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책은 혼자 보지 말고 함께 발견하세요”
[명사에게 듣다]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책은 혼자 보지 말고 함께 발견하세요”
  • 한주희 기자
  • 승인 2024.03.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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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해주는 도서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30분 동안 내가 ‘빌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덴마크에서 처음 시작된 이 ‘사람 도서관’은 이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소수 인종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는 덕분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지난달 27일 국립중앙도서관 내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곽승진 회장은 도서관 이용자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나종호 예일대학교 교수의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을 꼽았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에 이러한 ‘사람 도서관’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생각에 잠겼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사람 도서관은 그가 추구하는 도서관과 닮았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Q. 한국도서관협회는 ‘성장하는 도서관, 춤추는 이용자, 빛나는 사서’라는 기치를 내걸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서관이 멈춰있다는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도서관은 본질에 충실하되 계속 시대의 변화와 이용자 욕구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성장하지 않는 도서관은 이용자의 접근이 계속 줄어들 것이고, 결국 쇠퇴하게 될 테니까요.

과거 전통적인 도서관이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해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면, 지금 우리 도서관은 전시, 체험, 문화 향유, 평생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기르는 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엔 ‘춤추는 이용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도서관이 점점 적막한 공간에서 소란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도서관에선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서관은 자기 책을 가지고 와서 혼자 조용히 보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사서와 함께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곳이죠.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웃들과 읽고 쓰고 묻고 배우고 만들고 토론하고 경험하고 발견하고 검색하고 탐험하고 창작하고 운동하고 놀고 노래하고 춤출 수도 있겠죠. 그러니 도서관이 적막하지 않고 소란스러운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폭력, 마약, 비만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위협적인 문제는 외로움이라고 하더라고요. 도서관이 이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사회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닌 만남과 교류의 장이기도 하니까요.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Q. 도서관이 성장하고, 이용자가 춤추게 하려면 사서의 역할이 막중할 것 같습니다. ‘빛나는 사서’를 양성하기 위해 어떤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요?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 혁신의 공간이고, 사서는 그 혁신의 촉진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도서관협회에선 매년 전국 도서관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사서들이 모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자리인데요. 최첨단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장비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협회 안에 각 지구협의회가 있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 공공도서관, 전문도서관, 대학도서관 별로 세미나나 토론회 또는 워크숍 등을 열 수 있습니다.

Q. 학교 도서관에 사서 교사 배치율을 늘리는 데도 힘을 쏟고 계신다고요.

제3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학교 도서관의 사서 교사 배치율을 50%로 끌어올린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학교 도서관 사서교사 배치율은 15%에 불과합니다. 2030년까지 15%에서 50%로 오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고요. 전혀 실행되고 있지 않고 있는 거죠. 청소년기는 독서 습관, 흥미를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이 시기를 잘 지나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존재는 바로 사서 교사입니다. 그래서 한국도서관협회는 교육부에 계획을 실행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Q.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는 차질이 생기고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 사업은 아예 폐지됐다고요.

병영 독서 활성화 지원 사업은 군에 있는 병사와 장교들에게 전문 강사의 독서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문화적 소양을 갖출 수 있게 하는 사업인데요. 약 3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의 협력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군인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었는데, 이젠 없어져 버린 거죠. 군인들은 물론이고 독서 코칭을 해준 강사들까지 무척 아쉬워하고 있어요. 동생 같고 자식 같은 병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자원봉사로라도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도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면 병사와 장교에서 지휘관까지 참여 대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Q.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해서 정책 제안서를 발표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도서관 이용자는 현재 또는 미래의 유권자입니다. 우리 도서관 협회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도서관을 위한 정책 개선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평생 배움터로서 도서관은 국민을 위한 성장의 뿌리다’라는 슬로건으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한 도서관 정책 제안서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국회의원 선거 또는 우리나라 문화 도서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한국도서관협회 곽승진 회장 [사진=안경선 기자]

Q. 오는 4월 12일은 ‘제2회 도서관의 날’입니다. 법정 기념일을 맞아 추진하는 행사가 있나요?

국가도서관위원회,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저자와의 만남, 해커톤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한국도서관협회에서는 도서관의 성장, 사서의 권익 신장을 위한 도서관 발전 5개년 계획을 공포할 계획입니다.

Q. 도서관 이용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어가고 나갔으면 좋겠나요?

책은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고 도서관은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러니 도서관이 천국처럼 느껴질 정도로 도서관 이용자에게 긍정적이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주고 싶죠. 이를 위해 요즘과 같은 시대 필요한 건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용자들이 필요한 자료를 구입해서 제공했는데, 이러면 늦어요.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나 서비스 등을 그들보다 먼저 알아채서 펼쳐놓는 거죠. 또 친절하고 전문성 있는 도서관 직원들에게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고, 도서관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절실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용자들이 도서관에서의 경험을 공유해줘야 도서관 예산을 지원해 주는 정부 기관에 인정받아 보다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독서신문 한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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