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86세 ‘현역’ 이시형 박사가 실버세대에게 전하는 ‘용기와 가능성’
[책 읽는 대한민국] 86세 ‘현역’ 이시형 박사가 실버세대에게 전하는 ‘용기와 가능성’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8.29 14: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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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기억나십니까. 60년대 초반, 우리 GNP는 아프리카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세발자전거를 변변히 만들 기술도 없었습니다. 그런 나라가 우리가 흘린 땀방울로 오늘의 자랑스러운 나라, 대한민국을 만드는 바탕이 됐습니다. 자부와 긍지로 넘쳐야 할 세대입니다. 딱하게도 요즘 그 용감했던 산업 전사들의 초라한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중략) 지하철 경로석에 졸고 앉은 동료들, 그 용감무쌍했던 패기는 어디로 갔나요. 그 뜨거운 열정은 또 어디로 갔나요. 추수가 끝나 썰렁한 늦가을 들판을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갈 순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시형 박사가 올해 그의 86번째 여름에 내놓은 책 『어른답게 삽시다』의 요점은 이랬다. 악화하는 세계 경제와 초고령화, 경기 침체, 저출산, 취업난 등으로 녹록지 않은 국내외 사정을, 과거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경험과 관록이 있는 노인들이 나서서 극복해야 한다는 것. 노인들이 ‘실버들의 리그’로 들어가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산업 역군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그는 이 책에서 은퇴자에게는 은퇴 후를 계획하는 방법을, 노인들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네며 ‘나이 많은 이들의 멘토’를 자청한다. 

“말은 누가 못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박사의 노년을 보면 그런 말은 하기 힘들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신경정신박사후과정(P.D.F.)을 밟았으며 경북의대·서울의대(외래)·성균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원장,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한 그는 의사로서 정년인 65세에서 5년 연장한 70세까지 일했다. 보통은 은퇴하고 연금을 받아 쉴 나이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은평구에 사단법인 ‘세로토닌 문화원’과 강원도 홍천에 ‘선마을’을 열었다. 한때 ‘세로토닌 문화원’이 폐업위기를 겪었지만, 강연, 저술활동, TV출연 등으로 빚을 갚고 무려 80세의 나이에 인생 최대 위기를 극복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스트레스에 더 강해진다는 그는 85세부터는 미래학교를 만드는 ‘뉴 스쿨 프로젝트’와 사회를 화학 오염에서 지키는 ‘행복 마을 블루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며칠 후에는 일본 학회에서 일본어로 강연할 예정이라고.   
       
십여명의 직원들로 북적이는 은평구 ‘세로토닌 문화원’, 그에게 건네지는 각종 서류들과 통화들을 잠시 미룬 박사가 기자를 맞이했다. 멋들어진 푸른색 셔츠에 회색 정장바지, 40세 이후로는 감기 한 번 안 걸렸다는 이시형 박사는 놀랍게도 80은커녕 70도 안 돼 보였다. 그리고 외양만이 아니었다. “평생 현역으로 살고 싶어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지적인 면에서도 ‘현역’이었다. 그동안 뭇 노인들과 나눴던 대화들을 생각하고 그와의 인터뷰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대화를 나눌수록 조각조각 부서져 갔다.

Q.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서신문> 독자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독서신문>이 타블로이드로 나올 때부터 봤어요. 좋은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의 운명은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읽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중진국 중에서 선진국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이유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을 조금씩 바꾸고, 거기에 우리 국민 특유의 성실함과 손재주를 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모든 것이 그저 외국 사람이 만든 것을 흉내만 낸 것이고 온전히 한국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언가를 ‘창조’한 적은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한계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흉내는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좀 일찍 시작했을 뿐이지요.    
이제 우리의 것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것으로 승부를 보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해야 합니다. 이 상상력과 창의력의 베이스는 디지털적인 것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것, 바로 책에서 나옵니다. 저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책을 가까이하고 읽느냐에 한국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신문>이 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A. 한국 사람들이 ‘예방’에 대한 개념이 희박합니다. ‘설마’ 때문에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 한국입니다. 그러나 건강에는 ‘설마’가 없어야 합니다. 한번 병에 걸리면 끝장입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다 장수하니 장수보다는 ‘건강’이 중요합니다. 
병이 나기 전에 예방을 돕는 것이 제가 해왔던 일이고 지금도 하는 일입니다. 나이 80이 넘어서는 절반이 암이나 치매에 걸리는 사회에서 질병 ‘예방’을 위해 ‘선마을’과 ‘세로토닌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고, 또 요즘에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치매 예방 협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이 없는 공간인 ‘블루존’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예방’의 일환입니다. 우리는 화학물질의 범벅 속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화학물질을 못 이겨내고 건강이 더욱더 나빠집니다. 
‘블루존 프로젝트’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 ‘유기농 운동’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생활 도처에 있는 화학물질을 피하기는 힘들지만 먹거리만은 화학물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식품이 ‘유기농’이라고 해도 믿지를 못하고, 비싸다는 이유로 유기농 식재료를 피합니다. 그래서 제가 깃발을 들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강연 등을 통해 전파하고, 유기농 먹거리를 싸고 신선하게 공급할 방법을 찾고, 건강식단을 제시하는 등 ‘유기농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남 함양에 인구 만명 정도 범위에 해당하는 ‘블루존’을 만들 계획을 단계를 밟아가며 이뤄가고 있습니다.      

Q. ‘미래 학교’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A. 게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빼앗는 것이 바로 게임입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이가 280만명이라는 현실은 망국의 징조입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핀란드와 한국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핀란드 아이들보다 두 배 더 공부합니다.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빼앗긴 상상력과 창의력을 돌려주기 위해 요즘 학교에서 ‘자유학기제’(중학교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운영하는 교육과정)를 실시하고 있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수용할 적합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유학기제’ 중에도 아이들이 전과 마찬가지로 학교로, 학원으로 갑니다.
저는 폐교를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 만들어 ‘자유학기’ 동안 학생들이 자유 속에서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힘은 이튼 스쿨의 운동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귀족들만 다니는 ‘이튼 스쿨’(영국 이튼에 있는 명문 사립 중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진흙탕 속에서 뒹굴게 합니다. 도심보다는 자연에서 함께 뛰어놀고 개울가에서 목욕도 하고 캠핑도 해야 아이들의 머리가 좋아지고, 면역력도 좋아지고, 호연지기와 인간성이 길러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샘솟습니다.        
항상 엄마들이 가장 보수적입니다. 집단 중에서는 가장 늦게 변합니다. 아직까지 19세기 교육관을 가지고 있어서 엄마들은 자식들이 노는 꼴을 못 봅니다. 그런데 제가 90년대 초에 『신인간』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그 책을 쓰기 위해 주로 홍대 앞을 갔는데요. 지하실에서 라면 먹고, 북치고, 기타 치고 밴드 활동을 하던 애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얘기해보니 ‘부모님도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들이 지금 어떻게 된 줄 아십니까? K팝을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오늘날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K팝의 원조가 됐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릴 적 제 감성과 지능이 발달한 이유가 바로 들판에서 소먹이다가 해 떨어지는 것 보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운 낙조를 보느라 항상 제가 집에 가장 늦게 들어왔습니다. 엄마들에게 생각의 변혁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1년 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여든여섯의 나이에 책 『어른답게 삽시다』를 냈다. 책을 보면, ‘어른답게’에서 ‘어른’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기력한 어른’은 아니다. ‘영 올드’(YO, Young Old)로 사는 법을 다뤘는데… 이 책을 기획한 의도가 무엇인가?

A. 우리 친구들을 보면, 현역은 저밖에 없습니다. 다들 너무 일찍 은퇴를 해요. 그런데 저는 평생 현역으로 살고 싶어 교수 은퇴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65세는 한창 일할 때입니다. 정말 완숙한 지식과 지혜를 다 가진 나이입니다. 이것을 썩힌다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손실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정년제가 폐지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년제를 폐지함으로써 노인들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입니다. 쫓겨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젊은이들과 경쟁할 테니 말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국가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은 한국 근대화의 주역입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에요. 이 사람들이 은퇴하면 치킨집을 차리는 등 가지고 있는 좋은 기술을 썩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 책을 썼습니다. 자기가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꽉 막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노릴 수 있는 실버들을 위한 틈새시장도 얼마든지 있고, 이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젊은 사람들이 만든 보청기보다는 나이 든 사람이 직접 사용해보고 만드는 보청기가 노인들에게는 훨씬 편할 것입니다. 실버산업은 실버세대가 젊은이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      

Q. 80세에 폐업 위기도 극복했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한다. 저술·강연활동도 왕성하다. 젊은이보다 젊게 살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A. 한 유전학 논문에서 “당신이 높은 이상과 목표를 갖고 있으면,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는 당신은 늙지도, 죽지도, 병들지도 않는다”라는 글을 본 적 있습니다. 세계적인 성인들을 보면 그 당시 평균 수명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장수를 합니다. 그 이유는 그분들이 인류 사회봉사를 위해서 이타적인 높은 이상과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그 이상이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영리단체인 ‘세로토닌 문화원’ 등을 꾸려나가는 일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 보람이 있는 일이기에, 그리고 평생 현역으로 살고 싶기에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건강한 것이 신기합니다. 이렇게 많이 돌아다녀도 감기 몸살 한번 안 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2,30대 비서들이 오히려 힘들어하고 병에 걸립니다.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 본성을 충분히 살리면 그것이 바로 사는 보람이 되고, 인생의 의미가 되고, 건강할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Q. 박사님의 하루도 궁금하다. 어떤 생활을 하면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지…

A. 미국에 있을 때 제 별명이 ‘Four half’였습니다. 네 시 반이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그보다는 좀 늦게 일어납니다. 다섯 시 안팎에 일어나면, 30분 동안 방안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명상도 하고, 제자리에서 조깅을 합니다. 여섯 시쯤 돼서 식사를 하는데요. 요즘에는 양배추, 계란, 고기 등을 넣은 샐러드를 아주 맛있게 만들어 먹습니다. 나이가 들면 장운동이 약해지니 요구르트도 먹습니다. 그리고 아침 9시 전까지 ‘세로토닌 문화원’에 출근해서 일하고 점심은 직원들과 식당에서 같이 먹지요. 저녁을 굉장히 적게 먹습니다. 두 숟가락 정도. 그리고  열시에서 열한 시에 사이에 잠자리에 들지요.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코어 운동’도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홍천 ‘선마을’에 갑니다. 갈 때마다 비탈길을 오르는데요. 운동이 됩니다.        

Q.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정신을 진단해준다면…  

A. 우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절제 부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너무 감정적입니다. 우리 민족의 뿌리가 야성적이고 공격적이고 용감한 기마유목민족에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일관계가 대단히 껄끄럽고, 생각하면 이가 갈리지만, 감정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절제가 필요합니다. 성숙한 민족정신을 발휘하는 게 오히려 일본에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 대 감정이 되면 점점 더 날카로워질 뿐 좋아질 수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제하고, 절제하며, 옛날 선비 정신을 살려서 성숙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일본에도 양심 세력들이 많은데요. 이런 성숙한 대응이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생각해보십시오. 일본에는 60만의 재일교포가 있습니다. 우리는 안 사고 안 가면 그만이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사회에 사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과거 우리가 어려울 때 재일교포들이 가장 먼저 성금을 걷어서 도와준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무작정 감정적인 대응만이 답이 돼서는 안 됩니다.   

Q. 청년시절 미국 예일대에서 사회정신의학을 공부한 이유가 ‘우리나라가 통일하게 되면 발생할 사회적 혼란’ 때문이었다고 책에 썼다. 통일이 된다면 사회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할 점이 있는지…   

A. 지금 북한은 완전히 세뇌된 사회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계속 왕 밑에서 살았고,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압력에 시달렸으며, 해방 후에는 소련군과 정권의 압력에 시달린 것이 바로 이북 사람들입니다. 완전히 세뇌된 집단이기 때문에 쉽게 대화가 안 됩니다. 국토 통일도 요원하지만, 정신 통일이 더욱더 어려울 것입니다.    
동독이 무너진 이유가 서구의 TV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북한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서구의 자본주의, 자유주의 바람이 북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동독이 결국 무너진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흔 살에 허리가 아파서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고 고백했다. 그 시절 독서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표현했다. 책은 왜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A. 책에는 저자가 평생 공부한 것이 한 권에 축약이 돼 있습니다. 한 전문가가 평생을 공부한 것을 불과 한 두 시간 만에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책만큼 싼 것은 없습니다. 보통 축복이 아닙니다. 저는 책을 엄청 많이 삽니다. 언젠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가장 책을 많이 사는 사람으로 신문에 난 적도 있습니다. 주로 제 책은 일본책이 많은데요. 일본은 타국가책을 번역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그리고 일본책에는 ‘한자’가 많습니다. 저는 대략 30분 만에 책 한 권을 읽는데요. 처음 읽을 때는 키워드만 찾아서 읽는 편입니다. 일본책은 중요한 부분이 한자로 돼 있기 때문에 키워드를 찾기가 쉽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이라면, 저는 한 책을 세 번을 읽습니다. 처음에는 대충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펜으로 표시를 합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표시해놓은 곳을 정독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읽을 때는 제 표현으로 ‘눈을 걸친다’고 합니다. 저자와 대화하고, 밑줄도 긋고, 낙서도 하고…. 그렇게 하면 책 속의 글이 시각적인 이미지로 남습니다. 그렇게 세 번째 읽게 되면 책 속 정보가 완전히 머리로 넘어와서 지식이 됩니다. 저만의 ‘기억의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되지요.  

Q.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 평생 읽었던 책 중 좋은 책이 수도 없이 많았다고 적었다. 그중 직접 번역한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추천했는데, 이 외에 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 더 있다면… 

A. 돌아가신 신봉승 선생의 『세종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다』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과 리더로서의 면모를 설명하면서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들을 잘 적어놨습니다. 특히 역지사지에 관한 세종의 이야기들이 기억납니다. 리더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의사 스티븐 R. 건드리가 쓴 『플랜트 패러독스』도 권합니다. 작가가 유명한 심장외과 교수였는데요. 심장수술을 받는 사람들을 분석하니 먹는 음식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들이 심장병에 걸린 이유는 잘못된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음식도 먹어야 할 때와 먹지 말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과 그렇지 못한 음식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쓴 책입니다. 이 책에는 작가가 만든 몸에 좋은 레시피까지 담겨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식단과 잘 맞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요. 제가 지금 하는 ‘유기농 운동’도 이 책에 자극을 받아서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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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웅 2019-09-18 21:27:53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