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것] 코로나 집콕 생활... ‘시간 순삭 콘텐츠’
[주말 볼 만한 것] 코로나 집콕 생활... ‘시간 순삭 콘텐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2.19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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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거론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외출이 아니라면 집에 머무는 것이 ‘미덕’을 넘어 ‘응당한 일’이 돼가고 있다. 다만 그 응당한 일을 지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벌써 1년 가까이 ‘집콕’ 생활을 강요받아 온데다, 연말의 ‘들뜸·설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많은 이들이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제주도와 강원도엔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예약이 넘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물론 그들도 할 말은 있다. 그간의 언택트 생활 동안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정말이지 안 해 본 것 없이 다 경험했다.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도 수십, 수백 잔을 내렸고 드라마 정주행도 여러 번 반복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과 맞서 몸부림친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그 안에 ‘독서’가 있었는지. (코로나로 집에 있는) 아이들이 혼자 놀다 지쳐 급기야 동화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는데, 과연 나는 어떠했는지. 그런 이들에게 추천한다. 단순히 많이 팔린 책이 아닌, 몰입도 높은 내용으로 여러 사람이 읽고 재밌다고 평한 소설 BEST 3.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발표한 『밀리 독서 리포트 2020』(지난 1년간 밀리 회원들이 읽은 10만권의 독서 이력 분석)에 따르면 몇몇 소설은 베스트도서(많이 읽은 책)엔 들지 못했지만 유독 높은 완독(할 확)율을 보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보니 재미있어 끝까지 읽은 사람이 많은 책이란 말이다.

그 첫 번째 소설은 B. A. 패리스의 소설 『비하인드 도어』(아르테)다. 소설 속 주인공은 호화 저택에 머무는 잭과 그레이스 부부. 잭은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다. 승률 100%를 자랑하는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로 빼어난 외모에 그레이스의 하나뿐인 (다운증후군을 앓는) 동생 밀리를 사랑으로 대하는 흔치 않은 남편이다. 하지만 태국에서 드러난 그의 본색은 공포 그 자체였다. “공포에 질린 인간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며 호텔 문을 잠근 잭은 그레이스를 감금하고 조련하기 시작한 것. 물론 그레이스가 순순히 갇혀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여러 번 도주를 꾀했다. 잭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호텔 카운터로 뛰어가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지만, 이미 잭에게 언질을 받은 호텔 직원들은 그녀를 ‘정신이 불안정한 여자’ 취급했고, 그때마다 잭은 “약 먹을 시간”이라며 그녀를 방으로 이끌었다. 기지를 발휘해 옆방의 스페인 커플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지만, 그 방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남편 잭. “방을 또 하나 잡은 가치가 있었어. 내가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아니 기분이 어때”라며 웃어 보이는 잭 앞에서 그레이스는 공포감에 전율했다. 완독할 확률 88%(평균 61%), 완독 예상 시간 4시간 2분(평균 2시간 52분).

두 번째 소설은 지난 8월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알에이치코리아)이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눈을 뜬 기리유 에리코. 경찰은 에리코가 남자친구인 지로와 동반자살을 꾀했다가 혼자 살아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에리코가 아는 한 지로는 회랑정 료칸에서 분명 살해당했다. 범인은 그로부터 반년 후 이치가하라 회장의 유산 상속과 관련 있는, 그날 그곳에 모인 아홉명 중 누군가. 에리코는 노파로 변장해 회랑정 료칸을 찾아 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목을 조르지만, 이게 무슨 일. 그는 이미 싸늘한 시체다. 그는 누가 왜 죽인걸까? 여러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여러 인물의 사연 속에 드러난 의외의 살해 동기에 다겹의 반전이 펼쳐진다. 이 책의 매력은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반복되는 서사의 변주다. “뻔히 보이는 결말이라고 자만했으나, 허를 찔렸다”는 게 여러 독자의 고백.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재미는 익히 잘 알려진 바다. 저자의 소설은 다수의 군부대에서 성인잡지 <맥심>과 함께 군인들이 돌려 읽는다고 알려질 정도. 그중에서도 이 책은 최고 흥미작으로 손꼽히는데, 밀리의 서재에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20편 중 완독할 확률이 가장 높은 작품이다. 완독할 확률 85%, 완독 예상 시간 4시간 4분.

마지막으로 추천할 소설은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복복서가)이다. 소설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희미해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연쇄살인범 김병수의 삶을 그려낸다. 소설은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한 기록의 나열로 구성된다. 수많은 이들의 생(生)을 박탈했지만 자신은 과거의 기억과 딸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결국 시간에 패배해 늙음과 죽음 앞에 무력해지는 한 인간의 말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난 출구 없는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지난 7년간 십여개국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완독할 확률 80%, 완독 예상 시간 1시간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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