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 소설 『아몬드』
[리뷰]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 소설 『아몬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1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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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소설에서 맥락과 관계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짤막한 이야기에는 으레 그 소설의 주제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아몬드』에서 사형수 P. J. 놀란의 이야기가 그렇다. 자신의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형이 집행되고 17년이 지난 후에야 결백이 드러난 사형수. 그러나 사람들은 그다지 놀란의 죽음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에게 폭력, 절도, 살인 미수 등의 무거운 전과가 있어 ‘무죄 선고를 받았더라도 언젠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그의 결백이 밝혀지고 불티나게 팔린 놀란의 자서전에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분노로 가득 찬 젊은 시절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이 회자됐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정말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고,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만이 있을 뿐일까. 이 소설에는 놀란과 마찬가지로 도저히 구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 두 소년이 등장한다.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가 태어날 때부터 작아서 희로애락을 느끼지 못하며, 엄마와 할머니가 공공장소에서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하고 칼에 찔릴 때조차 무감각했던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 그리고 잡고 있던 엄마의 손을 놓친 대가로 열여섯 살 때까지 소년원을 전전했고,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이 강하다고 믿으며 끊임없이 폭력을 자행하는 곤이. 

사람들은 감정을 흉내 내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섬뜩한 표정을 짓는 윤재를 ‘괴물’이라 부르며 피하고,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곤이에게선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며 피한다. 심지어 십여 년 만에 만난 교수인 친부조차 곤이를 포기한다. 

소설이 전개될수록 대부분은 이들이 변할 수 없음을 단정하고 구하려는 노력을 멈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이 가진 악에 잔인하게 짓밟혀왔어도 인간이 악하다는 사실에 무감각한 채로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실 그들이다. 

먼저, 윤재의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윗집에 사는 심박사가 그렇다. 남편을 뺑소니로 잃고 중고책방을 운영하는 윤재의 엄마와 할머니는 윤재가 공감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낙숫물로 바위를 뚫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윤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윤재의 엄마가 식물인간이 된 후 윤재를 돕는 심박사 역시 그런 사람이다. 

“엄마와 할멈에게 칼을 휘두른 남자와 곤이는 P. J. 놀란 같은 타입이었을까. 아니면 P. J. 놀란과 가까운 건 오히려 나였을까.” 
끝까지 곤이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괴물이라고 불리던 윤재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엄마와 할머니와 맞잡았던 따스한 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버지가 뺑소니로 죽고, 엄마와 할머니까지 테러로 잃은 주인공은 인간이 가진 악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그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곤이를 이해하기 위해 곤이에게 다가갔고, 결국 곤이 대신 칼에 찔리며 화밖에는 존재하지 않던 곤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한다. 

결국 이 소설은 구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두 사람을 구원하고, 독자마저 구원한다. 나는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둔 사람이지 않을까. 소설은 묻는다.          
        
『아몬드』
손원평 지음│창비 펴냄│263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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