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에게 듣다]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피자·파스타·페라리... 이탈리아인의 창조력 산물”
[대사에게 듣다] 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 “피자·파스타·페라리... 이탈리아인의 창조력 산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0.11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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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국가수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파견된 수교국가에서 외교교섭은 물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합니다. 주재국에서 대사는 곧 국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에 대사의 말은 해당 나라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정보로 평가받습니다. <독서신문>은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통해 각 국가의 문화·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장화 모양의 국토로 유명한 남유럽의 반도 국가. 한때 세계를 호령하며 ‘세계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를 수도로 하는 나라. 정식 국가명칭은 이탈리아 공화국.

르네상스(14~16세기에 일어난 문화 운동 ) 발상지인 이탈리아는 ‘땅만 파면 유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만 55개로, 중국과 함께 세계 최다 수준이다. 지금도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밀라노 대성당, 피사의 사탑 등에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다시 사람을 낳는 법. 이탈리아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걸출한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동방여행의 기록을 담은 책 『동방견문록』을 펴낸 마르코 폴로, 영원불멸의 거작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 알리기에리,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의 명작을 남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의 그림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런 DNA는 패션기술 분야로 이어져, 구찌오 구찌, 조르조 아르마니, 루치아노 베네통, 미우치아 프라다 등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엔초 페라리,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등의 기술장인을 배출했다. 이름에서 알리듯, 구찌, 아르마니, 프라다, 불가리 등 명품 패션 브랜드와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자동차 브랜드가 이들 손에서 탄생했다. 비록 지난 10년간의 심각한 경기침체(GDP 0%대의 성장률 )로 상당수 브랜드가 해외기업에 매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Made in Italy’가 명품의 증표임에는 변함이 없다.

로마 교황이 머무는 바티칸 시국을 품으며, 인구 78%가 가톨릭인 나라. 종교 수준의 축구 사랑으로 브라질에 이어 독일과 함께 두 번째로 많은 월드컵 우승기록(4회 )을 지닌 나라. 가족을 중시해 대기업보다는 가업 형태의 중소규모가 경제주축을 이루는 나라. 이탈리아의 이모저모를 지난 3월 부임한 페데리코 파일라 대사에게 들어봤다.

Q. <책 읽는 대한민국:대사에게 듣다> 명사로 선정됐다. 소감과 함께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말 부탁한다.

A. 우선 이렇게 명사로 선정돼 기쁜 마음이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난 3월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 부임하게 됐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또 이탈리아에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주한 이탈리아 대사로 부임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더불어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된 것도 기쁘게 생각한다.

Q. 주한국대사로 부임한 지 7개월 됐다. 한국에 대한 느낌이 어떠한지.

A. 첫인상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느낌은 너무 좋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고르게 분포하는 나라인데, 그런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여겨진다. 그간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 주요국가에서 근무했는데, 서울에 와서는 매우 역동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Q.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A. 먼저 비슷한 점으로는 양국 국민 모두 문화를 사랑하고 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또 모든 일에 빠른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유사하다. 이탈리아 국민도 한국 국민과 같이 가족에 대한 애착도가 높아, 사회적인 삶의 패턴이 가족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유사하다.

다른 점은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인 데 반해 이탈리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지녔다. 의사결정도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이 일반적이다.

Q. 그간 주로 아시아에서 근무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것 같은데, 현재 동아시아·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나?

A. 아시아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전 세계 인구의 거의 50%가 아시아에 거주하고, (작물/공산품 등의) 생산량 역시 아시아 비중이 월등히 높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이며, 이는 유럽과 이탈리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에 한반도 평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반도 긴장 완화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Q. 건강과 의사는 이탈리아인의 주요 대화거리로 알고 있다. 이탈리아는 160명당 1명 꼴로 의사가 많고,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인은 유럽에서 가장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으로 손꼽힌다. 장수 비결이 있다면.

A.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말한 것처럼 인구당 의사 수가 많은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 근저에 자리한 주요 요인은 이탈리아 국민은 복지를 누릴 권리를 갖고 있으며, 국가가 그 권리를 보장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탈리아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지니기 때문에 국가는 그 권리를 지키는데 필요한 모든 요건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둘째는 지중해 식단이다. 지중해 식단은 건강식으로 유명한데, 산지에서 나온 천연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운송 과정에서 변질할 우려가 없다. 별도의 가공도 거치지 않아 신선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셋째는 이탈리아 국민이 스포츠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탈리아 국민의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고 생각한다.

Q.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의료복지를 제공한다고 들었다.

A. 이탈리아는 자국민뿐 아니라 이탈리아 땅에 들어온 사람 누구에게나 건강할 권리를 보장한다. 합법성을 떠나 사람의 생명권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사람(난민 )에게도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Q. 특정 사회의 관심사는 베스트셀러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요즘 이탈리아에서 인기 있는 책은 무엇인가? 어떤 이유에서인가?

A. 이탈리아는 문화 강국인 만큼 해마다 많은 문학 작품이 집필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인기 있는 책은 ‘나폴리 4부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의 눈부신 친구』 시리즈다. 엘레나 페란테의 작품은 한국어로도 번역돼 판매되고 있다.

다음은 안토니오 스쿠라티 작가가 쓴 『세기의 아들』이란 작품이다.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무솔리니 시대에 파시스트가 어떻게 이탈리아 정권을 잡았는지를 다룬 소설이다. 이탈리아 역사 중 가장 암울했던 시대를 잘 풀어내 이탈리아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Q. 한국의 경우 문학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탈리아는 문학이 큰 인기를 얻는 것 같다.

A. 판매량으로 보자면 픽션(소설 등 문학 작품 )이 논픽션(자기계발 등 실용서 )보다 인기가 많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역사물이 의외로 큰 성공을 거둘 때가 있기는 하다. 르네상스나 로마시대를 그린 역사서의 경우 큰 관심을 받기도 하지만, 트렌드를 보자면 소설이 강세를 보인다.

Q. 이탈리아에서는 대형마트보다 노천시장이 인기를 끈다고 들었다. 한국은 대형마트의 선호도가 높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월 2회 대형마트 강제휴업을 할 정도다. 이탈리아인이 노천시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불행히도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전통시장이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통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먼저 전통시장의 인기는 일반 마트보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현실적인 이유 말고 전통시장에서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가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일반 시장에서는 물건을 살 뿐이지만 전통시장은 우정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인간관계가 형성되는데, 그런 점이 전통시장의 매력인 것 같다. 현지 재래시장 분위기를 느껴보려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Q. 베니스,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 이탈리아에는 여행할 곳이 참 많다. 18세기 영국 귀족은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해당 도시를 여행하는 것을 ‘완벽한 신사’가 되는 과정으로 여겼다고 한다. 해당 도시에 대한 대사 개인적인 느낌을 알고 싶다.

A. 해당 도시는 모두 가봤다. 특히 로마는 한국에 오기 전에 거주하던 곳이기도 해, 해당 도시들을 잘 알고 있다. 이 도시들의 특징은 모두 번성한 옛 수도였다는 점이다. 마르코 폴로로 인해 잘 알려진 베니스는 최초로 동양으로까지 교류 범위를 넓힌 공국의 수도역할을 했다. 로마 역시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수도였으며, 나폴리는 시칠리아 왕국의 수도, 피렌체는 이탈리아가 도시 국가로 분리됐을 때 공국의 수도역할을 한 중요한 도시다. 밀라노도 한국인이 많이 가는 주요 도시인데, 수도인 적은 없지만, 디자인과 패션 분야의 수도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는 좋은 도시가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Q. 더 알리고 싶은 도시가 많다고 했다. 혹 그 외에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 이유는?

A. 어려운 질문이다. 이탈리아에는 볼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로나만 해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됐던 곳이고, 최근 한국에 많이 알려진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바다라든지, 이탈리아 중부의 마르케 지역과 오르비에토 같은 역사적 도시가 즐비하다. 나폴리 인근의 아말피 해안도 아름다운 곳이다. 아름답기로는 시칠리아도 빼놓을 수 없는데, 독특한 풍경과 역사를 지닌 곳이다. 잠시 아랍 국가의 영향력 아래 있었고, 노르만족, 바이킹족까지도 시칠리아에 온 적이 있다. 한때는 스페인 영토에 속했고, 아주 옛날에는 그리스인들이 점령했기 때문에 시칠리아에 가보면 그리스보다 더 그리스적인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다. 이외에도 북부에는 알프스 산맥과 돌로미티 산맥도 가 볼 만한 곳이다.

Q. ‘먹으면서 식욕이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음식의 종류는 상당한 수준이다. 피자와 파스타는 이미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A. 이탈리아 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섬세함과 단순함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음식은 압도하지 않는 감칠맛을 선사한다. 피자와 파스타가 대표적인데, 사실 이 외에도 지역별 특성을 지닌 훌륭한 이탈리아 음식이 많다.

Q. 대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추천할만한 음식은?

A. 솔직히 나는 모든 이탈리아 음식을 다 좋아하는 편이다. 그중에서 한국분들에게 추천할 요리를 꼽자면 북부 이탈리아 음식으로는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와 토르텔리니를 추천한다. 남쪽 음식은 해산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해산물이 들어간 음식이 뭐든 맛있는 편이다. 굳이 미슐랭 별을 받은 음식점이 아니어도 주방장이 추천하는 요리를 먹으면 된다. 이때 이탈리아산 와인을 곁들이면 맛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생산량은 세계 12위 수준이다. 품질 좋은, 가성비 높은 와인을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한국 돈 1만5,000원 정도면 충분히 맛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에는 꼭 와인을 곁들이기를 추천한다.

Q. 개인적으로 즐기는 한국 음식이 있나.

A.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한국 음식 이름에 익숙하지 않지만, 한국적인 맛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제껏 여러 음식을 먹었는데 한국 음식이 지닌 다양성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특히 고기, 생선, 야채 등이 한 상에 올라 같이 먹는 게 인상적이었다.

Q. 이탈리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세권 정도 소개 부탁한다.

A. 아까 그랜드 투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탈리아인이 쓴 건 아니지만 괴테가 쓴 『이탈리아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 가장 최초의 이탈리아 여행기가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 지역 특성과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삶을 너무 잘 표현했다. 거기에 고전 문학적 가치까지 있기에 일독을 권하고 싶다.

두 번째 책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루이지 바르지니 작가가 쓴 『이탈리아인들』이란 책이다. 작가가 영어로 쓴 것을 다시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것으로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인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에 영어로 읽으실 수 있는 분은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음으로는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주세페 세베르니니가 쓴 『후천적 이탈리아인』라는 책을 추천한다. 앞서 추천한 책이 18세기와 1960년대 이탈리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21세기를 맞이하던 시절의 이탈리아 사람들을 고찰하는 작품이다.

위 책 세권은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의 국민성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책이다. 주로 이탈리아를 문화적으로 뛰어나고 역사적으로 유서 깊고, 유적이 많은 나라로 다뤘는데, 그 근저에는 이탈리아 국민의 뛰어난 창조력이 자리한다. 그 창조력은 이탈리아의 문화력 외에 기술력으로도 표현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페라리 자동차다. 페라리 하면 겉모습에 공들인 차로 생각하고 그 안에 기술력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페라리는 엔진부터 모든 부품이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궁극의 기술집합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언급하고 싶다. 올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사후 500년으로 기술자이자, 예술가, 창조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창조적인 이탈리아인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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