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 피플] 문성준 작가 “서로 의지하고 풍성하게 하는 내 생의 삼위일체, 와인·예술·철학”
[북 & 피플] 문성준 작가 “서로 의지하고 풍성하게 하는 내 생의 삼위일체, 와인·예술·철학”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08.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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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와인과 예술과 철학. 이 세 가지 모두 사람들에게 익숙하거나 보편적으로 알려진 분야가 아니기에 어렵다 생각하고 관심이 적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과연 와인, 예술, 철학은 어려운 걸까. 사람들은 소주, 맥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즐겨 마시고, 그림을 보고 예쁘다 말하며, ‘잘 먹고 잘살자’는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인생 철학을 갖고 있다.

와인, 예술, 철학에 대해 강의하고 글 쓰는 문성준 작가는 철학이 “낯섦을 어려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게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비단 철학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독자들이 철학과 더불어 와인, 예술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 『와인, 예술, 철학』을 펴냈다.

한 가지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 분야를 세 가지나 섭렵한 작가. 동시에 강사이기도 하며 사업가인 그는 ‘자기소개’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솔직이 이에 대한 대답을 만들기 위해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죠. 거의 정체성에 대한 대답일 수도 있습니다. 정체성이란 ‘나는 이렇다’보다 ‘나는 이렇게 보이고 싶다’에 더 가까울 거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도 작가로 불리고 싶습니다”

작가로 ‘불리고’ 싶다며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한 그가 펴낸 『와인, 예술, 철학』에서는 세 분야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게 연결돼있다. 각 분야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냐고 묻자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마담 드 퐁파두르는 “샴페인은 마시고 난 후에도 여인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유일한 술이다”라고 말했다.

예술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한다’ 말하는 이유는, 명확히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밥을 먹는 것과 같이 그에겐 예술이 일상이 돼버린 듯했다.

포도나무 병충해 ‘필록세라’ 사태를 풍자한 만평

와인에 대해서는 입문하게 된 계기와 현재 몇 개의 사업을 경영하는 그의 경영 실패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지인의 권유로 와인바를 열 때까지만 해도 와인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습니다. ‘앞으로 좀 뜰 것 같다’라는 생각 하나로 무모하게 시작했죠. 당시 소믈리에 이야기를 담은 만화 ‘신의 물방울’과 다른 매체들의 영향으로 와인이나 와인바에 대한 수요가 점점 대중화되는 중이었습니다. 그저 시류에 편승했을 뿐인 사업이 잘될 리가 없었죠“ 담담하게 그때를 회상하는 그가 “와인바를 운영하다 말아먹은 후에야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와인이 짐이 아닌 즐거움으로 와 닿게 되고 나서 말이죠”라 말했다. 그 문장에서 낙심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발전한 긍정적인 그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가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그린다는 행위를 그만두고 쓴다는 행위를 시작할 즈음, 그 두 가지 행위의 차이를 절실하게 경험했고, 간극을 메우기 위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감각적인 것을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이자 자신을 구원해준 철학자는 니체라고 소개한다. “신은 죽었다”라 말하는 니체에게서 ‘그래도 됨’을 알게 됐다며, “항상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으로 삶을 살았던 제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삶의 방향은 하나가 아님을 알려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강연도 적잖게 하며 글을 쓰는 작가에게 강연과 글, 둘 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묻자 고민 끝에 답했다. “둘 중 하나를 굳이 골라야 한다면 글쓰기입니다. 언어란 마치 연못 위에 뜬 달을 길어 올리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아무리 길어 올리려 애써도 손에 남는 건 조각달조차도 못 되는, 물에 젖은 손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달을 길어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속에서 부단히 언어를 조탁하는 것이 말과 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표현하는 쓴다는 행위는 저에게 있어 가장 강렬하게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고 고민하는 그는 예술과 철학이 몸에 밴 것 같았다.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에게 ‘철학은 무엇인가’라는 뻔한 질문을 던졌다. 굉장히 ‘있어’ 보일법한 답변을 내놓을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철학은 새로운 방식을 구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이죠. 세상을 이루는 일반적인 규칙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스스로 고민해 나가는 힘이죠”라며 “이제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 답했다. 철학은 마냥 어려운 게 아닌 그저 낯선 것이라는 그의 말이 떠오르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그만의 철학은 무엇일까. 이 역시 작가만의 뻔하지 않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 쌓아가고 있기는 한데, 이참에 정리해 보자면, ‘유예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앎을 유예하는 것이죠.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은 그들을 모른다고 인정했을 때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기 때문에, 앎을 유예했기에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 자체로서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태도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한 모습인 게 분명했다.

다음 책은 예술, 철학, 인문학에 관해 쓸 계획이라는 작가. 작가는 독자들에게 ‘부족한 책을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황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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