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파수꾼·벌새’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파수꾼·벌새’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5.24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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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독립영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영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영화, 카운터(counter) 시네마 등의 용어로 호환할 수 있는 독립영화는 영화 역사에서 문자 그대로 ‘아방가르드’(avant-garde :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또는 그 유파)한 존재입니다.

책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의 저자 수잔 헤이워드는 독립영화에 관해 “제도화된 영화 산업에서 독립적인 영화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를 가리킨다”며 “비록 실험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이들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해 대안적인 목소리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주류 상업영화에 대한 인식과 가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의 개념을 추구하는 등 전위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가 바로 독립영화입니다.

이효인 경희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논문 「한국 독립영화 2세대의 영화미학론」에서 “한국에서 독립영화라는 말은 1990년 한국독립영화협의회가 결성되면서 처음 사용됐고, 이후 1998년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창립되면서 공식적인 언어가 됐다”며 “이후 영화진흥위원회(구 영화진흥공사) 주최의 한국독립단편영화제(1999, 구 금관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2002), KBS 텔레비전 프로그램 독립영화관(2003) 등을 통해 더욱 더 대중적으로 통용됐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립영화에는 ‘카운터 시네마’적인 요소가 다분합니다. 카운터 시네마는 기존의 영화적 관습과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들을 전복하는 영화입니다. 독립영화 역시 그런 면이 있는데, 독립영화에서 내러티브의 인과성은 의도적으로 해체될 수 있으며 작가 개인의 주제 의식과 미적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중·상업영화의 호흡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윤성현 감독, 영화 <파수꾼> 스틸컷

윤성현 감독의 영화 <파수꾼>은 한국 독립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영화로 평가됩니다. <파수꾼>은 남자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세 친구의 우정과 갈등을 ‘가해자 학생의 자살’로 추적하는 영화입니다.

‘기태’에게는 ‘희준’과 ‘동윤’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세 사람은 학교에서 일진 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이며 거기서 기태는 짱으로 군림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기태는 희준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로 인해 희준은 전학을 가고, 동윤은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 기태를 외면합니다.

<파수꾼>은 세 사람의 파국을 명료한 내러티브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인물을 포착할 때 클로즈업(close-up : 가까이에서 찍기)을 주로 사용하며, 기태의 죽음을 오로지 플래시백(flashback : 과거 회상)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합니다.

다시 말해 기태를 타자의 플래시백이라는 주관의 소산(所産)에 가두고, 그것도 모자라 인물이 처한 시공간적 상황을 탈색하는 클로즈업으로 포착하는 방식은 기태의 죽음과 관련한 전후맥락을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는 <파수꾼>만의 독특한 영화 언어입니다.

이처럼 <파수꾼>은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갈등은 있지만 명확한 갈등의 이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바로 이 지점이 <파수꾼>에 내재한 어떤 영화적 운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모호함이 영화에 더욱 사실감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김보라 감독, 영화 <벌새> 스틸컷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국제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한국 독립영화입니다. 영화는 여중생 ‘은희’의 성장담을 1994년에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 위에 녹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본원의 주제와 ‘페미니즘’이라는 당대의 화두를 여중생의 시선으로 유려하게 펼쳐냅니다.

<벌새> 역시 독특한 화법이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의 호흡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영화는 클로즈업으로 포착해야할 것만 같은 순간을 롱 쇼트(long shot : 멀리서 찍기)로 바라보고, 컷(cut)하고 빨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할 것만 같은 순간에 특별한 시간 감각을 부여합니다.

말하자면 <벌새>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을 애써 부여잡으려는 영화이며 모두가 중요하다고 난리치는 어떤 것에 묘한 거리감을 두는 영화입니다. 그렇게 <벌새>는 우리 모두가 경험했지만 잊어버렸던 생의 한 국면을 스크린 위로 천천히 길어 올림으로써 모종의 리얼리티와 보편성을 획득합니다.

수잔 헤이워드의 말을 비틀어 정리하면 독립영화는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됐던 것들의 이면을 폭로하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하며, 기존의 질서와 가치들을 뒤집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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