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인간 ‘한계’의 眞義를 통찰하다
[니가 사는 그책] 인간 ‘한계’의 眞義를 통찰하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4.08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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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한계’를 인정하는 일은 언제나 좌절이나 포기, 주저앉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들은 어떠한 한계로부터 시작해 그 한계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독특한 통찰을 끌어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신작 『타인의 해석』에서 제목 그대로, 인간이 타인을 해석할 때 결코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472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이 모든 사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우리는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글래드웰에 따르면, 인간은 낯선 이와 조우할 때 크게 세 가지 오류를 저지른다. 첫째로 ‘진실을 기본값으로 놓는 오류’다. 인간은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을 기본적으로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어떤 이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을 거짓이라고 판단할 확률은 동전 던지기보다 낮다. 

두 번째 오류는 ‘투명성의 환상’이다. 투명성이란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들이 속으로 느끼는 방식에 대한 확실하고 믿을 만한 창을 제공한다는 관념”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웃음을 짓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그 사람이 기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글래드웰은 이러한 오류가 소설이나 TV로부터 비롯됐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판단하는 사람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형편없는 거짓말 탐지기다”라고 말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적한 오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행태다. 어떤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특정한 외적 조건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을 판단할 때 외적 조건은 고려하지 않는다. 

낯선 이를 판단할 때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한다. 글래드웰은 인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 오류로부터 이러한 통찰을 이끌어낸다. 그는 “만약 우리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위기와 논쟁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내가 알던 학교를 다닐 때의 마돈나는 남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나이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는다든지 남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中) 

‘차단’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베스트셀러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은 가수 마돈나의 이야기로 그 서문을 연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계가 있는데, 마돈나는 그 시선을 차단할 줄 알았고, 그랬기에 남들과는 다른 무대를 연출해내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마돈나 외에도 하버드에서 가장 폐쇄적이지만 또한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 집단인 ‘블랙 다이아몬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슈퍼스타가 된 야구선수 페드로이아,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하버드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헨리 키신저 등의 사례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결국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마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정한 치유의 방법을 설명하는 책 『당신이 옳다』에서 저자 정혜신은 정신과 의사로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트라우마 현장에서 무기력했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책을 시작한다. 그는 우울한 사람에게 그저 우울증약을 처방하는 식의 대증요법(對症療法, 어떤 질환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원인이 아니고,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치료법)만으로는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 속에서 정혜신은 자원봉사자들이 일으키는 치유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 지금 마음이 어때요?”라고 질문하며 그저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치유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계를 느끼고 속속 포기할 때, 정혜신은 그러한 한계로부터 깨달았다. 진정한 마음의 치유는 바로 “존재의 핵심인 감정에 대한 주목과 안부를 묻는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우주의 기본적인 법칙 중 하나는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불완전함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2018년 별이 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권의 책들 역시 불완전함, 즉 우리 인간의 한계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호킹이 그랬듯, 이 책들은 그러한 불완전함의 진의를 제대로 해석해냈기에 지금 별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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