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내년에 유행할 열 가지 트렌드
[니가 사는 그책] 내년에 유행할 열 가지 트렌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2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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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트렌드 코리아 2021』.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이 시리즈는 매해 출간 후 이듬해 2월까지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서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포함한 9인의 저자가 정한 ‘내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소개한다.

브이노믹스 

“바이러스(Virus)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의 ‘브이노믹스’는 다른 아홉 개 키워드를 꿰뚫는 ‘벼리’ 같은 역할을 한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브이노믹스’라는 키워드를 통해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경제의 회복세는 업종별로 그 양상을 달리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면 ▲대면성은 높으나 대체성은 낮은 업종(ex. 테마파크, 미용실, 뮤지컬 공연, 동네 병원, 방문형 서비스 등)은 V자형으로 빠르게 회복한다. ▲대면성은 높지만 다른 방식으로 대체 가능한 업종(ex. 해외여행, 면세점, 비즈니스맨·관광객 대상 호텔, 외국인 대상 성형외과 등)은 U자형으로 완만하게 회복한다. ▲대면성이 높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민감한 업종(식당, 카페, 술집, 복합쇼핑몰, 극장)은 방역단계에 따라 W자형으로 등락을 반복한다. ▲코로나 사태로 급성장한 언택트·집 관련·스트리밍 서비스는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재택근무·재택학습으로 각광받았던 화상 커뮤니케이션이나 출국이 어려운 관광객이 찾았던 국내여행지, 해외여행 대신 구매한 사치품(명품) 등 ‘코로나 특수’ 관련 업종은 사태가 끝나면 전과 같은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향후 언택트 트렌드는 대면·비대면·혼합의 황금비율을 찾아갈 것이다. 가령 재택근무는 회사마다 적합한 형태를 찾아낼 것이다. 하는 일에 따라 비대면 근무의 효율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 또한 오프라인 수업이 적절히 보완되는 ‘블렌디드 러닝’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된 후에도 비대면 전자상거래 비율은 계속 높아져 언택트 유통 트렌드는 강화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는 더 안정적인 브랜드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위기에 직면하면 본능적으로 검증된 것을 찾기 때문이다. 가령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자 라면, 즉석밥, 참치 등 필수품 분야에서 1등 브랜드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 상생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역시 더욱 커질 것이다. 협력사나 임직원을 지원하는 등 재난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기업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레이어드 홈

저자들이 두 번째로 꼽은 트렌드는 ‘레이어드 홈’이다. 집의 기능에 세 가지 ‘레이어’(층)가 생긴다는 것이다. 안식처로서 집의 기능은 강화하며 위생가전·가구·인테리어 산업은 더욱 발전한다. 학습·근무·쇼핑·취미·관람·운동 등 기존 집에는 없던 기능들도 생겨나며 관련 산업도 커질 전망이다. 집의 또 다른 기능은 ‘집 밖’으로 확장한다. 집에서 해소하지 못하는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집 근처 ‘슬세권’(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이르는 신조어)이 부상하고 있다. 가령 사람들은 이제 집 근처 편의점을 ‘우리 집 냉장고’라고 부른다.

자본주의 키즈

세 번째 트렌드는 ‘자본주의 키즈’다. 어릴 때부터 광고·시장·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는 20·30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할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광고’를 대하는 태도다. 이들에게 콘텐츠에 등장하는 광고는 불편하지 않다. 콘텐츠 제작비를 광고에서 얻는 구조를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콘텐츠에는 “광고 많이 볼 테니 좋은 콘텐츠 만들어달라” “광고 더 넣어달라”는 식의 댓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또한, 이들은 개인의 검색 기록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소위 귀찮은 ‘검색 질’을 줄여주는 정보 콘텐츠로 여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검색창에 관심 있는 키워드를 입력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키즈’의 두 번째 특징은 소비로 자아를 표현하는 것을 행복 추구로 여기면서도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재무관리에 힘쓴다는 것이다. 사치품이나 지폐 다발을 자랑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유행인 동시에 투자와 재무관리가 뜨거운 화제인 이유다. 

피보팅

네 번째 트렌드는 ‘피보팅’(pivoting, 축을 옮기다)이다. 저자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 환경을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라고 표현한다. 극도로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환(피보팅)한다. 피보팅 전략은 ▲기술, 운영 노하우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핵심역량 피보팅’ ▲시설 설비·공간·건물 등을 중심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 ‘하드웨어 피보팅’ ▲그동안의 사업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소비자 집단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타깃 피보팅’ ▲새로운 품목을 기획하고 판매 경로를 변경해 사업 전환의 기회를 모색하는 ‘세일즈 피보팅’으로 나뉜다. 

롤코라이프 

‘아무노래 챌린지’ ‘깡 챌린지’… 반짝 타올랐다가 사라져버린 유행이 많다. 다섯 번째 트렌드는 ‘롤코라이프’다.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가 타고나면 다른 놀이기구로 몰려가듯 움직이는 것이 요즘 10·2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들은 좀 더 색다르고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다니며,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다음 유행으로 갈아탄다. 따라서 기업들은 공들여 준비한 100% 완벽한 마케팅보다는 미완성일지라도 끊임없이 치고 빠지는 소위 ‘숏케팅’을 준비해야 한다.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등산스타그램 #혼산(1인 등산) #서핑 #골프… 여섯 번째 트렌드는 ‘#오하운, 오늘하루운동’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운동에 뛰어드는 만큼 ‘애슬레저’(애슬레틱과 레저를 합친 스포츠웨어 용어로, ‘가벼운 스포츠웨어’)가 유행하며 운동 중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행위가 인기다. 20·30세대는 운동 인증샷과 함께 자신의 기록을 공유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운동 중 환경보호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운동의 종류는 갈수록 ‘힙’하게 세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러닝은 ‘나이트 러닝’ ‘시티런’ ‘스트리트 러닝’ ‘트레일 러닝’ 등으로, 요가는 ‘플로팅 요가’ ‘선셋 요가’ ‘루프탑 요가’ ‘명상 요가’ 등으로 계속해서 분화한다. 

N차 신상

일곱 번째 트렌드는 ‘N차 신상’이다. 이 말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중고거래에 적극적이며, 몇 번 사용한 상품이더라도 신상품이나 다름없게 여긴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첫째,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와 바이러스를 경험하며 쓰고 버리기보다는 친환경을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둘째, MZ세대는 공유에는 너그럽고 싫증은 빨리 내기 때문이다. 셋째, 브랜드의 한정판 마케팅이 늘어나 높은 가격에 되파는 ‘리셀’이 성행하기 때문이다. 넷째,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 ‘짠테크’(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낭비를 최소화하여 재물을 모으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생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 등 안전하고 사용하기 쉬운 중고거래 플랫폼의 발달도 ‘N차 신상’ 트렌드에 한몫한다. 

CX 유니버스 

여덟 번째 트렌드는 ‘CX 유니버스’다. CX란 ‘Customer eXperience’의 줄임말로, 기업과 고객의 접점인 매장, 제품, 점원, 앱 등 전반적인 경험의 총체적인 흐름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경험하는 인지반응을 UX(User eXperience)라고 하는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UX가 사용 과정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CX는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구매·사용·수리·폐기·재구매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느끼는 경험과 정서를 모두 주목한다. 저자들은 특히 체험 마케팅에 익숙한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CX의 차별화가 시장 경쟁 전략의 최우선이 됐다고 말한다. CX의 차별화를 통해 일반적인 만족 이상의 것을 선사하면 소비자는 신뢰하고 몰입하며, 결국 그 브랜드에 충성한다.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CX 유니버스’ 구축이다.

레이블링 게임

아홉 번째 트렌드는 ‘레이블링 게임’이다. MBTI·꼰대레벨·학과 테스트 등 자기성향을 유형화하는 테스트가 유행하고 있다. ‘레이블링 게임’이란 자기 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추종하는 경향이다. 이는 사회적 접촉이 현격히 줄어든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낸 실존적 불안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일 수 있다. 혹은 한 사람이 여러 개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 ‘멀티 페르소나’ 시대에서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타깃 소비자의 정체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일치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휴먼터치

마지막 트렌드는 ‘휴먼터치’다. 되도록 인간적 접촉을 배제하는 언택트 문화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요소가 더 중요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리키는 트렌드다. 저자들은 “인간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페에서 고객의 행복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라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손길과 커피를 전달하는 매니저의 미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콜센터 업계에서 ‘챗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만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과 인간적 소통을 강화하고 기술에 사람의 손길을 녹여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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