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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시인의 서점 ‘위트앤시니컬’, 수만 가지 사람 결처럼 시의 색도 1만 가지
시인의 책상에 앉은 유희경 시인

[독서신문] “가을에 시집이 잘 팔리나요? 선입견이겠죠?” 

“오히려 가을엔 책이 잘 안 팔려요. 날씨가 좋아서 서점에 안 오세요. 이왕이면 가을에 잘 되는 시집 서점보다는, 사시사철 잘 되는 시집 서점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가을 날씨에 접어드는 8월의 마지막 날, 신촌 기차역 맞은편 골목에 자리 잡은 ‘위트앤시니컬’을 찾아 책방 주인 유희경 시인을 만났다. 위트앤시니컬은 순문학시집만을 취급하는 색깔 뚜렷한 시집 서점으로, 1호점을 오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월 합정역 근처에 2호점을 열었다. 

‘서점이 잘 돼서’는 아니다. ‘시인’으로, ‘시’로서 독자를 만나는 방법이 뭘까, 고정되지 않은 형태로 시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고민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이은미 파스텔뮤직 대표가 “신촌에 ‘카페파스텔’을 만들 건데, 다양한 문화 활동이 벌어지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유희경 시인이 같은 해 7월부터 카페의 한켠을 빌려 시의 향기가 피어오르게 하는 중이다. 

위트앤시니컬. 시에는 ‘위트’도 있고 ‘시니컬’도 있다는 뜻이다. 한글로 번역하면 ‘재치 있고 냉소적이며 싸가지 없는’ 시들을 갖춰놓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소 격한 표현 같아 부연 설명을 부탁했다. “시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만을 논한다기보다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 봐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언가 감춰져 있는 게 있다고 믿죠. 시가 온건하고 서정적이라는 건 체제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윤동주, 백석, 김소월 시 보면 기본적으로 냉소가 담겨 있거든요. 다만, 시가 ‘어떻다’라고 정의내리는 건 피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유 시인은 “시의 색은 1만 가지”라고 했다. 시집을 접해보려 위트앤시니컬을 찾은 손님들에게 어떤 책을 권해주느냐는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었다. 그는 제목이 끌리는 시집을 먼저 집는 게 좋다고 했다. 한 번은 시와 친하지 않은 지인이 어려운 시집을 들기에 “괜찮겠어?”라고 물었는데 “응, 이 제목이 끌려”라고 답했고,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결이 달라 백이면 백 다른 책을 고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손님들에게 “교과서 읽을 때 어떤 시가 좋았나”, “어떤 음악이나 색을 좋아하는가”, “어느 시간대에 기분이 좋은가” 등의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위트앤시니컬은 ‘시 낭독회’를 통해 독자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유 시인은 시 읽기가 어려우면 낭독회를 먼저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시인들이 시를 잘 읽어요.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속으로, 겉으로 얼마나 많이 읽었겠어요” 실제로 시를 소리 내 읽어 보면 와 닿지 않던 표현들도 예상보다 쉽게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매력이 통한 걸까. 서점에서 진행한 황희찬 시인 낭독회는 3분 만에, 심보선 시인 낭독회도 8분 만에 60석이 매진됐다. 

요즘 시집 중에 핫셀러는 없다. 심보선, 박준 시인의 책이 잘 팔리는 편이다. 유 시인이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독서 타입은 다음과 같았다. “짧게 읽을 수 있는, 훅(Hook)이 분명한, 긴가민가하지 않은 책을 읽어요” / 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1호 (2017년 9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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