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 “여러분이 각자 인생의 단독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책 읽는 대한민국] 영화 ‘벌새’ 김보라 감독 “여러분이 각자 인생의 단독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1.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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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곡진히 흔드는 영화를 보고 극장 밖을 나오면서,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을 생각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말하자면 동류의식 같은 것인데, 이는 이미 오래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삶의 어느 순간을 이미지로 구현시킨 감독에 대한 일종의 경외이자 친밀감과 맥이 닿아있다.

<벌새>를 본 많은 관객이 “내 마음 한구석에 쌓아둔 이야기 같다”는 말을 감상으로 남겼다. 결국 좋은 영화는 각자의 삶으로 파고드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화의 탄생은 재능과 기술의 영역을 벗어난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벌새>는 1994년을 살아낸 여중생 은희(박지후)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다. 은희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상처받고, 또 동시에 치유 받으면서 어른이 돼간다. 우리 모두에겐 ‘은희의 1994년’과 같은 시기가 있다. 잊고 싶지만 동시에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 이 영화가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러한 순간들을 스크린에 거짓말처럼 펼쳐 놓았다는 데 있다.

감독과 영화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인연이 닿았다. <벌새>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보라 감독을 서교동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Q.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명사로 선정돼서 너무 좋네요. (웃음) 제가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독서신문>은 가끔 기사를 찾아 읽었던 매체였어요.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질문에도 책 언급이 되게 많더라고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알아보는 것 같아요. 제가 영화에 많은 책을 심어놨는데, 그걸 알아봐 주셔서 특히 고마웠어요.

Q. 첫 장편 <벌새>가 많은 영화제로부터 초청받았다. 영화에 관해 다양한 말들이 쏟아졌는데, 가장 인상적인 말을 꼽는다면?

A. 어떤 관객분이 편지를 써주셨는데, 편지 내용 중에 “내 상처의 언어가 생긴 것 같다”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그 말이 참 많은 위로가 됐어요. 기사 같은 경우는 단어들이 계속 생각나는데, ‘성숙하다’ ‘성숙한 시선’이라고 많이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저는 항상 철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웃음) 영화가 이렇게 성숙하다는 평을 받아서 다행이에요.

또 “이 세계에서 나쁜 사람이 없다”는 말도 기억에 남아요. 저는 삶을 살아가면서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때로는 누군가가 너무 미워서 복수의 칼날을 갈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깊게 들여다보면 사연이 있거든요. 그 사연 같은 것들이 영화에 드러나서 신기했어요. 사실 그렇게 드러나도록 시나리오를 쓰긴 했지만, 의도를 갖고 써도 다른 사람이 흡수하는 건 별개의 문제잖아요? <벌새>는 제가 의도한 부분을 관객분들이 정확히 받아들여 주셨어요. 창작자로서는 참 기쁜 일이죠.

Q. 첫 단편 <계속되는 이상한 여행>은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는 아이의 성장 이야기로 보인다. 내가 오롯한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거나 다짐한 순간 혹은 계기가 있는지?

A.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린 시절에 일기를 되게 많이 썼는데, 일기를 읽으면서 너무 놀란 게 지금 제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게 없더라고요. 어느 날은 여성 인권에 대한 글을 썼는데, 학교에서 ‘남존여비’라는 단어를 배웠나 봐요. “여성과 남성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라고 선언문처럼 쓴 거예요. 좀 놀랐어요.

또 하나는 사람들이 본질이 아닌 것에 집착하는 걸 목격한 순간에 깨달은 것들이에요. 사실 어렸을 때라 명료하게 언어화할 순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했고, 비슷한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어요. 가령 학교에서 아이들이 본질이 아닌 것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때가 있잖아요? 외모, 부모님 재산, 아파트 평수 등. 그런 게 조금 비일비재한 문화에서 살았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이 <벌새>를 만드는 데 참고가 됐다는 인터뷰를 봤다. 카메라가 ‘문’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특히 두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산 자와 죽은 자의 ‘교감’이라는 점,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성장한다는 모티프가 닮았다. 이에 대해 간략히 말해준다면?

A. <벌새>에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요. ‘응시하다’라는 상태가 되게 중요한데, 영화 자체가 그냥 바라보는 느낌으로 가길 바랐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과 사람이 바라보는 장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순간은 서로 무슨 말을 할 때보다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인 것 같거든요.

죽음 같은 경우는 항상 우리 삶에 있으니까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항상 일상에서 죽음이 일어나잖아요? 죽음이 꼭 나쁜 게 아니라 죽음을 통해서 뭔가를 깨우치니까.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 삶이 약간 환기되는 게 있고요.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심플해지는 게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가끔 ‘내일 죽는다면 어떤 걸 할까?’라는 생각을 해요.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삶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서요. 그러다 보면 쓸데없는 술자리도 안 가게 되고,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것 같아요.

Q. 때론 큰일보다는 작은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다. <벌새>는 잊고 싶었던(혹은 잊고 싶지 않았던) 일상의 편린들을 한군데 모아놓은 영화 같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촘촘하다. 시나리오 탄생의 원천과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A. 어떤 대상을 관찰할 때 전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연예인 인성 얘기할 때, 거기에서 오가는 말들이 되게 폭력적이라고 느껴요. ‘사람을 너무 띄엄띄엄 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인간적이라는 건 ‘좋다’ 혹은 ‘나쁘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항상 좋은 사람이 있겠어요? 많은 사람이 <벌새>를 보고 저를 되게 성숙하다고 생각하고, 극 중에 나오는 영지 선생님처럼 보려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저는 그렇게 성숙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유치하고 철없는 면도 되게 많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을 이분화하거나 장애인이나 소수자를 천사나 악마로 묘사하면서 일종의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으로 묶는 게 싫어요.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대할 때 고정관념을 갖지 않고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요. 인생 자체가 다각도로 펼쳐지니까요.

영화 역시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일상을 다각도로 보지 않으면 영화 역시 납작해질 수밖에 없어요. 제가 안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그룹을 만들어서 ‘우리’라고 말하는 거거든요. 남을 소외시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누구랑 친하다는 말도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냥 단독자로 있으려고 해요. 사실 중요한 건 누구랑 친하고, 누구랑 친하지 않다는 걸 구분 짓는 게 아니라 그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무언가라도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가족을 사랑하긴 하지만 내 인생 1순위는 아니거든요. 가족이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해줄 수 없는 게 있어요. 저는 애인에게도 “네가 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해요.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가 좋아요. ‘건강한 거리 두기’라고나 할까요? 그냥 그게 제 삶의 어떤 가치관인데, 그게 영화에도 드러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작품도 자기가 사는 대로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조금 미화는 했겠죠? (웃음) 친구들이 “너는 매일 네 생각만 하는데 영화는 되게 성숙하게 나왔다?” 이러면서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부정할 수 없어요. 그것도 제 모습 중 하나니까요.

Q. 엄마가 은희(박지후)의 외침을 듣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장면이 아프게 다가왔다. 오프닝 장면에서도 그랬지만 은희가 유독 엄마의 부재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A. 모두가 가진 엄마가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죠. 가령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없을까 봐 무서워서 급하게 뛰어온 경험 같은 거요. 그게 비단 엄마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어떤 본질적 관계와의 연결성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게 엄마라는 쉬운 언어로 표현됐고, 사실 엄마의 부재로 인한 공포는 전형적일 수도 있어요. 전형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공포를 영화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어요. 말씀해주신 오프닝 장면과 엄마를 애타게 부르는 장면을 다행히 관객분들이 잘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Q. 아빠 캐릭터가 조금 귀엽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딸을 아끼는 마음 역시 애틋하게 그려진다. <벌새>의 시초인 <리코더 시험>에선 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용돈을 준다거나 신발 끈을 묶어주고, <벌새>에선 아픈 딸을 대신해 아이처럼 펑펑 운다. 우는 아빠를 바라보는 은희의 표정에서 ‘저 사람(아빠)도 사람이구나’라는 게 느껴진다. 캐릭터 작법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궁금하다.

A.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왜 저래, 왜 자기감정에 치우쳐서 자기가 울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은희 입장에서 본다면, 아빠가 자기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자기를 위해 막 울어주면 솔직히 우쭐하고 기분 좋았을 것 같아요. 은희 역할을 한 지후도 그렇게 얘기했고요. 이 장면은 저 역시 굉장히 좋아하고 아끼는 장면이에요. 아빠 캐릭터에 애정을 담았어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랬는데, 시나리오 단계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가 1위가 은희였고, 2위가 아빠였어요.

Q. <계속되는 이상한 여행>에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벌새>에선 『제2의 성』 『페미니즘과 계급정치학』 『가부장제 이론』 등의 책들이 등장한다. 전부 영화의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 특히 은희가 학원 책장에서 빼든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와 한문 선생님인 영지(김새벽)에게 선물한 스탕달의 『적과 흑』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특별히 이 책들을 넣은 이유가 있는지?

A. 영화에 나오는 책은 책임감을 가지고 등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소품, 그 어떤 것도 다 의도가 있어요. 『적과 흑』은 은희 캐릭터를 대변하는 책이에요. 은희가 워낙 자기 안의 목소리가 많고 그걸 되게 괴로워하는 인물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쥘리엥 소렐도 그래요. 내면에 폭풍이 몰아치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쥘리엥 소렐이 은희의 현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어렸을 때 쥘리엥 소렐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는데, 그때 ‘이런 사람이 나 말고도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크눌프, 그 삶의 세 이야기』는 영지 캐릭터를 반영한 책이에요. 크눌프라는 인물이 굉장히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나오는데, 영지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간혹 우리는 세상이 정한 규칙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업신여길 때가 있어요. 근데 인생은 그렇지 않아요.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있어요. 나는 나, 너는 너. 이런 정서가 이 책에 흘러요. 영지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영지의 그런 태도를 영화 안에서 보여주려고 했어요. 크눌프가 되게 단독자 캐릭터인데, 영지 역시 그렇거든요. 은희도 커서 삶의 단독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등장시켰어요.

Q. 개인적으로 <벌새>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을 꼽으라면, 불현듯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외삼촌의 존재감이다. 그러니까 은희의 1994년은 외삼촌의 죽음으로 시작해 영지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 같다. 외삼촌이 빠져나간 현관문을 오랫동안 포착하는 장면이 잊히질 않는다. 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궁금하다.

A. 외삼촌이 현관문을 빠져나간 후 스태프들이 컷(cut)을 하라는 거죠. (웃음) 그때 제가 얘기했어요. 길게 찍겠다고. 이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가 컷을 너무 안 해서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적이 자주 있었는데, 실은 다 계산이 있었거든요. (웃음) 말하자면 컷의 지점이 일반적인 문법이랑 달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약간 언캐니(uncanny)하게, 낯설게 발현되도록 노력했어요. 일상인데 낯선 일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순간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샘 멘데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1999)에서 주인공 남자가 비디오 캠코더를 찍는 게 취미인데, 거리에 비닐이 춤추듯 걷는 순간을 찍는 부분이 있어요. 그 장면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따지고 보면 지극히 일상의 순간이잖아요? 근데 영화로 재현되는 순간, 무척 아름답게 다가왔어요. 일상에서의 마법, 신비를 포착하는 순간. 저도 그런 일상에서의 신비를 영화에서 많이 포착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은희가 영지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혼자 학원 앞에서 계단을 뛰어 내려오면서 노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혼자만의 시간이나 해 질 무렵의 정서, 마법적 정서를 영화 속 이미지로 녹여내고 싶었어요.

Q. 만화가가 꿈이었다고 들었다. <벌새>에서 은희와 영지도 만화를 좋아하는 설정으로 나온다. 즐겨 읽었던 만화와 함께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만화가 있는지?

A. 어렸을 때 강경옥 작가님 만화를 좋아했어요. 『라비헴 폴리스』 『별빛 속에』 『현재진행형 ing』 등을 읽었고, 지금은 엘리슨 벡델의 만화를 즐겨 읽어요. 『펀 홈』이랑 『당신 엄마 맞아?』라는 책인데, 이 책들의 경우 제가 워낙 많이 언급하고 다니다 보니 <벌새> 개봉 이후 판매 부수가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웃음) 뭔가 좀 뿌듯하더라고요.

Q. 박찬욱 감독이 서둘러 속편을 내어놓으라고 했는데, 혹시 구상 중인 이야기가 있거나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A. 사실 두 번째 작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어요. 근데 확실한 건 되도록 제가 시나리오를 쓰지 않으려고요. 제가 쓰는 순간 또 6년이 걸릴 것 같아서. (웃음) 세 번째 작품은 SF(science fiction films, 공상과학을 주제로 한 영화)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 색깔이 있는, 전혀 다른 언어의 SF가 될 것 같아요.

Q.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A.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이라는 책인데요. 우리는 항상 뭔가를 하려고 하잖아요? 가만히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 같은 게 있는데, 이 책에는 놓아버리는 것 혹은 ‘하지 않음’ ‘애쓰지 않음’에 관한 철학이 담겼어요. 놓아버리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삶의 중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 같은 거요.

또 하나는 스캇 팩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이에요. 심리학이나 명상에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스캇 팩이 사랑을 정의하는 부분이 흥미로운데,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에 집착하잖아요? 흔히 사랑은 설렘이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라고 하는데, 스캇 팩은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얘기해요. “사랑은 빠지거나 낙하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주체적인 선택이고 의지다”라고 선언하듯이 말하는데 그 부분이 와 닿았어요. 흔히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사랑의 담론은 층이 얇은 경우가 많아요. 사랑을 숭배하거나 이성애 관점의 연애에 국한돼 있는데, 스캇 팩의 사랑 얘기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참 좋아요.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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