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콘텐츠] 대기업→기자→작가... 장강명의 에세이
[주말 볼 만한 콘텐츠] 대기업→기자→작가... 장강명의 에세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23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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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장강명 작가. [사진=JTBC]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대개는 이 사이 어딘가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뤄 직업을 택한다. 하나의 선택권만을 지니고 할 수 있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를 오가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누군가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는 직업을 얻기도 한다. 장강명 작가는 운 좋게도 후자에 속한다.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장 작가는 유명 건설사에 취직했다가 기자로 전직,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계에 발을 들였다. 본래 기자와 소설가를 겸할 생각이었지만, ‘내 글’에 관한 목마름으로 결국 전업 소설가의 길을 선택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글의 소재로 삼기 마련이다. 그건 장 작가도 마찬가지. 그는 2016년 출간한 첫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을 통해 결혼 후 5년 만에 떠난 신혼여행의 전후 과정을 소개했다. 먼저 신혼여행 동무인 아내 ‘HJ’를 만난 건 2001년 대학 개강 파티 자리에서다. HJ는 장 작가와의 첫 만남 때 이미 “언젠가 저 오빠랑 내가 사귀겠구나”라고 생각했다지만, 그런 호감을 간파했음에도 “방어적 태도”를 취한 장 작가는 그 이유를 “저렴하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서술한다. 초기 관계 설정이 어떠하든 이후에는 장 작가가 호주 유학 중인 HJ에게 매달리며 “평생 기다릴 수 있어”라고 호소(?)한 끝에 2009년 결혼을 하게 된다. “허례허식”인 결혼식 대신 혼인 신고만 하고 한겨레 신문에 1단짜리 결혼 기사를 냈다.

장 작가의 첫 직업은 굴지의 건설회사였다. 도시공학과 졸업 후 건설회사 취업은 어쩌면 (당시 재건축 붐으로 건설업이 호황이었던 상황으로서도)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입사 5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기자에 도전한다.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결국 기자가 된 장 작가는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했고, 그 대가로 이달의 기자상, 관훈기자상 등 “회사 안팎에서 주는 상을 제법” 많이 받았다. (이는 이후 받게 될 수많은 상의 전조였을지 모르는데, 그는 이후 수림문학상, 제주 4·3 평화상, 문학동네작가상, 젊은작가상, 오늘의 작가상 등을 받은 다상(多賞) 작가로 변모한다.) 다만 기자 경력 10년째가 되던 해, “하루만 지나면 잊힐 기사에 내 삶을 바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결정적 사건”(자세히는 설명 안 함)으로 퇴사, 전업 작가의 길로 접어든다. 『5년 만에 신혼여행』은 그렇게 기자를 그만두고 떠난 신혼여행의 기록이다. “내 감정이 중요하다.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는 작가가 “본전 뽑겠다는 생각으로 다니지 말자”(‘그냥 여행을 즐기자’라)는 다짐으로 떠난 보라카이 여행에서 “한 성깔”하는 아내와 “야무지게 싸웠”던, 그리고 화해한 후 여행을 즐겼던 여정이 담겼다. 이 땅의 모든 부부가 지닌 ‘보편성’과 장강명 부부만이 지닌 ‘특수성’이 비빔밥의 나물, 밥, 고추장처럼 조화를 이룬 에세이다.

『5년 만에 신혼여행』이 장 작가의 삶, 생활상을 드러냈다면, 『책, 이게 뭐라고』는 장 작가가 책을 대하는 태도를 여실히 드러낸 에세이다. 2017년부터 2년간 진행한 독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며 느낀 소회를 담았다. 비록 “인지도가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팟캐스트에 참여해 ‘말’을 전했지만, 장 작가는 『책, 이게 뭐라고』에서 ‘말’보다 ‘글’을 강조한다. 그는 “강연 같은 가욋일에 한눈팔지 말고” 오로지 “인세로 먹고살고 싶었다”고 거듭 힘주어 적는다. <동아일보> 기자를 그만둔 다음 해(2014년)에 글쓰기로만 5,200만원(공모전 상금)을 벌고, 2015년에는 1억원(역시 공모전 상금)이 넘는 수입을 거둔 “한국 소설가들 중에는 정말 손꼽힐 정도로 높은 수입”을 올린 경험을 소개하면서도, 결국 그런 자신도 ‘말’(강연 등의 가욋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는다.

장 작가는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출판계 이야기(책 출간 후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주는 증정본은 10~20권, 추가 구매는 30% 할인된 금액으로 가능하다는 등의 이야기), 비판적 사고(“예의는 감성의 영역”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예의는 맥락에 좌우”되고 “윤리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한다는 이야기), 책을 즐기는 이상한(?) 국민(1년 내내 책 페스티벌이 열리는 아이슬란드 소개), 철학적 사고(‘독서가 더 나은 인간을 만들 수 있는가?’란 주제를 다루며 히틀러가 매일 500쪽씩 읽은 애독가란 사실을 소개), 독서 취향(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는 취향 소개), 자기 고백(“소설 쓰는 일을 사랑하지만 즐겁고 재밌지는 않다”는 고백)을 전한다.

참고로 장 작가는 대략 3~4일에 한 번씩 페이스북에 읽은 책의 평점(작품성 평가가 아니라 권유 지수라고 밝힘)을 남기는데, 별 다섯 만점에 별 셋 이하가 대다수다. 별 넷 이상이 드문데, 그만큼 강 작가가 별 넷 이상을 준 작품은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별 넷 이상을 받은 작품으로는 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브루아르』 등이 있다. 자신에게 소설 작법 교과서였으며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소설로는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 달리아』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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