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죠스·싸이코·인셉션’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죠스·싸이코·인셉션’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4.26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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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화음악’(film music)은 영화를 위해 작곡·편곡·선곡된 음악을 말합니다. 영화음악은 영화를 영화이게 하는 기본 요소인 ‘편집’(editing)과 ‘미장센’(mise-en-scène : 화면 구성), 배우의 ‘연기’(acting) 등이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표현하며, 영화의 스토리텔링이나 이미지를 더욱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책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의 저자 데이비드 파킨슨은 “영화음악은 영상의 의미를 강조하고 관객이 영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고 대화에 부수적인 상태로 남아 있으면서, 동시에 시간·장소·분위기를 설정하고,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며, 드라마의 주제를 강조하고, 추상적인 관념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영화음악은 영화의 주제나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숨은 의도나 인물의 심리 등을 관객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래서 영화음악이 적재적소에 쓰인 경우, 관객들은 해당 장면을 떠올릴 때 인물이나 이야기보다는 음악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만큼 영화음악이 관객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이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죠스> 스틸컷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죠스>(1975)는 음악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한층 더 끌어올린 대표적인 작품으로 늘 거론됩니다. <죠스>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중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Main Title’은 인간을 공격하는 상어의 위험성을 탁월하게 형상화합니다. 특히 상어가 인간에게 접근할수록 박자와 음정을 조절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 이후 이 곡은 영화 속 ‘상어의 공격’이라는 은유를 넘어 ‘긴장’ ‘긴박’ ‘위험’ 등을 상징하는 곡으로 여러 미디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 <싸이코> 스틸컷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1960)의 ‘욕실 살해 장면’에서 사용된, 버나드 허먼이 작곡한 ‘The Murde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극중 ‘마리오’가 욕실에서 살해당하기 직전에 울려 퍼지는 이 곡은 제목 그대로 ‘살인자’와 같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장윤현 감독, 영화 <접속> 스틸컷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1997)의 엔딩 장면에 사용된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는 아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음악이 아닐까합니다. 이 곡은 극중 ‘수현’(전도연)과 ‘동현’(한석규)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에 흘러나오는데,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을 굉장히 드마라틱한 순간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인셉션> 스틸컷

영화음악은 ‘장면의 연속성’을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영화음악은 서로 다른 장면을 하나로 연결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2010)에서 현실과 꿈을 교차편집(별개의 두 장면을 교차로 편집해 보여줌으로써 두 장면의 연결점을 연상하도록 하는 편집 기법)할 때,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이라는 곡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감독은 현실과 달리 꿈속에서는 이 곡의 도입부를 매우 느리게 만들어 사용합니다. 이는 현실에서의 5분이 꿈속에선 1주일, 꿈속의 꿈에서는 6개월, 꿈속의 꿈속의 꿈에서는 10년이라는 시간의 상대적 흐름을 영화음악으로 표상한 것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 영화 <러브레터> 스틸컷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에서 가장 유명한, 일명 ‘오겡끼데스카’ 장면에서도 OST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두 여인은 이미 죽고 없는 한 남자를 각기 다른 장소에서 회상합니다. 이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레메디오스의 ‘forgive me’입니다.

감독은 설산에서 죽은 연인에게 안부를 전하는 ‘히로코’와 병원에 누워 지나간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츠키’의 모습을 교차편집하는데, 이때 ‘forgive me’라는 곡을 통해 두 인물의 심리를 하나로 묶으며 상황의 연속성을 부여합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음악은 단순히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을 넘어, 영화의 편집과 서사 구조를 조율하고 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등 굉장히 다층적인 의미망을 형성하는 영화적 장치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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