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럭셔리의 추구 『아무튼, 서재』
[리뷰] 럭셔리의 추구 『아무튼, 서재』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6.25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적은 돈을 써도 ‘사치’인 물건이 있고 많은 돈을 써도 ‘럭셔리’인 물건이 있다. 패션 디자이너 샤넬의 말처럼 럭셔리의 반대말은 빈곤이 아니라 천박함이다. 우리는 사치를 천박함이라 부른다. 럭셔리와 천박함의 경계를 나는 ‘취향’이라고 본다.”

이 책을 단순히 서재를 어떻게 꾸미는가에 대한 책으로 봤다면 오산이다. 목수 김윤관은 이 책에서 사치나 취향이 아닌 럭셔리를 논한다. 여기서 럭셔리는 이상(理想)과 이음동의어다. 그렇기에 아무리 추구하더라도 그 추구의 행위는 아름답기만 하다. 

김윤관의 이상 추구는 그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서재로부터 시작한다. 가령 최상의 책장은 암모니아 훈증으로 마감하고 나무의 직결이 들어나게 쿼터손 방식으로 제재한 오크 책장이며, 책상에 가장 적합한 수종은 화이트오크이며, 의자는 100만원대 허먼 밀러사의 ‘에어론 체어’라는 등의 설명을 한다. 

그리고 그의 이상 추구는 관념적으로 나아간다. 그는 가장 먼저 결코 미화할 수 없고 아름답지 않았던 청춘의 서재를 돌아본다. 동아리방 한쪽 구석의 라면 박스와 고시원의 싸구려 책장, 그리고 유예된 시간 동안 출소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갇혀있었던 남산 도서관의 서재로부터 그는 도망친다.  

또한 “내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내가 겪고 다치고 아파하는 일,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깨닫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님을, 오랫동안 이어온 반복과 중첩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공공도서관의 끝없이 정렬된 기억들로부터 도망쳐 자신만의 이상으로 향한다. 오롯이 자신만의 기억을 가장 정갈한 방식으로 붙잡고 있는, 그래서 삶을 망각과 혼돈, 소멸에서 끄집어내 유지하게 하는 서재로 향한다.    

『아무튼, 서재』
김윤관 지음│제철소 펴냄│140쪽│9,900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