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28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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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화를 표현하는 용어 중 ‘움직이는 이미지’(moving pictur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용어는 영화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기도 합니다. 초기 영화는 ‘무언(無言)의 흑백 이미지’가 일정한 순서로 나열된 것이었습니다. 인물의 대사나 배경음악 등 영화가 발산하는 다양한 사운드가 없었던 무성영화의 시대. 그래도 관객들은 영화가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셔레이드’(charade) 덕분입니다.

셔레이드는 ‘제스처 놀이’라는 의미로도 불리는데, “한 사람이 하는 몸짓을 보고 그것이 나타내는 말을 알아맞히는 놀이”를 말합니다. 가령 게임의 사회자가 ‘호랑이’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들어 올리면, 첫 번째 주자는 호랑이를 오직 몸짓으로만 다음 주자에게 설명해야합니다. 이어 맨 마지막 주자가 최종적으로 몸짓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맞힙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셨죠?

셔레이드는 영화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책 『미장센 : 영화 창작 논리의 해부』의 저자 이종승은 셔레이드에 관해 “대사 이외의 모든 비언어적인 수단을 동원해 인물 내면의 감정이나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영상예술에서 셔레이드는 화면상의 소도구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셔레이드야 말로 시각예술로서의 영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셔레이드는 사용 대상과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저자는 “무엇을 이용할 것인가, 즉 사용대상에 따라 ‘신체언어’ ‘소도구’ ‘상징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싱그러운 여름 풍경이 아름다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이하 콜바넴)을 통해 셔레이드 기법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죠.

첫 번째는 신체언어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관객은 전통적으로 배우의 표정과 동작에 집중”합니다. 배우는 언어로 산출하기 힘든 감정을 갖가지 표정과 몸짓을 통해 표현합니다. 그것을 통해 관객들은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콜바넴>에서 배우의 표정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엔딩 시퀀스에 있습니다. ‘올리버’(아미 해머)와 이별한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아무 말 없이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봅니다. 그런 엘리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상실’ ‘처연’ ‘비통’ 등의 단어가 떠오릅니다. 관객들은 엘리오의 표정에서 ‘이별의 슬픔’ 혹은 ‘남겨진 자의 각오’ 같은 것들을 읽어냅니다.

다음은 소도구입니다. 저자는 “영화에서 소도구는 인물의 성격, 취미, 심리 등을 암시하는 요소가 되며 더 나아가 인물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키는 세밀한 역할도 담당한다”고 말합니다. <콜바넴>에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가 깃든 소도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소도구는 바로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등장하는 ‘프락시텔레스의 동상’입니다. 프락시텔레스는 그리스 고전기를 풍미했던 조각가로 소년이 청년이 될 때의 부드러운 육체를 탁월하게 형상화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장면A
장면B 

영화에 등장하는 동상은 래키 백작이 그의 애인에게 선물하려다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전달하지 못한 애달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미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동상은 정황상 엘리오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면A에서 올리버는 동상의 입술을 어루만집니다. 이러한 올리버의 행위는 엘리오에게 하고 싶은 행위로 등치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리버와 엘리오가 첫 키스를 하는 장면B에서 올리버는 동상에게 한 것처럼 엘리오의 입술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습니다. 즉 프락시텔레스의 동상은 그 자체로 엘리오의 은유이면서 올리버와 엘리오가 결국 이별할 것이라는 결말을 품고 있는 소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마지막은 상징 요소에 의한 셔레이드입니다. 저자는 “신체언어나 소도구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여러 가지 상징적인 소재들을 동원하는 셔레이드 기법은 보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영화 후반부에 올리버와 엘리오는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떠납니다. 이때 두 사람이 떠난 여행 장소는 사람들로 붐비는 휘황찬란한 도시가 아니라 울창한 숲과 거대한 바위, 맑은 폭포수가 아름다운 자연의 공간입니다.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이죠. 그 공간에서 올리버와 엘리오는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이 공간은 상징적 셔레이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넘실거리는 곳에서 두 남자는 사랑을 나눕니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사랑의 불가해성(incomprehensibility)이 충돌하고 부딪히는 곳. 그러니까 감독은 두 인물이 나누는 사랑의 ‘이해할 수 없음’과 ‘설명할 수 없음’을 자연 공간과 접목함으로써 올리버와 엘리오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축복하고자 합니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2006)의 브로크백 마운틴 역시 위와 비슷한 셔레이드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죠.

대개 고전으로 평가받는 영화는 말없이 그저 보여주는 화법을 구사합니다. 관객에게 아무런 말없이 말을 걸어오는 영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셔레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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