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캉스 책, 동네책방에서 사야 하는 이유… “지원책 1도 없어”
북캉스 책, 동네책방에서 사야 하는 이유… “지원책 1도 없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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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매년 이맘때면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러기가 힘들다. 해외로 나가는 하늘길은 막혔고,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자 해도 코로나19의 공포에 주저하게 된다. 예년과 다른 휴가를 생각 중이라면, 이번 여름휴가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독서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번 여름이야말로 계기는 불량하지만(?) 인생 버킷리스트인 ‘교양적 바캉스’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단지 코로나19로 인해 여름휴가를 떠나기 힘들기 때문에 북캉스를 보내자는 말은 아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와중에 전국의 서점들이 쓰러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부분 책을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니 대형서점의 사정은 그나마 괜찮지만, 중소형서점들과 전국 650여개 동네책방들은 울고 있다.  

특히 동네책방들이 어렵다. 동네책방이란 주로 독서 토론이나 워크숍, 동아리, 낭독회 등 독서문화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책방이다. 문제집 판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서점과 달리 보통 문제집은 팔지 않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도서가 진열되는 대형서점과도 달리 홍보 여력이 부족한 출판사와 작가의 도서 홍보의 장이다.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모임을 전제로 하는 독서문화활동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동네책방들이 죽어간다. SNS에서는 오늘 문을 닫는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기자가 최근 만난 동네책방 사장들은 입을 모아 정부 지원금으로는 월세조차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이상 재난지원금은 책방이 망하지 않게 잠시 붙들어두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더욱더 힘든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달 1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매출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서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서점 문화 활동 지원’ 및 ‘도깨비 책방’ 사업들의 예산을 조기집행한다고 했지만, 이 사업들은 동네책방에 대한 지원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지자체에서 조례를 개정해 지역의 중대형 서점들에게 공공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에 납품할 수 있게 했지만, 동네책방들은 이러한 납품에 참여할 자격도 없다. 정병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은 ”동네책방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셈“이라고 한탄했다. 문체부나 진흥원, 지자체가 모두 동네책방에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황금 같은 여름휴가 기간에 책을 읽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유명인들이 여름휴가 기간 북캉스를 즐겨왔다. 가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휴가 기간 읽을 도서 목록을 공개해왔다. 지난 18일 그가 공개한 다섯 권의 책은 ▲에디스 에바 에거의 회고록 『The Choice : Embrace the Possible』 ▲1918년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다룬 존 M. 배리의 『The Great Influenza』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 원작 소설인 데이비드 미첼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디즈니 최고경영자 로버트 아이거의 경영서 『디즈니만이 하는 것』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 부부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여름휴가를 책을 마음껏 읽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여름휴가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김성동의 장편 역사소설 『국수』 ▲진천규 기자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읽었으며, 지난해에는 일본 수출규제 문제 등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했지만, 휴가 기간 읽을 만한 책으로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를 추천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재임시절 해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 목록’을 공개해왔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 목록은 그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 그 계획을 세워보자. 그리고 가까운 동네책방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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