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콘텐츠] 설 명절, 당신에게 ‘가족’이란?
[주말 볼 만한 콘텐츠] 설 명절, 당신에게 ‘가족’이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2.1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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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설은 농경사회가 주를 이뤘던 동양 사회에서 새해 첫날로 삼는 날이다. 일제강점기때 양력 설(1월 1일)을 강요받아 음력 설이 잠시 자취를 감추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음력 설은 민족 대명절로 자리했다. 설빔으로 새단장한 아이들은 웃어른께 세배했고,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함께 먹으며 나이에 한 살을 더했다. 나이를 세는 ‘살’이란 말이 ‘설’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온 가족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외지로 나간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민족대이동을 시작했고, 그 들뜸에 전국이 요동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5인 이상 가족 모임마저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준비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작품들.

박완서 작가(1931~2011)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올해로 타계 10주기를 맞은 박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 자전적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어른이 될 때 까지의 성장(가정)사를 상세히 소개한다. “시골의 설 기간은 유난히 길었다. 설빔 바느질로부터 시작해서 엿 고고 떡 치고 두부하고 몇 집이 어울려 돼지 잡고 편수 빚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준비 기간과 설날 차례 지내고부터 대보름까지 세배, 성묘, 덕담, 새해 무꾸리, 연령·성별에 맞는 각종 놀이 등 먹고 마시고 즐기고 화합하는 기간을 합치면 거의 달포는 걸렸다.” 일제강점기 음력 설이 금지되는 상황에서도 음력 설의 흥겨움을 즐기던 시골(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에서 태어난 박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존해서 써 봤다”는 소설 속에는 가족에 관한 수많은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면적인 엄마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기억이다. 맹장염 걸린 남편을 시부모의 분부대로 한약과 무당의 푸닥거리로 다스리다 결국 시기를 놓쳐 먼저 떠나보낸 엄마는 시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와 삯바느질로 아이들을 키워낸다. 양반 체면 중시하는 시댁을 떠나 상경했지만 빈민가 무리와 뒤섞이지 않으려 하고, 6~7점인 박작가의 성적표에는 기함(氣陷)하면서도 “국어 산수가 9점이니 나머지는 못해도 상관 없다”는 우등생 오빠의 말에는 흡족해하며, 결혼 일 년도 안 돼 병으로 고생하는 며느리를 아들과 떼어놓으려는 주변의 성화에 “이왕 우리 식구 된 거, 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것과 똑같이 해 주고 싶다”며 며느리가 숨질 때까지 감싸 안는 다층적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재 혹은 미래 시점에서 바라본 과거 가족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고 그 감흥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작품.

공지영 작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죽어도 될 이유를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는’ 공지영 작가가 밝힌 “내가 왜 이리 됐는지”에 관한 글이다. 수많은 이야기 중 유독 본인 혹은 주변인의 가족 이야기가 많다. 그중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첫 번째 이혼 후 몸져누우신 엄마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던 공 작가가 두 번째 이혼 이후 또 쓰러지신 엄마를 보며 “내가 불행할 때마다 쓰러지는 엄마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만일 이담에 내 딸이 나와 같은 이유로 이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내 딸을 달래고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병석에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라고 말하는 대목. 아울러 공 작가는 부모,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강조하는데, 이와 관련해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이 부모든 자식이든, 누구든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단절이 어려우면 거리두기를 권한다. (중략) 그렇다고 엄마가 아빠가 자식의 관계가 취소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과의 관계보다 소중한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그 주장에 관한 동의 여부를 막론하고 이 세상에 참 다양한 부모 자식이 존재하고, 다양한 가족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익숙한 듯 낯선 가족이란 존재를 고찰할 계기를 제공한다.

김영하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명절을 앞둔 주말 대형 마트. 윤석과 아내 미라 그리고 쇼핑카트를 탄 두 돌을 앞둔 아들 성민이 무빙워크를 내려가고 있다. 이동 중 잠시 최신형 휴대폰에 눈길을 빼앗긴 윤석. “이 폰 어때?”라고 돌아보는 순간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아내와 아들이 없다. 아내가 데려갔겠거니 생각하는 순간 저쪽에서 화장품 쇼핑백을 품에 안은 아내가 나타난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그와 동시에 둘의 표정이 굳었다.” 백방으로 아이를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11년 뒤, 윤석은 이름이 다른데 유전자가 일치하는 아이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그렇게 성민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이 실종 1년 뒤부터 조현병 증상을 보인 아내는 별 반응이 없고, 성민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아들만 찾으면 지옥 같은 삶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여겼던 윤석은 예상밖의 상황에 “내가 유괴범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한탄한다. 이후 어떤 사건으로 미라를 잃고 성민을 떠나보낸 윤석의 곁에는 성민이 낳았다는 작은 생명만이 남는다. 명절에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내용일 수 있지만, 역시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심오한 고민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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