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앤 피플] “우리의 연애는 모두 아팠다”…『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작가
[북 앤 피플] “우리의 연애는 모두 아팠다”…『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작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9.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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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일 작가

[독서신문]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데는 백만 가지 이유가 있다. 사랑받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사소한 오해가 생겨서,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그들은 긴 고민과 다툼 끝에 결국 서로를 떠나기로 한다.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는 많지만, 가슴에 묻어둔 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난 연애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한숨짓는다.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의 조성일 작가는 그들의 사연을 한 데 모아 심리상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업’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이별, 왜 우린 그렇게 힘들었을까’를 운영하면서 사랑에 아파 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때로는 그에 대한 솔직한 위로를 전한다. 특유의 애잔함이 밀려와 감정을 흔드는 마음 저릿한 노래를 추천하는가 하면, ‘오늘보다 내일, 더 괜찮아지는 또 즐거워지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런 그가 4년간 페이스북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남녀의 마음속 이야기를 묶어 책을 냈다.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첫 책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이름을 따 ‘이별, 왜 우린 그렇게 힘들었을까’를 제목으로 하려 했는데 편집자의 혜안이 빛났다.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하는 물음 형식의 제목 덕에 더 호기심을 끌어 차츰 순위를 높여가고 있다. 첫 에세이가 교보문고 시/에세이 주간베스트 30위 권 안에 들었으니 반응을 짐작할 만하다. 

책은 남녀의 마음을 각각 보라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해 연인들이 느끼는 갖가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남자의 마음 ‘혼자 남겨진 뒤에’는 다음과 같다. “네가 떠난 후, 혼자 남겨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생각, 생각, 끝이 보이지 않는 생각뿐이었다.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고, 벌써 두 달이나 되었다. 사랑을 표현해달라는 너의 직접적인 말조차 왜 그땐 와닿지 않았을까. 사랑받지 못하는 기분이라는 너에게, 왜 그런 기분을 느끼냐고 되묻기만 했던 나. 우리가 사소한 이유로 자주 다퉜던 건 너에게 그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헤어진 뒤에야 잘못을 깨달은 남자의 속삭임이 마음을 아련하게 만든다. 

여자는 어떤가. ‘억지로 지우지는 않을 거야’ 편을 소개한다. “울고 싶은 만큼 울 거야. 보고 싶은 만큼 보고 싶어도 할 거고 생각도 할 거야. 시간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슬픔이 찾아오면 찾아오는 대로.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힘들기도 하겠지만 묵묵히 견뎌낼 거야. 너를 억지로 지우지는 않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거라 생각하니까. 그런 날들을 위해 오늘 이 시간을 차분히 견뎌낼 거야” 아프지만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려는 여자의 모습이다. 각각의 속마음은 시를 보는 듯 짧은 문장으로 편집돼 있어 독자들의 감성을 더 자극한다.

조성일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가공해 소개하는 ‘연애 스토리텔러’가 됐을까. 그도 그럴 것이 이별을 조금 ‘세게’ 했던 적이 있단다. “친구들이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다른 사람 만나면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를 해 줬어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걸 해 보기로 했어요. 그때 제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었어요. 사랑, 이별, 아픔에 관한 책부터 논문까지 다 접했어요. 결론이 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야 해요. 그리고 헤어진 관계를 내 마음이 얼마나 받아들이냐가 관건이에요. 현실은 원래 아픈 겁니다” 

확신에 찬 말투였다. 물론 지금은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아픔을 겪으면서 한층 성장했고, 이제는 여자친구가 어떨 때 서운해하는지, 남자친구의 어떤 행동이 다툼을 유발하는지 알게 돼 더 조심하려고 한다. 아픔을 극복할 때 도움이 됐던 책으로는 독일 심리학자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쓴 관계 심리학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미국 인기 시트콤 ‘섹스앤더시티’의 남녀관계 컨설턴트 그렉 버렌트와 아내 아미라가 함께 쓴 현명한 이별 지침서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등을 추천했다. 

그런 의미에서 남성 독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 달라고 했다. 작가는 “여자친구가 여러분한테 뭐라고 하는 건 본인의 불안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 불안감만 키워주지 않아도 싸움의 70%가 사라져요. 그리고 뭉뚱그려 얘기하는 것보다 최대한 서술해야 다툼을 막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남녀가 번갈아 가며 속마음을 풀어놓는 형식을 통해 여성 독자들에게 남자친구의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공감하고 이해해야 아픔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갑과 을의 연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모든 사람이 ‘갑과 을의 연애’를 하고 있어요. 다만 서로를 사랑하는 정도에 따라 갑과 을이 변하는 거죠. 권태기는 내가 이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남자들은 여자가 맞춰준다는 생각을 못 하고, 여자들은 남자를 다 안다는 착각 때문에 소홀한 감정이 생겨나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책에 소개된 사연들이 모두 감정이 고조된 이들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어 의문을 표했다. 작가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고민을 보내는 이들의 표본이 제한적일 것이라 설명했다. 스스로는 해결이 안 되니까 이야기를 털어놓고 해결 방법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실질적인 상담을 위해 때로는 직접 사연을 보낸 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별을 겪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 준다. “나만 이렇게 아픈 것 아니에요. ‘내가 너무 특이한 케이스다, 나의 연애는 아팠다, 다시는 이런 연애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셨으면 해요”

얼마 전 이별을 마주했다면, 지금 연인과의 이별을 고민하고 있다면 조용한 공간에 앉아 비슷한 사연을 말하는 책 속의 이야기를 마주해 보면 어떨까. 스스로 외면했던 외로움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상처를 치유해나가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이정윤·황은애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팩토리나인 제공(일러스트 사모)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지음 | 사모 그림 | 팩토리나인 펴냄 | 268쪽 | 13,000원 

 

<헤어진 연인들을 위한 조언>

좋았던 감정에 중독됐다가
그 사람이 없는 세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을 겁니다.

기억 속 그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이고,
당신에게 충분한 행복을 줬을 테니까요. 

당신은 지금 그때와 다른 현실이 와닿지 않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지금,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정말 확실한지,
당신의 기억이 환상은 아닌지,
기억 자체가 미화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당신이 행복하려면
반드시 그 사람이 있어야 하나요?

저는,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미래를
똑같이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막연한 감정에 휘둘리며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1호 (2017년 9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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