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가는 동네책방… 문체부도 출판진흥원도 ‘대책 없어’
쓰러져가는 동네책방… 문체부도 출판진흥원도 ‘대책 없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5.22 12: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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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동네책방들의 사정이 심상찮다. 일단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몇 달 전만 해도 소식을 주고받던 동네책방들에 전화를 걸면, 받지 않거나,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로 나오거나 전화기가 꺼져있다.

여러 책방에 연락을 돌린 끝에 연락이 닿은 일부 동네책방들의 사정은 비슷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절반 넘게 감소했다는 것. 특히 책을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 워크숍이나 독서 토론회, 낭독회 등 각종 독서문화활동으로 창출하는 수익이 많았던 일부 동네책방들이 울상이었다.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은 책방을 운영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한 동네책방 사장은 “모임을 많이 하는 곳인데, 아예 못하고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른 책방들도 워크숍 등 모임을 많이 해왔는데, 다들 어렵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과 구에서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을 합해 10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월세 내고 책방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이라도 받아보려고 했는데, 매출 자체가 적고, 책방이 생긴 지도 얼마 안 돼서 은행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는 한 책방 사장은 “모임을 통해 고정적으로 창출하는 수익이 50%였는데 코로나19로 아예 모임을 하지 못하게 되니 원래도 적었던 수익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며 “예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책방은 하반기 문화행사 계획을 제출하면 서울시에서 100만원을 지원하는 서울형책방 사업(총 120곳 선정)에 지난달 선정됐다. 그는 “돈을 미리 받았지만, 프로그램 운영비 형태로 받아서 하반기에 관련 지출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며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전국 70개 서점에 각각 120만원을 지원하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상반기 심야책방 사업에도 지원했으나 최근 탈락 소식을 접했다.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한 동네책방 사장은 “원래 모임을 열지 않고 책 판매만 하지만 매출이 40% 정도 감소했다”며 “이마저도 부족한 매출을 보완하기 위해 쉬는 날 없이 문을 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마포 한강문고가 문을 닫은 것도 충격이었고, SNS를 보면 동네책방들이 문을 닫는다는 게시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는 두 달에 걸쳐 140만원을 지급하는 소상공인 생존자금을 신청했고, 서울형책방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그는 “온라인 판매도 고려 중”이라며 “책방을 운영하는 지인들을 만나면 다들 지원금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온라인 판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정병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은 “며칠 전 문체부 장관과 국장급 인사들이 참여한 간담회에서 전국의 650여개 동네책방 상황이 심각함을 말씀드렸다”며 “이번에 세종도서 지원사업 등으로 특별 지원을 받는 출판사들과 비교하면 동네책방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역의 중대형 서점들은 다수의 지자체에서 조례를 개정해 공공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에 납품할 수 있게 하는데, 동네책방들은 그마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동네책방은 지역 독서 동아리 활동의 중심이 되며, 독서 문화 진흥의 중요한 공간”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어떤 수익원도 찾을 수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줄곧 어려웠던 동네책방들이 코로나19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나가떨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을 위한 특별 지원은 찾기 힘들다. 현재 동네책방들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하반기 심야책방 사업이다. 7월 즈음에 모집할 예정인 해당 사업에 선정되면 네 달 동안 총 120만원을 지원받는데, 지원 대상은 전국 70곳뿐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만 책방이 총 443개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지원 범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다양한 지원책이란 대부분 독서문화 진흥과 출판사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망해가는 동네책방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흥원은 “매출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서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서점 문화 활동 지원’ 및 ‘도깨비 책방’ 사업들의 예산을 조기집행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이 시기에 적절한 지원은 아니다. 지난해 ‘지역 서점 문화 활동 지원’ 사업으로 전국 총 40여개 서점만이 혜택을 받았으며, ‘도깨비 책방’은 동네책방 지원책이라기보다는 영화, 공연, 전시, 독서 등 포괄적인 문화 활동 진흥책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출판문화진흥기금 설치를 다시 검토해 쓰러져가는 동네책방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 영화발전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언론진흥기금, 관광진흥개발기금, 국민체육기금 등 여섯 개 기금이 운영되고 있으나 출판문화와 관련한 기금은 없다. 재원 대책과 관리 주체 등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네책방, 누군가에게는 작은 가게일 뿐이지만, 이 작은 가게는 사실 독서문화 진흥 및 문화 다양성 향상의 첨병이다.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숨어있는 영웅이다. 마을 곳곳의 동네책방을 지키지 못한다면 문화 선진국은 허영(虛榮)의 간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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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2020-05-25 11:22:58
살아있는 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