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사망자의 흔적이 말해주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니가 사는 그책] 사망자의 흔적이 말해주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8.19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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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난 5월 출간된 책 『죽은 자의 집 청소』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의 저자인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김완은 누군가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들을 청소하며 느낀 감상을 풀어놓는다. 죽은 자가 남기고 간 공간은 쓸쓸하게 죽어간 자들을 대신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이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주로 가난한 이들이 홀로 죽는다. 저자는 고급 빌라나 호화 주택에 고가의 세간을 남긴 채, 이른바 금은보화에 둘러싸인 채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를 본 적이 없다. 홀로 죽어간 이들은 대부분 친족과 연이 끊기고 채권자에게 끊임없는 빚 독촉을 받다가 옆집에 풍기는 시취(屍臭)로 발견된다. 대부분 집 문 앞에는 전기를 곧 끊는다는 경고장과 전기를 끊었다는 노란색 안내문이 부적처럼 붙어 있다. 세상은 이처럼 가난한 자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철저히 고립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궁지로 몰아붙인다. 죽은 자의 집을 통해 본 사회는 식어버린 시체보다 더 차갑다. 

시체에서 나온 액체를 닦고 구더기를 치우며 가난한 이의 해묵은 살림을 정리하다 저자는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생사를 놓고 고민할 만큼 인간을 궁지로 몰아붙인 지대하고 심각한 문제들은 죽음 앞에서 너무나 하찮아진다.’ 저자는 “가난하다고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대가 현자라면 언제나 심각한 사람이 손해라는 것쯤은 깨달았으리라. 어차피 지갑이 홀쭉하나 배불러 터지나 지금 웃고 있다면 그 순간만은 행복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저자는 유난히 정리 정돈이 잘 돼 있는 집들도 마주한다. 어떤 이는 죽어가는 순간까지 분리수거를 하고 갔다. 불을 피우는 데 쓴 금속 토치램프와 부탄가스 캔은 철 종류를 모으는 칸에, 화로의 포장지와 택배 상자는 납작하게 접힌 채 종이 칸에, 또 부탄가스 캔의 빨간 노즐 마개는 플라스틱 칸에 착실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죽은 자를 상상한다.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돼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반대로 저자는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집들도 마주한다. 어떤 집에는 소변이 가득 든 페트병 수천 개가 깔려있다. 저자는 샴페인처럼 “펑”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천장으로 튀어 오르는 역한 페트병들을 비워내며 어떤 것도 문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죽어간 집 주인을 이해하려 노력해보지만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이해 불가의 쓰레기를 수습하러 온 나는 누구인가? 그는 왜 나라는 인간에게 이해돼야 하는가?’ 불가의 면벽수행처럼 질문이 꼬리를 잇는데 청소를 의뢰한 부동산 관계자의 툭 던진 한마디가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그 쓰레기들 다 어디 갔나요?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꼭 꿈을 꾼 것 같아요.” 꿈. 어쩌면 모든 삶은 이해되지 않는 꿈과 같고, 삶이 꿈이라고 생각하면 사는 게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죽은 자의 공간을 치우는 것은 모두가 기피하는 일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일이 특별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귀중한 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 죽음을 위한 서비스는 고귀하다.’ 나아가 저자는 이 일이 그러한 것처럼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곤 하나 없으며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고귀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도, 성적을 비관하며 아래만 바라보며 걷는 학생도, 수레를 끌며 엘리베이터 문에서 나서는 택배 배달원도, 식당에서 잔반을 치우는 종업원도, 승용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서는 거주민을 향해 일일이 거수경례로 배웅하는 경비원도…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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