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콘텐츠] 성(性)을 다룬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두편
[주말 볼 만한 콘텐츠] 성(性)을 다룬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두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31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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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사진=연합뉴스]
파울로 코엘료.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탁월한 필력을 바탕으로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브라질 출신 작가 파울로 코엘료. 저널리스트이자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사 중역 등 다양한 직업을 지녔던 그는 1986년 돌연 모든 걸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나면서 소설가의 길로 접어든다. 당시 순례 경험을 바탕으로 1987년에 쓴 소설 『순례자』가 화제가 되면서 파울로 코엘료는 일약 스타 소설가로 주목받았고, 이듬해에는 자아(自我)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린 『연금술사』를 출간해 스타 작가에서 세계적 작가로 거듭났다. 특히 『연금술사』의 인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던지,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 전시회에 참여한 파울로 코엘료는 53개 번역서에 사인을 하면서 ‘한 자리에서 가장 다양한 단일 소설 번역본에 서명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또 2009년에는 『연금술사』가 81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한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또다시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작가지만, 사실 그 외에도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 적지 않다. 특히 인간의 성(性)을 탐구하는 작품을 여럿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2003년 출간한 『11분』이다.

소설 『11분』은 “소녀 시절 (돈 많고, 잘생기고, 머리 좋은) 남자를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정식으로) 그와 결혼하고, (장차 유명인사가 될) 아이를 둘쯤 낳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예쁜 집에서 살기를 꿈(꾸는)” 여자(마리아)가 몸을 파는 창녀로 변모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야릇한 제안에 “아무래도 내가 옳지 못한 결정을 내리려는 것 같다”며 잠시 머뭇거리지만, 결국 “실수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방식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스위스로 떠난 마리아는 그렇게 창녀의 삶에 빠져든다.

소설은 남성의 성 매수 상황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특히 단순 성관계가 아닌 일종의 ‘플레이’(사디즘 등의 성적 상황극)의 내막을 파고든다. 성적 상황극 안에서는 ‘옐로’(폭력의 강도를 낮춰달라는 약속어)와 ‘레드’(즉시 중단을 뜻하는 약속어)의 약속된 신호 외에는 모든 본능적 행위가 허용된다. 가학(加虐)도 피학(被虐)도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그 무한한 용납 속에 속세의 규제는 그 어떤 것도 포함되지 않는다. 플레이에 있어선 유부남이란 정체성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은밀히 진행되는 탓에 주변에 알려질 가능성이 낮지만, 설령 주변에서 안다 해도 (소설 속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어느 대범한(?) 아내는 “오히려 남편이 일주일간의 노동을 보상받을 수 있는 적절한 놀이를 찾았다며 행복해”한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마리아가 주목하게 된 건 남성의 성욕보다는 그 속에 감춰진 수치감과 두려움이다. “돈을 주고 산 창녀 앞에서조차 발기가 안 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진짜 수컷으로 보이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떠는 남성들을 보면서 마리아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난데, 오히려 그들이 부끄러워(한다)”고 의아한 심정을 토로한다. 아울러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에 관해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의 재물일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성행위 평균 지속 시간 11분의 의미를 담은 소설 『11분』은 파울로 코엘료가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과거 창녀로 활동했던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비로소 집필에 성공했다.

2014년 출간한 『불륜』의 소재 역시 성(性)이다. 주인공은 삼십 대 여성인 린다로 좋은 집에서 가정적인 남편과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기자로 활동하는 그녀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사랑이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자면 완벽한 삶이지만, 나 홀로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녀는 재선을 노리는 유명 정치가인, 정확히는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였던 야코프와 불륜 관계를 맺는다. “당신 행복해?”란 말 한마디에 시작된 불륜 관계 속에서 죄의식과 흥분감 사이를 오가던 린다는 말한다. “그 남자에 대한 내 마음이 사랑이 아니란 건 나도 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잃어버렸던 기쁨을 조금씩 되찾게 해줬고 목까지 차올라 날 익사시킬 것 같았던 외로움이 물구덩이에서 날 지탱해줬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불륜의 끝자락에서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11분』은 성을 사고파는 사람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불륜』은 불륜에 빠졌다가 돌아온 여성의 내면을 살뜰하게 끄집어 내보인다. 그 욕망 자체는 모두가 공감할 보편적 요소지만, 그 욕망을 해석하는 저자의 개별적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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