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 이세인 기자
  • 승인 2024.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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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때로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책 『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는 마음이 아픈 인물들의 병든 마음을 치료하고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담았다. 세상에서 고립되고, 기댈 곳을 찾아 헤매고,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 하는… 그리고 이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의 감정을 대변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마음의 모습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그리고 그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기댈 곳을 찾아 헤매는 어른아이 미희」 속 주인공 미희는 알코올 중독이 있고,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는 40대 주부다.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과 비교를 당하며 살아온 그녀는 매사에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해 자신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처럼 보이는 그 무엇인가에 의존하며 산다. 술로 시작해 종교까지. 이로 인해 미희의 남편은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혀 이혼을 고민하며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심정으로 미희를 데리고 상담실로 찾아온다.

“저는 상담을 통해서 치료된 것도 기쁘지만, 선생님께 한 가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미희가 밝은 표정으로 유경에게 말했다.
“그게 뭘까요?”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몰랐던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항상 주눅이 들고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선택이나 판단을 할 줄도 몰랐어요. 그냥 모든 게 내 잘못이고 내가 못나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하며 산 거죠. 그게 저를 병들게 하고 할퀴는데도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을 전혀 몰랐어요. (…)”

때로는 마음을 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주인공 미희가 상담소를 찾는 과정은 아픈 마음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힐링을 넘어 반드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힐링은 외부로부터 받는 위안이기에 수동적이지만, 치유는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니까.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기,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받아들이기,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퇴행을 극복하기, 자신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통합하기 등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마음의 병에 시달리는 이유는 우리 마음이라는 존재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남자 희준」 속 주인공 희준은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와의 이별로 힘들어한다. 3년의 연애가 끝난 이후 6개월, 공허함과 외로움 그리고 여자친구를 향한 그리움을 안고 상담실로 찾아온다.

희준은 상담시간에는 늘 혼자 집에 있을 때 마음이 너무 공허하다며 서둘러 다른 여성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과 원망의 감정을 토로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러한 감정을 잊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이미 성인이 된 희준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사실을 희준이 스스로 깨달을 필요가 있었다.

붕괴의 전조는 언제나 공허한 감정에서 시작된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오는 감정이기에 금방 털어낼 수 있지만,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다. ‘현타’라는 말을 장난처럼 가볍게 쓰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현타는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는 제법 무겁다. 마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데, 이때 감정을 밀어내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려고 노력해도 늘 그때뿐이다. 이렇듯 한 번 생긴 공허함은 늘 마음 한편에 깔려 있어 언제건 느닷없이 튀어나와 가슴속을 엉망으로 헤집어 놓는다.

안타깝게도 주인공 희준처럼 공허한 마음을 쉽게 털어내는 방법은 없다. 마음의 날씨나 계절이 변한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내 마음이 지금 괜찮은지 자주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가랑비에 젖는 옷처럼 사람의 마음도 쉽게 젖을 수 있기에 내면의 날씨를 확인하면서 비와 바람을 수시로 경계하는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이 방법이 공허함을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해준다.

소설 속 6명의 주인공처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결국 마음이 다치게 되면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책은 말하고 있다. 마음이 무너진다는 건 머지않아 삶도 무너지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내 의지를 벗어나 무너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또 가장 필요한 일임을 새삼 깨달았다”라는 책 속의 말처럼.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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