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살인의 추억‧추격자’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살인의 추억‧추격자’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0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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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스릴’(thrill)은 명사로 ‘흥분’, 동사로는 ‘흥분시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접미사 ‘er’을 붙이면 ‘스릴러’(thriller)가 되는데, 영화에서 말하는 스릴러는 장르적인 용어로 범죄 혹은 스파이 영화를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스릴러는 크게 ‘미스터리 스릴러’(mystery thriller)와 ‘서스펜스 스릴러’(suspense thriller)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책 『영화 장르의 이해』의 저자 정영권은 “미스터리 스릴러는 사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관객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즉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관객은 주인공이 알고 있는 만큼의 정보를 알 수 있고, 주인공과 함께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추적해 나갑니다.

저자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보통 누가 범인인지 밝히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후더닛’(whodunit)이라 불리기도 한다. 후더닛은 ‘Who has done it?’, 즉 ‘누가 그 일을 했나?’라는 말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고전적 탐정소설(추리소설)은 후더닛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반해 서스펜스 스릴러는 줄거리에 대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주인공에게는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정보 격차에 의한 불안감과 긴박감에 주안점을 두는 장르입니다. 조금 어려우신가요? 이에 대해 저자는 스릴러의 대가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유명한 이야기를 예로 드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령 폭탄이 설치된 방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찍는다고 할 때, 감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먼저, 폭탄을 설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객과 주인공 모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폭탄이 터져 관객들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게 바로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놀람과 충격입니다.

하지만 서스펜스 스릴러는 폭탄을 설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객에게는 미리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주인공만 모릅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그 폭탄이 언제 터질지 엄청난 긴장감과 불안감을 안고 영화를 관람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서스펜스 스릴러의 묘미인데, 히치콕은 단순한 놀람보다 서스펜스가 훨씬 더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고 말합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은 대표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영화는 1986~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10명의 부녀자가 강간·살해당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봉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9월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지 30여 년 만에 용의자가 밝혀지게 됐습니다.

영화는 앞서 언급한 후더닛 성격의 미스터리 스릴러로 주인공들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영화 내내 고군분투합니다. 관객 역시 주인공의 입장이 돼 스크린 바깥에서 범인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시점이 바로 관객의 시점인 것이죠.

나홍진 감독, 영화 <추격자> 스틸컷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대표적인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이 영화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유영철이 연쇄적으로 노인과 여성 등 총 스무명을 살해한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영화 초반부에 관객에게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주인공만 모르는데, 영화는 장면마다 농밀한 서스펜스의 재미를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특히 ‘슈퍼마켓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경찰서에서 풀려난 범인이 담배를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들어갑니다. 근데 거기에 범인의 집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자가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피해자는 범인이 슈퍼마켓에 들어온 지 모르고, 슈퍼마켓 주인 역시 그 사람이 범인인지 모릅니다. 이 모든 정보는 오로지 관객만 알고 있습니다. 그가 슈퍼마켓에 들어왔고,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말이죠. 여기서 관객은 범인의 행동을 강력한 조바심과 긴장감을 안고 바라보게 됩니다.

이처럼 스릴러는 관객에게 놀람과 충격, 조바심과 긴장감을 유발하며 극을 진행하는 영화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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