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요즘 베스트셀러,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같다
[니가 사는 그책] 요즘 베스트셀러,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같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3.1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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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글배우, 지난해 9월 출간),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정주영, 2018년 10월 출간) 『지금 이대로 좋다』(법륜 스님, 지난해 10월 출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2016년 11월 출간). 

요즘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서가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책들. 그런데 이 각기 다른 책들을 한 큐에 꿰뚫는 키워드가 있다. 흥행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플롯이 비슷비슷한 것처럼 요즘 베스트셀러가 담고 있는 키워드도 대동소이하다. ‘비교의 차단’이다. 남들과 비교하면 불행해지고, 비교하지 않으면 삶이 발전하니 온갖 부정적인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라는 것. 

“나는 그렇게 오롯이 혼자 2년의 시간을 보냈다. 2년이라는 혼자의 시간은 나에게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과 미래에 해야 할 일을 찾고 찾은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당신도 너무 지쳤거나/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거나/자신이 해야 될 일을 찾고 싶거나/ 아니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철저히 혼자가 되어/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中)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작가가 100번이 넘는 취업 실패와 연속된 사업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계기, 곧 작가가 선택한 2년간의 자발적인 고독이다. 비교로부터 파생하는 부정적인 마음의 차단은 작가로 하여금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게 했고, 꿈의 방향을 찾게 했다. 

“당신이 걸어가는 길이 외롭고/아무도 바라봐주지 않고/인정해주지 않아도//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계속 걸어 나가세요./계속 걸어가다 보면/사람들이 좋아하고/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내가 좋아하는 가장 나다운 내 모습을 만나게 될 거예요.”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계속 걸어가세요」 中) 타인을 신경 쓰지 않음으로써 자신만의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의 중심을 이루는 이야기는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과 그의 동료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차단’ 실험이다. 그들은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첫 번째 그룹엔 ‘상위권 학생과 경쟁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두 번째 그룹의 경우 상위권과 비교당하던 부정적인 환경 신호들을 차단시켰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엔 부정적인 환경 신호를 차단하면서 공부는 ‘자신의 힘을 키우는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스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로부터 ‘공부를 못한다’는 주변 신호를 차단하자 그들의 성적이 두 배가량 확연하게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 이러한 반전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 비교로부터 오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차단하자 학습에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는 역사 속 위인들의 사례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법륜 스님 역시 『지금 이대로 좋다』의 서문에서 비교에 대해 “마치 누에고치가 자기 입에서 나온 실로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 갇히듯이 내가 원하는 것이 도리어 나를 속박하고 괴롭힙니다”라고 묘사하며 욕심을 버림으로써 타인과의 비교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외모, 성격 등을 남과 비교하면서 삽니다. 과연 이것들에 문제가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며 “자기 바람을 기준으로 현재의 자기를 보니까 외모도 불만이고, 아는 것도 없고, 말도 잘 못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 열등감을 느낍니다. 이럴 때 자기 바람에 맞추어 자기를 끌어올려야 할까요? 아니면 욕심을 버려야 할까요? 욕심을 버리면 나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고, 애쓰고 긴장할 일도 없어집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괴로움이 없어지고, 불만이 없어지고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라고 설명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역시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다.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법』이란 책에서는/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내 삶과 비교하는 것이/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이야기했다.//우리 역시 약간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타인의 삶을 구경하고,/그 대가로 비참함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중략)/그러니, 타인의 삶에 기꺼이 친구는 되어주되 관객은 되지 말자.//몇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 그들의 삶보다 우리에겐, 우리의 삶이 더 소중하다.//부디 비참해지려 애쓰지 말자.”

“부러워서 진 게 아니라 네가 가진 걸 잊어서 진 거야.” “시기심이 파괴적인 이유는 자신이 가진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데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비참해지려 애쓰지 않을 것」 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사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캡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 [사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캡처]

사족이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지난 7일 기준 시청률 13.4%)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걷는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가 등장한다.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어떤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라고 박새로이는 말한다. 요즘 베스트셀러 서가에는 이처럼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인생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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