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앤 피플] "광고는 考現學" 광고 스토리텔러 김병희 교수
[북 앤 피플] "광고는 考現學" 광고 스토리텔러 김병희 교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8.28 15: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풍경 1, 2, 3’ 출간

[독서신문] 요즘 젊은 여자들이 들으면 기겁할 얘기. 미니스커트 단속! 치마가 무릎 위 15센티미터 이상 올라가면 단속 대상이다. 경찰이 길거리에서 대나무 자를 들고 직접 쟀다. 처녀 무릎에 자를 갖다 댄다? 그것도 경찰이 쭈그리고 앉아 올려보면서? 실제 단속 1호는 천안에서 발생했다.

또 기겁할 얘기 하나. 전국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채변 봉투를 나눠 주었다. 변을 소독저를 이용해 밤톨 크기로 세 개를 떠서 비닐 봉투에 넣어 학교에 가져 오라는 것. 밤톨 크기라니, 밤도 생김새가 각각인데 밤톨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변을 소독저로 뜨라고 한 것인지.

어쨌든 채변봉투 수거하는 날, 교실은 한바탕 냄새와의 전쟁이었다. 그런가하면 과거 정부에선 관혼상제 허례허식을 엄격히 단속했다. 체면치레로 과도한 낭비를 한다는 이유에서 한동안 공직자들을 떨게 했다. 지금도 바람직했다는 말을 듣는다.

이런 것들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지만 까마득하게 멀어 보인다. 누군가 찾아내고 기록하고 후세에 알려야 할 것들임은 분명하다. 1960년대 이후 최근세사는 박제처럼 남아 화석이 된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 모습을 만들었고 그 모습 어딘가 과거를 닮아 있음을 본다면 그것은 기록의 힘 때문이다. 광고는 기록의 다른 모습이다. 광고는 시대를 거울처럼 비추고 있기에 광고를 살핀다는 것은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가 참 재미있는 작업을 책으로 냈다. 김 교수는 역사의 스토리텔러 같았다. 그가 상기시켜주는 스토리는 엄마 아빠가 들으면 새록새록 추억에 잠기게 할 것이고 청춘들에겐 부모세대를 좀 이해하게 하는 구실을 할 것 같다.

그래서 그건 어느새 세대가 공감하는 가족 스토리가 되고 공동체 역사가 된다. 그런 가치를 조그마한 책 세 권이 보여주고 있다. 『구보 씨가 살아온 한국사회』,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정부광고의 국민계몽 캠페인』이다. 해방 이후 한국의 풍경 시리즈 1, 2, 3이다.

- 광고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과거 우리 생활사를 돌아본다면

“해방 이후 우리나라 발전은 엄청난 거죠. 경제 발전도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인식은 천지차이입니다. 과거 국민은 ‘백성’이었죠. 무지몽매하기에 계몽의 대상이었고 지시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인식이었죠”

김 교수는 예로 ‘군관민 일체’를 들었다. 과거엔 군이 첫째, 다음이 관, 민은 마지막이었다. 실제 서열이었다. 지금은 민관군이라고 쓰지만. 그리고 혼식 분식 장려운동이 있었고 산아제한 정책이 요란했었다. 모두 관이 주도하고 민은 따라야 했다.

- 강제성을 띄어야 정책이 성공하던 시절 아니었나요

“자료 수집할 때 민족적 특성을 많이 느꼈습니다. 완전 자유보다는 약간의 타율이 있을 때, 약간의 강제성이 있을 때, 애국심이나 희생정신이 강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게 관혼상제 허례허식 단속이었죠. 결혼식을 어느 비용 이상하면 안된다 하는 식이죠”

국민계몽으로 본다면 자유교양고전읽기를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다소 강제성 있는 고전읽기 정책이었고 대통령기 쟁탈이라는 경쟁심을 부추겼지만 그런대로 고전읽기가 한동안 왕성해 중고등학생들에겐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인다.

- 소재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깊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깊이 없는 책을 쓰려고 했던 겁니다. 깊이 있는 담론이나 해설은 논문으로 다룰 일입니다. 광고가 재미있어야 하듯이 광고 이야기도 당연히 재미있어야죠. 지하철 출퇴근 때 읽어도 부담 없을 정도로 가볍고 재미있게 꾸몄습니다”
김 교수가 골라 소개한 광고는 역사성 상관성 흥미성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역시 재미 있는 것들이다. 채변봉투 광고가 그렇고 기내 흡연이 가능한 항공사 광고도 그렇다. 경부고속도로 개통 기념 현상퀴즈 등을 보게 되면 흥미를 느끼는 가운데 저절로 역사에 눈을 뜨게 된다.

김 교수는 이를 고현학(考現學, Modernology)이라 칭했다. 고고학(考古學)이 오래된 과거를 학문으로 다루듯이 고현학은 최근세사나 현재를 학문으로 다루는 것으로 광고를 통한 생활사나 풍속사 조명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일본에선 관동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쿄를 재건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면서 고현학이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김 교수의 광고 기록은 한국 고현학의 한 단층으로 남을 것이다.

- 화제를 좀 바꿔서, 요즘 광고 트렌드는 어떤가요

“광고 플랫폼이 온라인 특히 모바일에 집중되고 있어요. 그리고 과거에는 광고를 통해 물건을 팔았다면 지금인 네트워크, 관계 맺기 등에 쏠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와 연결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광고도 과거에는 통화가 잘 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젠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한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 소비자가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는 바이럴 캠페인도 많아졌습니다”

김 교수 설명이 전공 쪽으로 좀 깊이 들어간다. 광고의 마그네틱 아이디어라는 말을 꺼냈다. 끌어당긴다는 뜻으로 콘텐츠를 보는 순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의 예. 일본이 왜 그렇게 독도를 탐내는가. 일본말로 독도는 다케시마다. 다케시마를 거꾸로 읽으면 마시케다, 맛있겠다 가 된다. 그래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긴다는 것.

-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되고 2011년 한국갤럽학술상도 받으셨습니다

“3대 인명사전 등재는 광고 홍보쪽에선 제가 유일합니다. 광고 효과 측정에 관한 논문을 외국 학술지에 게재했죠. 그게 좋게 평가받고 인용도 많이 됐습니다. 그러더니 마르퀴즈 후즈 후에서 인명사전에 올려도 되겠느냐고 연락이 오고 등재가 된 겁니다. 다음에 영국 IBC, 미국 ABI에 광고 창의성 부문 전문가로 이름을 차례로 올렸습니다. 한국갤럽학술상은 의대 공대를 제외하고 모든 학문을 상대로 통계관련 논문 중 가장 우수한 논문에게 시상하는 상입니다. 5년 동안 수상자가 없다가 제가 대상을 받았죠. 바로 광고 효과 측정 척도 개발로요“

김 교수는 통계만 다루다 보니 스토리텔링 기질이 근질근질했다. 집에 기둥 세우고 대들보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도 내고 인테리어도 예쁘게 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책을 쓰고 ‘고현학’의 첨병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대학에 오기 전 한동안 카피 작업 등 광고 실무에서도 알아주는 전문가였다. 기억에 남는 카피를 소개해달라는 느닷없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다가 하나 겨우 들려줬다. ‘대우그룹- 세계경영, 다음 세대와의 약속입니다’였다. 김 교수는 ‘광고의 고현학- 다음 세대와의 약속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김병희 교수가 펴낸 『구보 씨가 살아온 한국사회』 『정부광고로 보는 일상생활사』 『정부광고의 국민계몽 캠페인』. 해방 이후 한국의 풍경 시리즈 1, 2, 3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