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이유 있는 흥행… 『1cm 다이빙』과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니가 사는 그책] 이유 있는 흥행… 『1cm 다이빙』과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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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최근 대형서점들의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혜성처럼 등장한 두 책이 있다. 태수·문정 작가의 『1cm 다이빙』과 전승환 작가의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다. 그런데 이 책들이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오르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보수적이었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사이에 이 두 책이 갑작스럽게 끼어든 이유는 요 근래 흥행하는 책들을 살피면 감이 온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2월까지 한동안 대형서점들의 주간 베스트셀러 20위권은 그다지 변동하지 않았다. 고정적으로 목록에 담긴 책들은 김난도 교수 외 8인의 『트렌드 코리아 2020』과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데이비드 S. 키더와 노아 D. 오펜하임의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글배우 작가의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다.  

이 책들은 읽는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독자들이 『트렌드 코리아 2020』와 『에이트』를 읽는 이유는 미래를 알기 위해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는 올해 유행할 트렌드가, 『에이트』에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인간의 대응법이 담겨 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와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는 지적 결핍을 채워준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는 고대 이전 인류의 철학과 종교를 꿰뚫는 직관적인 통찰을 선사하며,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는 365일 동안 하루 한 페이지씩 역사와 문학, 미술, 과학, 철학, 종교에 관한 상식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무기력해진 당신에게//어쩌면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인간관계로 지친 나에게/가장 큰 휴식일 수 있습니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를 읽는 이유는 위로받기 위해서다.     

이 책들을 읽는 이유를 한 줄로 압축해본다면, 사람들은 지금 미래를 궁금해하거나 혹은 불안해하며, 위로받고 싶을 만큼 불행해 하거나 쉬고 싶어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인 결핍을 해소하고자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cm 다이빙』과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의 등장은 이러한 사회적인 맥락과 맞닿아 있다. 태수·문정 작가의 『1cm 다이빙』은 인생이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던 두 저자가 1cm라고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복들을 찾고, 독자로 하여금 그러한 행복을 찾는 길에 동참하게 하는 ‘참여형 에세이’다. 죽어있던 행복의 맥박을 다시 뛰게 하는 ‘행복 제세동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는 다양한 책 속에 담긴 좋은 문장들을 보여주고, 그 문장들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치유하는 에세이다. 이 책은 좋은 책들에서 엄선한 내용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기에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동시에 독자의 지적 결핍을 해소하는 셈이다. 

요는, 두 책의 인기가 이유 있는 인기라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와 지독한 현실로부터 오는 불행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싶은 욕망. 이 세 가지가 섞여서 『1cm 다이빙』과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의 흥행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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