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믿음의 책 한 모금] ‘상관’과 ‘리더’의 차이점은?
[서믿음의 책 한 모금] ‘상관’과 ‘리더’의 차이점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6.1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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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名士), 세상의 널리 이름을 알린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국 작가는 명사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맡은 경험을 담은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서 돌연 글 잘 쓰는 유명 작가 반열에 등극했다. 각종 TV프로그램의 단골 패널이며, 지난해부터는 KBS1 라디오 ‘강원국의 말 같은 말’도 진행하고 있다. 강연 일정이 빡빡해 취재 차 연락을 하면 열에 아홉은 강연 중이다. 그만큼 그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강 작가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공부를 좀 하는 학생이었으나 글쓰기에는 “젬병이”였다. 글 쓰는 게 두려워 “대학 때는 시험답안 쓸 때 말고는 글을 써본 기억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꿈만 야무져서 기자가 되려”고 했으나 떨어졌고 그래서 기업 홍보실을 지원했다. 입사한 대우증권에서 20주년 사사(社史) 제작 업무를 맡아 “괴발개발” “겉만 그럴싸하게 만들었”는데 “글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게 됐고, 그렇게 ‘글쟁이’가 됐다. 그는 하다 보니 기술이 늘어 “글을 쓰는 게 두렵지 않게”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글재주를 ‘발견’했다는 말이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른다.

1999년 대우 김우중 회장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되면서 회장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스피치라이터로 활동했다. 당시의 일화는 책 『회장님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에 자세히 담겼다. 스피치라이터로 활동하던 중 2000년 6월 13일 6·15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보면서 “대통령 연설문은 어떤 사람들이 쓰나? 나도 저런 연설문 쓸 수 있는데”라고 했던 혼잣말이 실제가 되어 일주일 후 청와대에 입성한다. 그는 “믿기지 않는 일이 있어났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8년간의 청와대 생활로 얻은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과민성대장증후군. 책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큰일(?)을 치른 일을 포함한 청와대 관련 일화가 가득 담겼다.

“관종”을 자처하며 글쓰기 관련 저술·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던 그는 지난해 『나는 말하듯이 쓴다』(위즈덤하우스)를 기점으로 말하기 전문가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말을 잘하려면 글로써 말을 준비해야” 하고, “말하듯 쓰려면 말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그 일환으로 그는 얼핏 비슷해 보이는 단어의 구분을 통해 말하고 쓰는 기술을 소개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강 작가는 ‘주목’하지 말고 ‘관찰’하라고 충고한다. 주목과 관찰? 얼핏 비슷해 보이는 말이지만, 강 작가에 따르면 두 단어는 “보는 대상이 다르다.” 강 작가는 “주목은 남이 보라거나, 봐야 하는 데를 보는 것이고, 관찰은 내가 보고 싶은 데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이 만든 물건을 베끼거나 남이 간 길을 쫓아갈 때는 주목이 필요”하지만 정말 원하는 걸 하고 싶을 때는 관찰을 하라고 권면한다. “어린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우연히 개미를 발견하면 온종일 그것만 쳐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유와 목적이 없는 일은 없으므로 세 개 이상 찾아내려고 시도한다. 그것만 찾으면 쓸(말할)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건 ‘요지’와 ‘논지’의 구분이다. 강 작가는 “요지는 주요 내용이고, 논지는 취지나 의도”라고 설명하며 “논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잘잘못을 떠나 다짜고짜 “당신 몇 살이야”를 외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듯, 글을 쓰거나 말을 할때에 올바른 논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출간한 신작 『어른답게 말합니다』(웅진지식하우스)에서는 ‘상관’과 ‘리더’를 구분했다. 그는 “상관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리더는 의욕을 샘솟게 한다”며 “상관은 ‘해’라고 말하고, 리더는 ‘합시다’라고 말한다”고 설명한다. 강 작가는 이런 차이를 간파하는 민감성을 지닐 때 말과 글이 훨씬 나아진다고 충고한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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