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별 헤는 밤이 가능할까   
[박흥식 칼럼] 별 헤는 밤이 가능할까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20.12.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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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도시의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눈부시게 밝은 밤이지만 인공조명의 밝은 빛 사이로 하늘의 별들은 모두 지워지고 짙은 구름 캄캄한 어둠만 보입니다. 도시의 밤하늘은 항상 무언가로 가려져 있는 듯합니다. 전기줄, 간판, 신호등, 거대한 건물들에 갇혀 그 사이로 조그맣게 보이는 뿌연 하늘은 안타깝고 처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대기 오염에 있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초롱하고 맑은 밤하늘의 별을 생각해보지만, 도시의 밤하늘에서 결코 별을 볼 수는 없습니다. 건물들의 스카이라인은 전기불의 반짝거림만 요란한 도시의 야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찾아 도시를 떠나 한적한 어느 시골로 떠날 계획을 세워봅니다.

역설적으로 도시의 밤하늘은 물론 도시를 벗어난 농산어촌까지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로 이어집니다. 인공조명은 인간의 활동 시간을 늘리고 생활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했지만, 과도한 빛은 오히려 동식물들의 호르몬 수치를 높이고 번식 주기 등 생체리듬을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인공조명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홍승대 신안산대 교수는 “학계에서는 소음과 대기. 수질. 토양 오염이 환경파괴의 급행열차라면 빛 공해는 완행열차다”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또한 “당장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생태계를 서서히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밤인지 낮인지 모르게 비추는 빛, 가로등이나 옥외광고, 전광판 등 인공조명으로 밤하늘이 환해지면서 인류의 활동은 물론이고 어류와 조류, 곤충들도 밤에도 쉬지 않고 활동합니다. 이로 인해 온갖 생태계의 생명체들이 번식 주기 등에 이상 증상을 나타냅니다. 빛 공해는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인공조명에 지나치게 노출될 경우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유방암, 전립선암 등 암 발생 비율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자연의 빛은 사라지고 인공의 빛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빛이 필요 없는 곳은 어둡게 해주는 것이 인간과 생태계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빛 공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서구의 천문학자들이었습니다. 외국에선 밤하늘에 별이 안보이면 빛 공해 문제로 다룹니다.
빛 공해에 대한 논의는 대략 40년 전부터 이뤄지면서 이탈리아와 일본 등은 도시조성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서 가로등이나 옥외광고 조명, 전광판 등을 적극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올해 빛 공해 방지법을 개정하고, 지자체가 필요 시 빛 공해 검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검사기관 지정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관리구역 지정 권한이 있는 지자체 대다수가 빛 공해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점입니다.

인간의 문명발달에 반작용으로 왠지 지구가 어떤 정점을 찍고 쇠락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늦었지만 생태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생명들이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저질러 놓은 환경파괴로 인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 엔트로피 법칙이 있습니다. 자연 물질이 변형돼 원래로 돌아갈 수 없는 현상, 즉. 물질계의 자발적 변화는 불가역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법칙입니다. 처음에 크라우지우스의 원리와 톰슨의 원리 형태로 설명됩니다. 예를 들면 “열은 자발적으로 고온부에서 저온부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그 역방향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하는 일은 없다”고 표현됩니다.

물리학의 엔트로피 법칙은 향수병을 떠난 향수 냄새는 다시 병 안으로 거둬들일 수 없고, 열로 흩어진 에너지는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가역 반응을 지칭합니다. 인간이 가한 ‘조작’이 예측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통제할 수 없는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 어휘입니다.

우리의 지구환경은 인공이 아닌 자연의 섭리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인간이 벌레에 물리지 않겠다고, 또 해충없이 깨끗한 작물을 거두겠다고 살충제를 뿌린 결과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유익한 곤충과 곤충의 포식자가 죽고, 그 포식자의 포식자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별을 세는 하늘을 잃어버린 인간은 불행합니다. 산업화의 여파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으로써 부메랑을 맞는 결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천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인 것이다. 이상기후의 피해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등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빈번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자연도 인간을 파양(罷養)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설사 인간이 바이러스 공격으로 모두 죽는다고 해도 지구는 끄떡없습니다. 인간이 사라질 뿐입니다. 인간이 사라지면 지구는 훨씬 더 살기 좋은 환경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사람과 자연의 화해를 위해, 인간이 살아갈 지구의 지속을 위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인류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부텨 인류를 지킬 마지노선의 온도는 1.5도 1.5도씨(C)를 넘기지 않기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이 7년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즉 1.5도 씨를 넘기고 티핑포인트가 넘어가면 인류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대규모 물부족, 식량부족 사태와 이로 인한 대규모 난민 발생으로 인해 에코 파시즘, 전체주의, 극우 정치가 활개 치며 인권유린의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지구공학 등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적 해결에 집착하게 되면서 재앙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최소한의 인권과 지속 가능한 삶을 지켜내야 할 것입니다.

밤은 어두워야 합니다. 달빛, 별빛만 반짝이는 밤하늘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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