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채로운 열기를 뿜어내는 단편 세편 『소설 보다: 여름 2020』
[리뷰] 다채로운 열기를 뿜어내는 단편 세편 『소설 보다: 여름 2020』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7.20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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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문학과지성사의 특별 기획 ‘소설 보다’의 2020 여름 편이 출간됐다. 각기 다른 개성과 메시지로 무장한 세 편의 소설들은 다채로운 열기를 뿜어내며 독자를 맞이한다.  

강화길 작가의 「가원(佳園)」은 가치의 전복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어렸을 적 사랑했던 할아버지 박윤보와 모질게 대했던 할머니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이 뒤바뀌는데, 그 이유는 할머니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박윤보의 미성숙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소설 「음복」에서도 그렇듯, 집안의 악역을 맡는 사람이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고, 이 순간은 어지러울 정도로 강렬하게 묘사된다. 

서이제 작가의 「0%를 향하여」는 독립영화를 지켜내기 위한 독립영화에 대한 찬가라고도 할 수 있다. 소설은 독립영화에 대한 어려움을 위주로 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려움이 독립영화의 가치를 드러낸다. 작가는 제목의 ‘0%’에 대해 “‘독립’이라는 말을 지켜내면, 독립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0은, 없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0이 있음’을 의미하니까요”라고 설명한다. 

임솔아 작가의 「희고 둥근 부분」의 제목은 ‘맹점’을 의미한다. 이 소설은 무지(無知)를 인지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모르는데, 모른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작가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세상이 좀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독특하게도 작가는 맹점처럼 모호한 영역을 서사에 형상화하는데, 의도적인 낯설고 불친절한 서술이 창의적으로 읽힌다.    

한편,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들을 선정해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됐다. 

『소설 보다: 여름 2020』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162쪽│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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