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박흥식 칼럼]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20.09.16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루머와 가십, 익명성 그리고 주홍글씨 악플, 인신공격,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법이 적절히 통제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의 무한한 자유가 결국 우리를 속박할 것이다.” -『인터넷과 평판의 미래, 다니엘 소로브』(2008)

우리는 알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평판사회를 살고 있다. 오늘 당신에 대한 여론은 어떠한가? 성공의 기회인가? 위기의 순간인가? 아니면 잊혀진 사람인가? 아무도 당신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정보가 소통되는 인터넷 세상에 조직도 개인도 그 누구도 숨을 곳이 없어진 시대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48%는 경력 사원 채용 때 평판 조회를 실행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지도자 두 사람이 대중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한 사람은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 공세로 나타났다. 국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의와 답변은 정부 고위직 현직장관 아들의 군복무 중 발생한 특혜의혹 건으로 도배됐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시민단체 이사장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일어난 회계 등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져 검찰의 수사에 나선 지 4개월 만에 횡령, 배임,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두 사람은 그들의 진실이 알려지거나 숨겨진 채 대중의 평판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을까?

“우리 지도자들이 진실을 은폐하려 하거나 지도자들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것을 말하거나 대안처럼 제시하면 안 됩니다. 그것을 국민이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 전 장관이 경질된 뒤 참석한 첫 공식행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버지니아 군사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미국인 각각에겐 진실을 지키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분별 함으로써 그 책임을 완수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민간과 공공, 비영리 영역에서 지도자들이 초래한 진실과 도덕의 위기에 맞서지 않는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황혼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리더들이여 비밀을 만들지 마십시오. 언젠가 드러납니다. 유명인의 경우에 대중에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란 인상을 줘선 안 됩니다”.

“리더들이 투명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금세 평판을 잃게 되는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 웨버샌드윅의 잭 레슬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빅브라더 평판사회를 살고 있다. 명예를 지키려면 진실해야 한다. 평범한 개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빅데이터가 지켜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평판조회를 하면 나의 과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세상이다. 정보화 세상에 블랙박스는 어디에도 존재하며 도처에 널려있다. (지금 이순간 익명의 누군가가 나의 뒷모습을 검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나의 비밀을 빅데이터는 알고 있으며,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나의 평판과 그에 따른 나의 운명도 결정된다. 나의 욕망과 생각, 태도와 취향, 그리고 내가 일으킨 선행과 실수, 강점과 약점 모든 것이 빅데이터 속에 있는 것이다.

나의 개인 블로그에 가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과거와 현재 스토리가 축적돼 있으며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낸 메일과 카톡 메시지에는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 상대방에 대한 나의 감정들이 남아 있다. 통신회사는 마음만 먹는다면 내가 어느 날 누구와 통화했는지, 어느 장소에 갔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용정보 회사는 내가 신용불량자인지, 신용우수자인지 알고 있으며, 내가 자주 가는 병원은 내 몸이 언제 어떻게 아팠는지 어느 질병으로 문제가 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내가 우수 납세자인지, 세금 체납자인지 알고 있으며, 어디에 살고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고 있으며, 어느 날 어떤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있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내가 어느 날 어느 백화점에서 어떤 물건에 관심을 보였는지, 어떤 상품에 관심 있는지 관찰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내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이라도, 누군가 호기심 많은 사람이 나를 눈여겨볼 수도 있을 것이다.

평온한 일상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나의 삶을 지켜보라. 명예를 지키고 평판을 유지하려거든 투명한 삶을 살아가라. 누군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내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내가 무심한 어느 개인이 나의 정보를 캐내고 나를 평가하고 나를 공격할 때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