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실천의 힘은 바로 독서에 있습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실천의 힘은 바로 독서에 있습니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6.11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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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영국의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교육의 위대한 목표는 앎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했고, 책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교육이란 알지 못하는 바를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을 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두 명사의 교육철학을 관통하는 단어는 바로 ‘실천’이다. 실천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유학자인 왕양명이 제창한 지식과 행위에 관한 근본 명제인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생각하게 한다. 지행합일이란 문자 그대로 “지식과 행동이 서로 맞음”을 뜻한다. 지행합일이 전하는 교훈은 간명하다. 배웠으면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것.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역시 지행합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모든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실천’을 꼽는다. 도 교육감은 “2020년은 민주적 학교문화를 토대로 ‘실천하는 민주시민, 참여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며 “우리 아이들은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실천의 과정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교육공동체는 민주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학교자치를 실현하고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 교육감이 말하는 실천의 원천은 바로 ‘독서’다. 이는 올해 인천시 교육정책의 핵심인 ‘책 읽는 도시, 인천’ 사업과 맥이 닿아있다. 도 교육감은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독서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며 “학생들이 독서로 쌓은 인문학적 소양을 사회에 나가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 교육감을 만나 그가 전하는 교육과 독서 철학을 들어봤다.

Q.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명사로 선정됐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독서신문> 독자 여러분. 인천광역시교육감 도성훈입니다. 먼저 <독서신문> 창간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서신문>에서 주관하는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돼 매우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책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활동인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제한적으로나마 도서관을 개방했는데, 독서를 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절감했습니다. 또 시민들이 도서관 이용 지침을 잘 따라줘 인천 시민의 높은 시민의식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더 많은 분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책을 통해 지친 삶을 아름답게 가꾸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인천시교육청은 학생은 물론 시민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책 읽는 도시, 인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다방면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대한민국의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한 <독서신문> 창간 50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Q.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독서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평소 책을 얼마나 읽는지? 최근 읽은 책은 무엇인지?

A.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틈틈이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IB(국제 바칼로레아 :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 미래교육 관련 서적에 손이 많이 갑니다. 이와 관련해 김경희 작가의 책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인재를 만드는 미래교육』과 송경률 작가의 책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를 읽었습니다. 두 책 모두 미래교육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을 품고 있는데,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Q. 미래교육의 화두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A. 제도권 교육이 이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세상의 변화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육은 기성세대가 경험한 교육과는 확연히 다르며 학교 공간도 날마다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학교 구성원의 문화와 생각도 그 이전과는 많이 다릅니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제도권 교육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교육환경 전반에 많은 과제와 고민을 던지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교육은 인류 공동체를 위협하는 여러 문제적 요소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그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함께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는 데 주안점을 둬야할 것입니다.

Q. 책 좋아하는 사람은 소위 ‘독서가 주는 기쁨’을 안다. 교육감은 독서의 기쁨을 언제 알게 됐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A. 어린 저를 살뜰히 돌봐주셨던 할아버지는 절을 짓는 대목(大木)이셨습니다. 또 일찍이 한학(漢學)을 공부하셨는데, 동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장 역할을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호롱불 밑에서 제게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는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가르침과 배움을 전해주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독서는 습관입니다. 자주 동네 헌책방에서 책을 사고, 날마다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었던 경험이 모여 저의 독서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책, 한권의 책을 숙독(熟讀)하는 것도 좋지만 습관처럼 제 손을 빠르게 거쳐 간 책들이 저의 생각을 살찌웠습니다.

Q. 『생각을 바꾸면 교육이 보인다』 『행복해야 교육이다』 등 여러 교육 관련 서적을 저술했다. 교육감이 정의하는 ‘교육’은 무엇인가?

A. 앞으로 역사를 기술할 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학교와 교육이 얼마나 달라질지, 교육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원격교육 시스템의 보완·구축과 원격수업에 적합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가 교육에 미칠 영향과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사회의 모습과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것들을 미래교육과정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과 토론을 시작할 때입니다.

사진 왼쪽부터 방두철 서울미디어그룹 대표이사,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Q. 2020년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학생과 일반 시민을 포괄하는 ‘책 읽는 도시, 인천 만들기’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A.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독서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독서량이 풍부한 학생은 그만큼 실천을 위한 강한 용기를 함양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뿐만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가 자기만의 독서습관을 형성하고 생활화해 인문학적 소양과 삶의 역량이 자라날 수 있도록 인천을 책 읽는 도시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초‧중‧고 교육과정 맞춤형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모든 초등학교 신입생에게 그림책 꾸러미를 선물해 책과 친해지도록 하는 ‘책날개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인천문학둘레길’을 조성해 인천바로알기 교육을 함께 운영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청 소속 8개 공공도서관을 거점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북 리스타트(book restart) 운동을 전개해 인천을 교양과 인문의 향기가 가득한 도시로 가꾸겠습니다.

Q. 인천광역시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자 한 집안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교육감의 자녀 교육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자녀 교육에 관한 특별한 철학이 있다면?

A. 자녀교육에 정답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자랄 때 제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것인지, 바른 진로를 찾는 것인지 늘 불안했습니다. 동료가 자식 자랑이라도 한 날이면 친구와 놀러 가는 아들 녀석이 더 꼴 보기 싫었습니다. (웃음)

공대생이던 제 작은 아들은 전공과 달리 패션모델이 됐습니다. 언제까지 그 길을 갈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선택한 꿈을 응원하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게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게 자녀 교육에 관한 철학이 있다면 아버지로서의 불안을 숨기고, (웃음)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들 두 녀석의 성장을 그저 지켜보고 응원해준 것입니다.

Q. 올해는 ‘2020 청소년 책의 해’이다. 청소년 시절 교육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이었나?

A.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긴 책 『이방인』입니다. 이 책은 카뮈가 스물아홉 살에 쓴 책인데, ‘죽음’에 관한 깊은 사유와 통찰이 묻어나는 소설입니다. 또한 『이방인』은 모순되고 부조리한 삶의 모습을 아주 잘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방인』은 대부분의 일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삶의 어두운 현실을 마주할 때, 그 본성이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묘사한 소설입니다. 또한, 이 책은 죽음이라는 절망적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게끔 하는 소설입니다.

저는 『이방인』을 읽고 난 뒤에 내 삶이 이제야 온전히 내 안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존재 자체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삶의 이방인이 되기보다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

Q. 임기 내에 꼭 완수하고 싶은 교육 정책이 있는지?

A.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혁신미래교육을 열어나갈 계획 입니다. 우리 교육청은 작년에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올해는 고2, 3 학생 수업료와 학교운영비를 100% 지원하고, 교육균형발전대상학교 지원 확대 등 무상·평등 교육을 통해 출발선이 평등한 교육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과 실천 중심의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행복배움학교와 학교자치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며, 나아가 시대변화에 발맞춰 진로·진학·직업교육 시스템을 개편해 학생이 교실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반 조성에 힘쓸 생각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당장은 코로나19 대응이 우선입니다. 요즘은 24시간 교육청에서 비상근무를 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은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인지라 걱정이 큽니다. 오직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교육활동이 건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독서신문> 독자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A. 토드 로즈의 책 『평균의 종말』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평균에 기준을 둔 사고와 판단에 익숙했고, 그 기준을 잣대로 생활해 왔습니다. 저자는 더 이상 평균에 매몰되지 말고 개인의 가치와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자고 말합니다.

존 카우치, 제이슨 타운이 공저한 책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도 추천해 드립니다. 원격수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금 더욱 의미 있는 책입니다. 학교나 교실은 왜 필요한지,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미래교육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해줍니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나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이 읽으면 특히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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