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 볼 만한 곳] 특별한 화장실이 있는 그곳... “눈물이 나면 OOO로 가라”
[주말 가 볼 만한 곳] 특별한 화장실이 있는 그곳... “눈물이 나면 OOO로 가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28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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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통상 승려는 속세를 떠나 배우자를 두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다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데, 그중 하나가 태고종(불교 종단 중 하나)이다. 태고종은 스님의 결혼과 사찰의 개인 소유를 인정하는데, 이처럼 결혼해 가족이 있는 승려를 ‘대처승’이라고 부른다. 대처승 제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불교의 영향을 받아 국내에 널리 퍼졌는데, 이와 관련해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속 어느 인물은 “일본 것들이 나라를 골고로도 망칠라고 든다. 인자 스님들꺼정 일본식으로 결혼을 허라고 잡진다는디, 참말로 요 일을 워째야 쓸랑가 모르겄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로 해방 이후 대처승과 비구승(독신 승려)간에는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는데, 이후 대처승을 허용(승려의 결혼을 인정하는 것이지 결혼이 의무는 아님)하는 파벌은 태고종, 그렇지 않은 파벌은 조계종으로 각자의 세를 이뤘다. 그중에서 태고종은 전남 순천에 태고총림(승려 양성 종합대학)을 두고 승려를 양성하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그 본산이 되는 선암사를 소개한다.

비포장 흙길인 선암사 진입로. [사진=한국관광공사]
비포장 흙길인 선암사 진입로. [사진=한국관광공사]

 

유홍준 교수는 책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우리나라 산사 건축은 진입로로부터 시작된다. 산사의 진입로는 그 자체가 건축적, 조경적 의미를 지닌 산사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선암사의 얼굴에선 수줍은 매력이 드러난다. 매끈하게 닦인 아스팔트 길이 아니라 촉감 좋은 흙길에, 굽이진 길 사이에 모습을 숨기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1.5km(30분 소요) 길옆에서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 그 청량한 소리가 ‘걸을 맛’을 더한다.

반원에 들어찬 강선루. [사진=한국관광공사]
반원에 들어찬 강선루. [사진=한국관광공사]

진입로의 장승을 지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보물 제400호인 승선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승선교는 선암사 제일의 포토존으로, (승선교 뒤편에 자리한) 강선루(2층짜리 정자)가 승선교 다리 반원 안에 들어앉은 모습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또 다리가 물에 반사되면 둥근 원을 이루는데, 그 역시 지극한 아름다움을 스며낸다. 강선루와 승선교의 ‘선’은 신선‘선’(仙)자로 각각 신선이 내려온 누각, 신선이 승천한 다리라는 뜻을 지닌다.

일주문 왼편에 자리한 하마비. [사진=한국관광공사]
일주문 왼편에 자리한 하마비. [사진=한국관광공사]

일주문(사찰의 입구)에 도착하면 ‘하마비’(下馬碑: 비석 앞을 지날 때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라는 표석)가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 선암사 경내에 왕실의 기도처가 있었기 때문인데, 조선 정조 임금이 대를 이을 아들이 없자 선암사 승려에게 부탁해 백일기도를 드린 후 순조임금을 낳았다고 알려진다. 하마비 맞은편으로 6만6,000㎡(2만 평) 규모의 야생차밭이 있는데, 이곳에서 나는 차는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승려들이 직접 따고 덖어(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 익힘) 맛이 특별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진=한국관광공사]

선암사는 가람배치(사찰건물 배치)가 독특하다. 대개 절은 대웅전(석가모니불을 봉안한 건물)을 중심으로 전각을 배치하지만, 선암사는 소박한 건물 2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산의 경사로 인해 계단식으로 배치하다 보니 그런 것인데, 웅장한 맛은 덜하지만 그 대신 친근한 느낌이 짙게 배어난다. 선암사의 대웅전(보물 제1311호)은 과거 불에 탔던 것을 순조 24년(1824년)에 보수해 오늘에 이른다. 단청(목조건물에 그려 넣은 무늬)을 덧칠할 뿐 새로 칠하지 않아 낡은 느낌이지만, 그 속에서 고졸(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조계산 자락에 들어앉은 태고총림 선암사. [사진=한국관광공사]
대웅전 앞에 자리한 삼층석탑. [사진=한국관광공사]

선암사가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사천왕문(절을 지키는 문)이 없다는 점이다. 선암사 뒤로 조계산 최고봉인 장군봉(884m)이 위엄을 드러내고 섰기에 따로 사천왕문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대웅전과 그 앞마당의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등 여러 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ㄷ’자형 승방 무우전. [사진=한국관광공사]
‘ㄷ’자형 승방 무우전. [사진=한국관광공사]

선암사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는 무우전이다. 없을 ‘무’(無), 근심 ‘우’(憂). 무우는 근심이 사라지는 곳이란 뜻의 ㄷ자형 승방으로, 적잖은 사람이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계산 자락을 선암사의 최고 절경으로 손꼽는다.

선암사의 명물이자 문화재로 지정된 해우소. [사진=한국관광공사]
선암사의 명물이자 문화재로 지정된 해우소. [사진=한국관광공사]

선암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은 화장실이다. 1920년대 이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정(丁)자형 재래식 화장실인데, 영월 보덕사 화장실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배설물 위에 낙엽이나 짚을 덮어두고, 환기구 역할을 하는 살창을 둬 냄새가 덜한데다가 고풍스러운 건축미에 화장실인 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600년 수령의 와송. [사진=한국관광공사]
600년 수령의 와송. [사진=한국관광공사]

화장실 인근에는 커다란 와송(누운 소나무)이 눈길을 끈다. 한 뿌리에서 두 줄기가 나오는데, 그중 누워서 자라는 소나무는 선종(마음 수양으로 깨우치는 것), 서서 자라는 소나무는 교종(경전을 읽고 깨우치는 것)을 상징한다. 600년 수령의 나무는 배움은 높이 쌓되 자신을 낮출 줄 알고, 맞고 틀림을 함부로 분별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번 주말엔 조금 멀더라도, 선암사 화장실에서의 (눈물·콧물·용변·감정) 배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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