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록에는 시간관념이 담겨 있다 『기록의 쓸모』
[리뷰] 기록에는 시간관념이 담겨 있다 『기록의 쓸모』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6.01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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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기록’(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에는 시간관념이 담겨 있다. 시간관념, 즉, 현재를 소중히 여기려는 생각. 그리고 그 소중해진 현재를 미래와 연결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생각. 

가령 당신의 머릿속에 훗날 베스트셀러 소설이 될 수 있는 기발한 영감이 떠오른대도 그것을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여행지에서 느낀 낯선 감흥 역시 기록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흐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연장선상에 존재할까? 예를 들어 어제의 나는 비빔냉면이 좋았는데 오늘의 나는 물냉면이 좋다면, 그리고 어제의 내가 비빔냉면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면. 어제를 기록하지 않는 이상 어제의 나도 사라져 버린다. 벽돌로 집을 만든다면, 과거는 먼저 쌓은 벽돌이다. 먼저 쌓은 벽돌이 어떤 모양인지 알지 못한다면 그 위에 쌓은 벽돌은 위태하지 않을까. 이것은 존재론적인 질문일 수 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곧 사라져버릴 현재를 소중히 붙들어 영원히 존재하게 하는 것. 기록이다. 기록은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려는, 그리고 사라지려는 위태로운 존재를 보존하기 위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기록은 또한,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현재에서 찾아낸 가치이며,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현재에서 발견한 쓸모다. 그 가치와 쓸모는 기록된 이상 사라지지 않고 남아 미래로 간다.       

『기록의 쓸모』
이승희 지음│북스톤 펴냄│27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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