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와 『스토너』
[리뷰]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와 『스토너』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8.03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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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뜨겁게 지져봐. 절대 꼼짝 않고 나는 버텨낼 테니까. 거세게 때려봐. 네 손만 다칠 테니까. 나를 봐. 끄떡없어.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 ‘돌덩이’)

이 소설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William Stoner)를 보고 흘러간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를 떠올려도 무리가 아니다. 두 캐릭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새로이와 마찬가지로, 그 이름에 Stone(돌)이 들어간 스토너는 돌과 같은 삶을 산다. 돌이 항상 그 모양을 단단하게 지키듯 그는 온갖 세파에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지독하게도 성실히 살아간다. 

박새로이가 가진 것이 없었듯, 스토너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다. 꿈은 스토너가 조금 더 숭고하다. 박새로이는 장사로 성공해 ‘장가’에 복수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스토너는 영문학과 사랑에 빠지고, 평생 그가 사랑하는 영문학을 갈고닦는다.   

기본과 원칙을 고수하는 박새로이에게 갖은 고난이 닥치듯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스토너도 곤란을 겪는다. 스토너의 아내는 그의 모든 불행을 가난한 스토너의 탓으로 돌리고 못살게 군다. 화 한번 내지 않고 그저 돌덩이처럼 담담히 받고만 있는 스토너에게 아내는 더욱 모진 말과 행동을 퍼붓는다. 교수가 된 스토너는 또한 죽기 전까지 끊임없이 학과장과 갈등을 겪는다. 학문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화려한 언변으로 학문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학과장의 애제자에게 낙제점을 줬기 때문이다. 

소설과 드라마는 이렇게 많은 것이 비슷하지만 결말이 주는 묵직함은 다르다. ‘이태원 클라쓰’의 결말은 결국 모든 고난이 극복되고 박새로이가 성공하는 다소 가벼운 해피엔딩이었지만, 『스토너』의 결말은 마지막까지 무겁다. 스토너는 암으로 죽기 전까지 지질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동안 겪어온 숱한 실패는 그가 고수해온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삶의 태도와 비교하면 가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김승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 펴냄│39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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