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입대 꿈, 시험 망치는 꿈… 악몽은 왜 꾸는 걸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
[리뷰] 재입대 꿈, 시험 망치는 꿈… 악몽은 왜 꾸는 걸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9.24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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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3배 이상 뛰어넘었습니다. 올해 입영 군인 수도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따라 병무청에서는 만 30세 미만의 전역 군인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재실시해 재입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올해 29세로 이미 7년 전에 육군 만기 전역을 한 남자가 보는 TV에서 이런 말들이 흘러나온다. 어느새 이발소로 장면이 전환되더니 남자의 두피에 냉랭한 금속이 닿고,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진다.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한 여자는 학창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다. “송이는 이번에도 100점이겠네?” “맞아 저번 시험에서는 1개 틀렸다고 울었잖아.” 여자는 티 나게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대답한다. “나 진짜 공부 하나도 못 했어.” 책상에 푹 엎드린 여자는 한탄한다. ‘왜 대책 없이 이런 상황을 만든 거지?’ 예고도 없이 장면이 바뀌고 어느새 시험장. 여자는 시험지를 붙들고 진땀을 흘리다가 잠에서 깬다. 

누구나 한 번쯤 꿔봤음직 한 악몽들이다. 재입대하는 꿈, 시험을 망치는 꿈 외에도 지각하는 꿈,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꿈 등등. 보통 이런 악몽들은 잊을 만 하면 다시 꾸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이런 악몽을 꾸는 것일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작가는 우리의 영혼이 우리가 잠든 사이 ‘꿈 백화점’을 찾아가 악몽들을 사 온다고 상상한다. 영혼이 서명한 ‘악몽 구매 확정 서약서’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 꿈은 정신 수련과 반영구적인 자존감 상승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꿈의 내용은 손님 여러분의 트라우마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매자가 꿈을 꾸고 잠에서 깼을 때,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야만 판매자에게 꿈값이 지불되고, 비로소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됩니다.”  

서약서에 서명한 영혼을 가진 사람은 정기적으로 동일한 악몽을 꾼다. 그들은 악몽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야만 다시 그 꿈을 꾸지 않을 수 있다. 악몽 구입 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이 불가하거나, 불면 증세가 나타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과연 악몽을 꾸고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소설에서 잊을 만하면 재입대하는 꿈을 꿨던 남자는 어느 날 문득 ‘이깟 꿈 따위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 재입대하는 꿈을 꿨을 때는 ‘그래, 군대도 다녀왔는데 내가 못할 일이 뭐가 있나’하고 웃어 넘겨버린다. 사흘 연속으로 시험 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비 오는 아침 여자는 더 이상 자신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한다. 그들이 이렇게 악몽으로부터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영혼은 꿈 백화점에 그 꿈값을 지급한다.    

악몽은 네가 약해서 꾸는 꿈이 아니야. 너의 영혼이 트라우마와 맞닥뜨릴 만큼 강해서 꾸는 꿈이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이렇게 기막힌 상상을 통해 악몽에서 깬 독자를 안아준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팩토리나인 펴냄│300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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