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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의 인생무대] 내면 청진기
  • 김혜식 수필가/전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 승인 2018.04.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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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한때 잗주름 여성 옷이 유행했다. 섬유에 잡힌 입체적 주름 탓인지 그 옷을 입으면 다소 몸매가 날씬해 보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 옷엔 단점이 있다. 군살이 많은 경우 외려 그 체형 부분을 부각하는 시각적 효과가 그것이다. 나 같은 경우 당시 통통한 체형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옷이다. 마치 바비 인형처럼 군살 없는 날씬한 몸매는 모든 여성의 희망 사항이다. 하지만 물만 먹어도 불어나는 체중을 관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여 다이어트의 어려움을 살과 전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새해 목표로 다이어트가 1순위를 차지하곤 한다.

필자 또한 그동안 불어난 체중을 감량할 목표로 1년을 정하였다. 다이어트에 몰입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응시하는 일이었다. 이참에 냉철한 시선으로 나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어느 날 마을 앞 호숫가를 거닐며 모처럼 ‘내 안의 이 의식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봤다. 그동안 외부 대상을 탐구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으면서 정작 나 자신의 내적인 세계엔 무관심했다. 이때 “스스로 사색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자기 발로 서라”라는 칸트의 언명이 문득 떠올랐다.

삶 속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나의 집합의식 또한 무엇이었던가. 그 실체를 짚어보는 순간 나의 장·단점에 생각이 머물렀다.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강한 주체성이 내재해 있었다. 평소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마음에 없는 언행을 행하지 않는 점도 왠지 거슬렸다. 때론 이런 장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잘하고 아부에 능숙한 사람이 사회적응력이 높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꼭 그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삶 속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어서이다. 소신이 지나치면 아집과 고집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때 유연성을 갖춘다면 적으나마 중용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없는 언행일지언정 타인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는 능력도 대인관계의 필수가 아니던가. 또한, 가시적인 것에 가치를 매기는 사안에는 달콤한 거짓이 우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장점인 나의 주체성을 스스로 존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타인의 생각, 혹은 헛된 바깥세상 지식 탐닉은 올바른 삶이 아니었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항상 나 자신과 조우를 선행하는 게 우선이다. 자신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채 타인 눈과 의견에 의해 치장된 나는 자칫 거짓된 자신을 만들어내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행동은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므로 내면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외부로 향한 마음의 창을 차단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 같아 뉘우쳐진다. 스스로 참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지만 역시 착각이었다. 타인에 의하여 주어지는 사고와 주입되는 지식 및 정보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런 삶이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다디단 음식을 즐겨 먹었고 폭식도 자주 하였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다이어트의 첫째 조건이 마음을 고르는 일이었다.

경험상 마음은 존재적 근원이자 만물의 창조자라는 말이 맞는 성싶다. 오죽하면 근대 인도 성자 라마크리슈나도 칼리 여신을 6개월 사모함으로써 가슴이 여성처럼 부풀고 생리까지 체험하였다고 했을까. 라마크리슈나의 고백을 빌리자면 몸의 새로운 존재 구조마저 바꾸는 게 곧 마음인가보다.

불교에서 인간을 불행으로 이끄는 삼독(三毒) 중에 탐욕을 꼽는 것만 보더라도 모든 질병이 마음으로부터 그 병소(病巢)가 싹튼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이로 보아 지나친 욕심은 일체 재앙의 근본인 셈이다. 이제라도 나 안으로 고요히 침잠하여 가슴과 몸의 소리에 한껏 귀 기울여 볼까 한다.

김혜식 수필가/전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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