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책 한 모금] 이동진 “책만큼 안 지겨운 게 없다”
[서믿음의 책 한 모금] 이동진 “책만큼 안 지겨운 게 없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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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진 블로그]
[사진=이동진 블로그]

영화평론가 이동진. 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후 일간지에서 영화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처음부터 기자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군 제대 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진로를 고민하다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물론 처음부터 영화기자로 활동한 건 아니다. 입사 동기인 한현우 기자에 따르면 기자 초년병시절 이동진은 점퍼에 청바지 입고 경찰서를 드나들며 사건 기록부를 뒤지고 식사 때면 넌지시 동료에게 (자신이 애정하는) 육개장을 권하기도 했다.

전문가 영역으로 평가받는 영화평론계에서 상대적으로 대중 눈높이에 맞는 이동진의 글은 인기를 누렸다. 인터넷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 신문사에는 펜레터와 선물이 몰려들었고, 그의 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을 구독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통상 기자들은 일정 시기마다 부서를 옮겨 새로운 분야를 취재하지만 그는 영화 전담 기자로 ‘고정’된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법. 이동진은 입사 십여년 후인 2006년 퇴사를 감행한다. “조직 생활에 안 맞다”는 생각에 ‘망가져도 좋다’는 마음으로 출근이 늦어버린 어느 날 “충동적으로” 퇴사를 감행한다. tvN ‘유퀴즈’에 출연한 이동진은 당시 상황에 관해 “외부의 매력적인 것이 나를 끌어당기”는 인력과 “내부의 문제들이 나를 밀쳐내”는 척력 중 “‘척력’이 퇴사에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동진은 독서를 즐기는 애서가이기도 하다. 책에 관한 애정으로 2012년부터 2019년 6월까지 7년간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책 소개를 맡았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내는 독파력과 특유의 언변을 더해 독자에게 지적쾌감을 선사했다. 책에 관한 나름의 철학과 독서법은 많은 이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일깨워주었다.

책 『이동진 독서법』(예담)은 그중 하나다. 그는 “삶에는 수많은 가치가 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하지만 단 하나만의 가치, 단 하나만의 잣대를 가진 사람은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라며 다독을 통한 다양성의 수렴을 독서의 중요한 효용으로 지목했다. 특히 문학의 가치를 강조했는데, 그는 “문학은 오랜 세월 말에 쌓여 있는 수많은 먼지 같은 것을 털어서 그 말의 고유한 의미나 다른 의미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 자체이면서 표현 방식이기도 한 언어를 가장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몸과 정신에 덜 좋은 것일수록 쉽게 재미있어진다”면서 “어느 단계까지만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세상에 책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 책만큼 안 지겨운 게 없다” “시간을 흘려 보내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검증된, 유쾌한, 훌륭한 방식 중 하나라 책 읽기”라고 강조한다.

책 『밤은 책이다』(예담)을 통해서는 “책을 통해 파악한 구체적인 지식의 몸체는 기억 속에 남지 않는 것 같아도 그런 지식의 흔적과 그런 지식을 받아들여나가던 지향성 같은 것은 여전히 어딘가에 남고 또 쌓여서 결국 일종의 지혜가 된다고 믿는”다며 독서 무용론을 몰아낸다. 스타 기자에서 스타 평론가로 활동하는 그는 “거대한 명성으로 삶이 타인에 의해 격렬하게 휘둘리게 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행복을 만끽하기 어렵다”면서도 “업적이라는 것이 인생 전체에 걸쳐 있는 거시적 기준의 결과물이라면, 행복은 그날그날의 일상을 대하는 미시적 감정과 감각에 가깝다”며 독자에게 일용할 독서를 권한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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