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앤 피플] “알게 뭐야 내가 지금 신나는데”…웃기고 싶은, 그래서 웃기는 남자 이환천 작가
[북 앤 피플] “알게 뭐야 내가 지금 신나는데”…웃기고 싶은, 그래서 웃기는 남자 이환천 작가
  • 황은애 기자
  • 승인 2017.09.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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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가을 햇볕이 제법 뜨겁게 내리쬐던 날, 웃기고픈 열정이 가득한 이환천 작가를 만났다. 페이스북 ‘이환천의 문학살롱’을 운영하며 시를 쓰는 그는 현재 tvN ‘인생술집’ 방송작가로, 간간이 카피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개그 능력 덕분이다. 창의적이기까지 하니 누가 부러워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능력까진 아니고, 사람을 웃기기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엔 웃기려는 생각만 했어요”라고 말한다.

사람을 웃기기 위한 수단으로 왜 하필 ‘시’를 택했을까. 절제와 함축이 있는 시로 웃기기란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어떤 방법으로 웃길 수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그림, 영상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시가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중 가장 쉽고 빠른 것 같더라고요. 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까요”

언제나 웃길 생각만 할 만큼 웃기길 좋아하는 그는 원래 체육 선생님을 꿈꿨다. 그러나 공부와는 영 거리가 멀었고, 졸업 후 취직한 제약회사도 적성에 안 맞아 일을 관뒀다. 그길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호주에서도 친구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던 그는 페이스북에 손으로 꾹꾹 눌러 적은 시를 찍어 올렸다. SNS 특성상 게시글이 공개돼있어 빠르게 전파돼 삽시간에 유명해졌다.

SNS에 글을 쓴다고 모두가 인기를 얻진 못한다. 독창적인 시로 인기를 얻은 그의 비법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크게 웃든 작게 웃든 웃었으면 좋겠다는 목적을 가져요. 한정된 글자로 어떻게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도 많이 생각하고요. 행을 띄어 나름대로 안정을 주기도 하고, 비속어나 은어를 쓰기도 하죠. 관점을 바꿔서 바라보기도 하는데 「커피믹스」가 그 예에요”

영화 ‘신세계’에서 황정민(정청 역)이 칼에 찔리면서 “중구가 시키드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에겐 인상 깊었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믹스를 보고 그 대사를 섞으면 재밌을 것 같아 적용한 시가 「커피믹스」다. 이렇듯 억지로 생각하기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시로 만드는 게 많았다.

아무리 웃긴다 한들, 의미 없는 글이 어딨겠는가. 그가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언론에서는 청춘이 마냥 힘들다고 표현하는데, 사람을 좀 주눅 들게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유쾌하게 잘 살거든요. 그런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죠”

그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의 탈을 쓴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B급 감성’이라 부르며, 이를 토대로 시를 써 내려간다. 독자들은 솔직담백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때론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웃픈 현실에 짠내나는 웃음을 짓기도 한다. 작가는 이로써 ‘웃긴다’는 목적을 달성한다.

그의 시를 보며 저게 시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의도한 바를 시에 담아내고, 판단은 읽는 사람에게 맡길 뿐이라고. 책의 원제로 ‘웃기는 남자’인 그의 마음을 대변해본다. ‘알게 뭐야 내가 지금 신나는데’ / 황은애 기자, 사진=정진욱 기자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이환천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200쪽 | 1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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