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는 나를 모르고, 너는 더 모른다 『타인의 해석』
[리뷰] 나는 나를 모르고, 너는 더 모른다 『타인의 해석』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4.06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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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 두꺼운 책의 대부분을 인간이 타인을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그지없음을 설명하는데 할애한다. 선량한 흑인 여성을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살에 이르게 한 경찰관, 히틀러의 손을 맞잡고 평화주의자라고 확신한 영국 총리, 조직 한가운데 침투한 이중간첩에게 속아 넘어간 CIA, 사상 최대 다단계 금융 사기꾼에게 수백억 달러를 투자한 월스트리트, 피의자와 마주해 모든 진실을 들었으면서도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 글래드웰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이 특이한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을 해석할 때 크게 세 가지 오류를 저지른다. 첫째로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다. 인간은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물론 실제로 정직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지만, 만에 하나 어떤 이가 고의로 거짓말을 한다면 인간이 그의 말이 거짓임을 판단할 확률은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다.    

두 번째 오류는 ‘투명성의 환상’이다. 여기서 ‘투명성’이란 사람의 감정이 있는 그대로 외적(표정, 행동, 태도)으로도 드러난다는 의미인데, 글래드웰은 이를 ‘환상’이라고 단언한다. 가령 웃음을 짓는 사람의 감정은 기쁨만이 아닐 수 있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내면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 수 있다. 개개인이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글래드웰은 “투명성의 환상은 낯선 사람을 한 개인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과 관계가 있다”며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것의 의미 중 하나는 그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특이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 오류는 낯선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의 이유가 그 자신의 내면에 기인하기보다는, 맥락에 따른 것임을 무시하려 한다는 점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의 주변이 자살하기 쉬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조직 내에서 강압적이게 되는 이유는 그 조직의 규칙이나 분위기가 그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은 그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 변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사이에 있는 낯선 사람에 관해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확고하지 않다. (중략) ‘진실’은 우리가 깊숙이 땅을 파면서 열심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캐낼 수 있는 어떤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물체가 아니다. (중략)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위기와 논쟁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인간이 타인을 해석하는 능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그 때문에 우리는 늘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한다고 글래드웰은 말한다.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지음│유강은 옮김│김영사 펴냄│472쪽│1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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