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적의를 담지 않고서는 지켜낼 수 없다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리뷰] 적의를 담지 않고서는 지켜낼 수 없다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8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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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살다 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다들 보석같이 빛나는 개성을 가지고 어울려 살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각자가 사는 풍경이 비슷해진다. 우리 안의 어린 예술가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국내에서는 『편의점 인간』으로 유명한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은 제목처럼 ‘적의를 담아’ 이 질문에 답한다. 

소설의 배경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로, 등장인물들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커가면서 점차 각자의 빛을 잃어간다. 아이들에게 인정욕구가 발달하고 그로 인해 계급이 나뉘기 때문이다. 

예쁘고 패션 센스가 좋아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오가와를 정점으로 학교에는 계급이 생긴다. 오가와가 가진 덕목들을 갖춘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구분되고, 아이들은 인기를 얻기 위해 오가와의 입과 표정만을 바라본다. 오가와의 한 마디에 인기가 갈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오가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히 오가와의 덕목에서 먼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하고 소외된다. 저마다 다른 색으로 반짝이던 아이들은 그 결과 모두 오가와와 비스무리한 색을 갖게 된다. 

소설은 이러한 부조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데, 첫 번째 상징은 주인공 다니자와의 좀처럼 자라지 않는 뼈다. 다른 아이들의 신체가 성장할 때 어쩐 일인지 다니자와의 뼈는 자라지 않고 꿈틀대기만 한다. 그리고 이 자라지 않는 뼈는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온통 하얀색으로만 칠해진 신도시와 연결된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뼈와 확장 공사가 멈춰버린 흰색의 신도시는 반짝이던 아이들의 잠재력이 성장을 멈춰버렸음을 상징하는 장치다.

다니자와의 뼈가 자라고, 신도시가 다시 확장하고, 다니자와의 세상에 색과 향이 돌게 된 발화점은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있다. 다니자와의 친구였지만 중학교에 올라와서 따돌림을 당하는, 그래서 다니자와조차 무시한 노부코가 오가와를 추종하는 이들에게 거칠게 달려들자 다니자와의 입에서는 생전 처음으로 “아름답다”는 말이 터져 나온다. 다니자와는 “이 새하얀 뼈의 마을은 거대한 무덤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나’가 죽기 위한 무덤이었다”라고 생각하며 인정욕구에 전전긍긍했던 자신을 묻어버린다. 

책의 제목은 왜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일까? 인정욕구에 의한 부조리가 개인의 개성을 묵살하는 세상에서, 개인의 개성은 적의를 담지 않고서는 지킬 수 없어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 소설은 사회로부터 개성을 지켜내려는 일종의 투쟁기라고 할 수 있다.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무라타 사야카 지음│최고은 옮김│살림 펴냄│37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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