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 볼 만한 곳] 강원도로 떠나는 냉면 여행... 메밀국수·막국수·함흥냉면
[주말 가 볼 만한 곳] 강원도로 떠나는 냉면 여행... 메밀국수·막국수·함흥냉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7.11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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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차가워 너무나/ 속이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가슴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널 보면 너무나/ 또 다시 봐도 너무나/ 차디차 몸이 떨려/ 냉면 냉면 냉면/ 질겨도 너무 질겨/ 냉면 냉면 냉면/ 그래도 널 사랑해 – 박명수·제시카 ‘냉면’ 중

냉면을 살포시 감싼 살얼음의 육수를 마시면 이가 시리고, 가끔은 질긴 면이 끊어지지 않아 먹는 이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냉면. 여름철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은 이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시~원한 냉면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은 냉면(冷面)이 존재하고 특히 강원도에서 다양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강원도의 유명 냉면들을 소개한다.

먼저 추천할 냉면은 100% 메밀로 만든 순 메밀국수다. 예로부터 땅이 척박했던 강원도는 농작물을 얻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주목받은 작물이 메밀이다. 메밀은 건조한 땅과 서늘한 기후에도 잘 자라는 탓에 강원도와 평안도 산간지방에서 많이 길렀고, 그 덕에 많은 사람이 메밀을 먹으며 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사실 당시에는 추운 겨울 뜨끈한 아랫목에서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 먹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평양냉면의 시초로 알려진다. 마을마다 국수 뽑는 나무틀이 있어 잔칫날이면 각자 가져온 동치미 국물에 메밀 국수를 말아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순메밀국수. [사진=한국관광공사]
순메밀국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대로 된 평양식 순 메밀국수를 맛보고 싶다면 65년(1955년 개업) 전통을 자랑하는 ‘남북면옥’(강원 양구군 남면 가오작2리 1051-1)을 추천한다. 사실 메밀은 점도가 약해 가루로 만들고 다시 국수로 뽑기가 쉽지 않은데, 남북면옥은 지금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 국수를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사람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사장님이 반죽부터 국수 뽑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한다. 새콤한 동치미 국물과 심심하고 단백한 국수가 자아낸 맛의 향연에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하면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강원도에선 지금도 수많은 막국숫집을 찾아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건 똑같은 막국수도 지역마다 그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관령을 기준으로 서쪽인 영서 지방은 희고 고운 속 메밀을, 동쪽인 영동 지역은 겉 메밀을 섞어 면이 거칠다. 면과 별개로 취향에 따라 고기 육수에 면을 말아먹는 ‘물 막국수’나 비빔장에 비빈 ‘비빔 막국수’를 즐기면 된다.

막국수. [사진=한국관광공사]
막국수. [사진=한국관광공사]

막국수 추천 음식점은 1992년 문을 연 ‘광치막국수’(강원 양구군 남면 가오작2리 1051-1)다. 양구 지역 사람들이 앞다퉈 추천하는 곳으로 돌돌 말아 야무지게 올려진 면 위로 맛깔난 양념과 김이 살포시 안착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비빔국수와 물국수의 구별이 없고, 육수를 적게 부으면 비빔국수, 많이 부으면 물국수가 된다. 단골들은 육수를 조금 부어 비빔으로 먹다가 절반쯤 먹었을 때 육수를 더 부어 물국수로 마무리하면 좋다고 귀띔한다. 육수는 각종 과일과 생강, 대파 등 열다섯 가지 재료에 푹 우려낸 사골육수와 동치미 국물을 배합해 먹을수록 오묘한 맛을 자아낸다.

함흥냉면. [사진=한국관광공사]
함흥냉면. [사진=한국관광공사]

다음은 ‘함흥냉면’. 시인 백석은 산문 「동해」에서 “나는 정말이지 그대도 잘 아는 함경도 함흥 만세교 다리 밑에 님이 오는 털게 맛에 헤가우손이(해가리개)를 치고 사는 사람입네. 하기야도 내가 친하기로야 가재미가 빠질겝네. 회국수에 들어 일미(첫째가는 좋은 맛)이고 식혜에 들어 절미지”라고 함흥냉면을 묘사한 바 있다. 회국수란 별칭처럼 함경도 사람은 가자미나 홍어, 명태를 양념에 버무려 국수에 얹어 먹길 즐겼다. 함경도 실향민이 운영하는 속초와 고성의 함흥냉면집에서는 지금도 명태를 고명으로 얹는 집이 많다.

제대로 된 함흥냉면을 맛보고 싶다면, 3대에 걸쳐 45년째 운영 중인 고성의 ‘오미냉면’(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아야진해변길 73)을 추천한다. 음식점 벽엔 함흥냉면을 맛있게 먹는 법이 붙어 있는데, 양념장 한 스푼, 설탕 한 스푼, 식초와 겨자를 조금 넣고, 주전자에 담긴 시원한 육수를 면 중간 정도까지 부어 비벼 먹으면 된다. 고명으론 명태회를 올리는데, 말린 명태의 퍽퍽한 식감과 달리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초계탕. [사진=한국관광공사]
초계탕. [사진=한국관광공사]

무더운 여름엔 이열치열 삼계탕이 인기지만, 강원도 지역에선 시원하게 먹는 초계탕이 여름 보양식 중 하나다. 닭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푹 익혀 잘게 찢은 살코기와 채소를 넣어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닭고기와 채소를 건져 먹다가 막국수를 말면 그것 또한 별미다.

소울브릿지. [사진=소울브릿지 홈페이지]
소울브릿지. [사진=소울브릿지 홈페이지]

강원도엔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 많아 식사 후 카페를 찾아 맛과 멋을 즐기는 것도 식도락 여행의 재미를 높이는 방법이다. 그중 주목받는 카페는 지난 5월 천진해변 가에 5층 규모로 조성된 ‘소울브릿지’(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33)다. ‘친환경’ ‘자연주의’를 모토로 유명 호텔 출신 전문가들이 모여 건강한 먹거리를 바탕으로 한 힐링 장소를 표방하면서 핫플레이스로 관심받고 있다. 남녀노소 모두의 취향을 다양하게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인테리어에, 영아 동반 고객을 위한 수유실도 잘 마련돼 있어 입소문을 듣고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고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냄새) 탄수(석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갈대를 엮어 만든 삿을 깐 방) 쩔쩔 끊는 아르궅(아랫목)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중략) 이 그지없이 고담(꾸밈없이 수수함)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백석 「국수」 중

이번 주말엔 고담한 강원도 냉면으로 소박한 행복을 누려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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