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당신의 문제는 ‘예민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니가 사는 그책] 당신의 문제는 ‘예민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1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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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삼성서울병원에서 우울증을 진료하는 의사 전홍진의 책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인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예민하고, 특별히 “매우 예민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예민하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기질이나 성격을 말한다. 이를테면 조그만 소리에도 잠 못 들거나 상대방의 말이 약간이라도 거슬리면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대부분 자신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성공한 사람 중에서 예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예민함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예민함이 심해지면 정신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기에 관리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한 ‘2016년도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네명 중 한명 이상은 심각하게 우울하거나 불안해 생활에 지장을 받는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가 상당 부분 예민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하며,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예민함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설명한다. 

먼저, 예민함이 심해지면 ‘관계사고’가 생길 수 있다. 관계사고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또는 환경 현상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관계사고가 심해지면 급기야 남이 쳐다보는 것, 웃는 것, 남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여길 수 있다. 그 결과 일상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가 끝나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해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저자는 예민함이 관계사고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민해질수록 다른 사람의 행동이 나와 관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고도 예민함이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두 번째로, 예민함이 지나치면 ‘양극성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울증을 반복해 겪는 질환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분이 급변하기에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인의 2~3%가 가지고 있는 질환인데, 역시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이 보통 사람보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과 오전에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세 번째로, 예민함이 심해지면 ‘건강염려증’도 생길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신체적 증상 또는 감각을 과도하게 해석해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확신하거나 두려워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민할수록 남들은 아프지 않을 만한 작은 통증도 크게 느끼게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저자는 예민한 자신의 마음을 직면하고, 몸의 긴장을 풀고 근육을 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라테스나 요가, 테니스, 봉사활동처럼 몰두할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도 권한다.

네 번째로, 예민함이 지나치면 ‘강박사고’가 일어나 ‘강박행동’을 할 수 있다. 강박사고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충동,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강박행동이란 강박사고에서 발생한 불안을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실수할 것을 걱정해서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점검하거나, 오염을 걱정해서 반복적으로 씻거나, 나중에 쓰게 될 것 같아 물건을 집에 쌓아둔다면 이를 의심해볼 수 있다. 저자는 일단 강박행동 횟수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신과를 방문해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것을 권한다.

이 외에도 예민함은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인 ‘광장공포증’ ▲예상치 못한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공황장애’ ▲특수한 상황 또는 대상에 대해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특정 공포증’ ▲없는 소리를 듣는 ‘환청’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정신질환이 예민함으로부터 기인함을 깨닫고, 예민함의 원인을 회피하거나 마주하는 방식으로 예민함을 누그러뜨리라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는 정신과적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한편,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예민함을 인지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로부터 생길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법은 얻지 못할 수 있다. 책에 제시된 치료법이 대부분 잘 아는 상식 수준이거나, 혹은 다른 비슷한 책들에서 제시하는 ‘긴장 이완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질환에 대한 대응법이 상당 부분 정신과 치료로 귀결된다는 점도 ‘치료법’을 찾는 이들에게는 다소 허무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예민함을 인지할 수 있다. 저자가 실제 진료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는 ‘예민함’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감을 잡게 한다. 대부분이 자신의 예민함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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