰돈을 버는 것보다 나무통 안에 숨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는 게 더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즉, 이 소설집에 담긴 단편들은 모두 그가 즐기는 상태에서 썼고, 또한 그는 이 단편들에 그의 명예와 경력을 걸었다. 그렇기에 어떤 소설들도 쉽게 넘보지 못하는 재미가 탄생한 것이다.      

『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강초아 옮김│한스미디어 펴냄│460쪽│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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