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책] 기록하라 : 과거를 붙들어 미래를 움직여라
[니가 사는 그책] 기록하라 : 과거를 붙들어 미래를 움직여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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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산다(buy)는 말에 어쩐지 산다(live)는 말이 떠오른다. 조금 엉뚱한 생각이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사면서 그 책에 들어가 살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존 버거가 “이야기 한 편을 읽을 때 우리는 그것을 살아보는 게 된다”고 말했듯 말이다.
책을 산다는 행위가 그저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선다면 우리는 그 구매 행위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니가 사는 그책. 어느 가수의 유행가 제목을 닮은 이 기획은 최근 몇 주간 유행했던 책과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을 더듬어본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기록이란 뭘까? 그저 무언가를 적는 행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기록은 시간을 붙들어놓는 행위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가능한 빨리 어딘가에 남기는 것이다. 조금 달리 말하면, 기록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평소 기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영영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을 바꿔놓은 책 두권이 있다.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홍세림의 『이번 달은 뉴요커』와 마케터 이승희의 『기록의 쓸모』다. 이 두권은 공통적으로 기록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두 책은 그 자체로 기록물이다. 『이번 달은 뉴요커』에서 홍세림은 뉴욕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본 경험을 그저 기록한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와 같은 깊이 있는 감상은 없다. 브이로그(영상 일기)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때그때의 여행 기록이 담겨있다. 『기록의 쓸모』 역시 마케터인 저자가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들(주로 일과 관련된 기록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인스타그램을 책으로 출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모든 사람의 이야기와 기록은 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어사전에서 책의 정의를 찾아봐도, ‘정한 목적, 내용, 체제에 맞춰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적거나 인쇄해 묶어놓은 것’이라 나와 있다.” (28쪽, 이하 『기록의 쓸모』)    

여기서 첫 번째 기록의 가치가 나온다. 일상의 부지런한 기록이 책이 되고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누군가는 기록만으로 책을 만드는 일이 쉽다며 폄하할지도 모르지만, 기록은 결코 쉽지 않다. 기록을 하기 위해서는 늘 기억을, 영감을 붙잡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때그때 기록해둔다. 여행은 일상을 탈출해 낯선 감정을 느껴보러 떠나는 것인데, 막상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감흥을 다 까먹고 만다. 여행지에서 바로 적는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다.” (47쪽)

기록의 또 다른 가치는 결국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는 데에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망각의 동물이며, 기록은 과거의 나를 붙잡아 현재에 머물게 하려는 노력이다. 기록하지 않는 인간은 오늘만을 살지만, 기록하는 인간은 영원을 살 수 있다. 

그리고 기록의 가치는 여기서도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기록될 수 있다. 기록된 것을 직업이나 자신의 삶과 연결시킬 수도 있다. 이를 ‘실행’이라 부른다. 관찰과 실행, 그 사이를 이어주는 기록. 내가 마케터로서 기록을 시작한 이유다.” (37쪽)

“문득 내 삶에 레퍼런스가 많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영감에 주목하는 건 아닐까. 남의 삶을 내 레퍼런스로 삼기 위해.” (98쪽)

기록은 과거의 나를 붙잡아 현재에 머물게 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기록은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 만큼, 현재와 미래의 삶에 영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어떤 기록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무언가를 결국 자신의 삶으로 가져오게 한다. 삶을 풍성하게 하는 레퍼런스가 된다.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의 눈과 손을 거치면 별것 아닌 것도 특별해지듯, 뭉툭함을 다듬어 뾰족하게 만드는 것은 태도에서 시작된다 믿는다. 태도라 말하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이다. 영감을 얻으려면 집요한 관찰이 필요한데, 집요한 관찰이란 결국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힘 아닐까.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내게 ‘의미’가 될지 아닐지는 나의 태도에 달렸다. 얼핏 쓸데없어 보이는 것도 쓸모 있게 만드는 사람이 마케터인 것처럼.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찮다고 바라보는 태도만 있을 뿐.” (224쪽)

기록은 또한, 쓸모없는 것에서 쓸모를 찾아내는,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어떤 것이든 기록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그 마음이 기록할만한 무언가를 찾게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으나 그 사소함 속에서 위대함을 드러낸다.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만들어주기 위해 제가 수집한 것들을 보여줘요. 제 수집의 이유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죠.”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
마케터 개인이 경험이 중요하다면 그 경험을 잘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에게서 대중으로, 사람들에게 가닿는 일들.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만들어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 내가 매일 하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다. (146~147쪽)

마지막으로, SNS 시대에서 기록이란 기록하는 자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기록은 더 이상 개인의 공책 속에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며, 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당신, 이래도 기록하지 않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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