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고명환 “책으로의 여행, 샘솟는 아이디어”
개그맨 고명환 “책으로의 여행, 샘솟는 아이디어”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10.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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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오늘은 월요일인데 나는 커피숍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1997년 MBC 공채 8기 개그맨 고명환, 그는 어느덧 방송인, 식당 사장, 뮤지컬 지도자, 강연 연사 등으로 변신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산에 차린 메밀국수집은 연 매출이 10억 원이다. 그가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의 식당은 돌아가고, 그가 만든 뮤지컬 작품들이 공연된다. 인터뷰 날도 월요일 오전, 그가 주로 글을 쓰고 책을 읽었던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이것이 돈에서 자유로워진 결과고, ‘책’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호사라고 말했다. 

고명환 씨의 책장에는 책이 1700권 꽂혀 있다.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쓰기로 했을 때는 1200권이 있었다. 그중에 읽은 책만 1000권이었다. “단위 좋잖아요. 1000권. 선진국에서는 자랑할 수도 없는 양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개그맨이 책 1000권 읽었다 하면 책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독서의 장점만 말할 것이 아니라 독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유용한지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책장에서 마케팅, 재무, 회계, 인문, 창업과 관련한 수십 권의 책을 골라 창업을 고심했다. 감자탕집, 실내포장마차, 스낵바, 닭가슴살 사업까지 네 번의 실패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신중했다. 가족이 식당을 40년 정도 운영했다는 것, 그것이 자신이 가진 총알이었고, 마침 오랜 방송국 경력으로 일산 사람들의 특성도 잘 알았기에 김밥처럼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메밀국수집을 차리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년 연속 6개월에 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권 읽을 때마다 재산이 쑥쑥 늘어났고 지금도 그렇다. ‘책을 읽으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이런 결론이 나왔다.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 안에는 많은 노하우들이 담겨 있다. ‘커피 직접 타주기’, ‘무조건 뛰어다니기’, ‘만두 너무 일찍 주지 않기’ 등 가게 운영 노하우는 물론 ‘읽은 흔적을 남겨라’, ‘속독을 통해 정독할 책을 골라내라’ 등 효과적인 책 읽기 방법도 일러준다. 아내는 노하우를 너무 푼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지만 고명환 씨는 “괜찮아요, 저는 또 책 읽을 거니까요”라며 두려워하지 않았다. 

- 근황이 궁금합니다

“책 한 권 내보니까 재미 붙여서 다음 책 2권 기획해서 쓰는 중이에요. 2권 모두 ‘책을 읽자’에 대한 얘기에요. 그리고 10년째 방학 때마다 KT&G 상상유니브의 사회환원프로젝트인 ‘뮤지컬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뮤지컬 비전공자들이 모여 2시간 30분짜리 공연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인데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많이들 보람 있어 해요. 이 친구들한테도 항상 책 읽기를 강조합니다” 

- 가게도 나가고 강연까지 병행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 않나요

“하나도 바쁘지 않아요. 처음에는 시간 관리법에 관한 책도 읽고 했는데, 이제는 몸에 배서 괜찮아요. 동네 주민인 홍석천 형한테 ‘형, 가게를 9개나 운영하면 힘들지 않아?’ 하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 ‘1개나 9개나 받는 스트레스는 같아’였어요.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는 한계가 있대요. 인간에게 하루에 자제력이 100씩 주어진다면, 그 선만 넘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누군가가 1월 1일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가정해 보죠. 회사에 출근해서 자제력을 70 쓰고, 의욕이 앞서서 헬스장을 가요. 그러면 거기서 70 정도를 또 써요. 이미 퇴근 무렵 30이었던 자제력이 -40이 됩니다. 다음 날 아침, 새로운 자제력 100이 추가돼서 60이 되겠지만 하루를 버티기에는 부족한 양이에요. 그래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몰라요. 무엇이 됐든 길게 보고 여유를 가지고 조금씩 했으면 해요” 

- 창업을 많은 이들에게 권하는 것 같아요

“저는 다 창업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 창업할 수는 없겠죠. 창업하는 비율이 있을 거예요. 켄 윌버의 『무경계』를 읽을 때 깨달은 건데 인간만은 경계를 허물고 신분 상승이 가능해요. 메밀국수집 아들로 태어나도 대통령이 될 수 있거든요. 책을 어느 정도 집중해서 읽으면 인생에 점프가 일어나요. 평생 읽으라는 게 아니에요. 1년이면 1년, 6개월이면 6개월 만에 인식의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요. 책을 통해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세우면 그 사람은 절대 안 무너진다고 생각해요” 

- 비결 하나만 알려주세요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책을 통해 ‘연결’과 ‘편집’의 개념을 알게 됐는데요. 향후 10년까지도 창업의 큰 화두는 ‘연결’일 거예요. ‘카카오택시’는 택시를 잡고 싶은 사람과 택시를 태우고 싶은 운전사들을 연결했고, ‘배달통’은 배달받고 싶은 사람과 배달하고 싶은 가게주인을 연결했어요. 그렇게 연결한 다음에는 콘셉트에 맞춰 ‘편집’했고요. 지나다가 가게 간판을 보고 연결해 보세요. 식당과 서점, 병원과 식당, 도서관과 아쿠아리움. 만약 독서가 뒷받침된 사람이라면 그 둘을 연결하는 순간 생각의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독서신문의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을 응원한 고명환 씨

- 책 첫 장을 펼치는 것도 힘들지만, 책 한 권 정독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질려도 안 되고, 지쳐도 안 돼요. 책을 많이 안 읽은 분들이라면 서점에서 절대 책 먼저 사면 안 돼요. 대신 1주일에 3번 이상은 책 근처로 가 보세요.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쪽에 가서 책 제목만 쭉 읽어보세요. 사고 싶어도 10번은 참아야 해요. 그다음에는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들의 머릿글만 읽어요. 머릿글만 읽다 보면 좋아하는 분야가 또 좁아질 거예요. 그때 목차를 읽어야 해요. 다음에는 목차를 하나 꼽아서 읽어 보세요. 그 부분이 와 닿는다면 그때 사는 거예요. 낚시도 큰 고기를 잡아야 맛을 붙이듯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조언을 선배 코미디언한테 들었어요. 개그맨이 됐을 때부터 이런 방법을 활용해서 아이디어 회의할 때도 책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인터넷에 의존하는 동기들보다는 차별화 됐죠”

- 인터뷰 전, 책을 읽고 있던데요

“파스칼 블레이즈의 『팡세』를 읽고 있었어요. 어려워서 단 한 줄도 한 번에 넘어가지를 못하고 있어요. ‘인간의 불행은 방 안에 조용히 있지 못하는 데서 온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티비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며 정신을 딴 데 팔아야 비참하지 않은 우리들의 세태를 꼬집는 것 같아요. 읽다 보면 괴로운데도, 좋은 문장들이 나오면 좋고 그래요. 572페이지를 덮는 순간, ‘팡세’라는 여행에서 돌아와 공허하지 않고 충만하며 뿌듯할 것 같아요. 10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나서야 인문고전의 매력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 동네책방 차릴 계획도 있다고요 

“책 읽으면서 메모하는 걸 좋아해요. 10년 더 지나면 4000~5000권이 책방에 쌓이지 않을까요? 그 책들을 모아서 동네책방을 차리고 싶어요. 요리하는 것 좋아하니까 조그마한 주방 만들어놓고, 맥주랑 간단한 고구마전, 호박전을 드리고 싶어요. 비 오는 날, 책과 함께 대화하고 좋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은 사람들에게 책꽂이를 선물하고 싶어요. 50권 들어가는 작은 책꽂이라도 있으면 책 읽고 싶을 거예요. 저랑 같이 책꽂이 나눠주실 분 찾습니다 (웃음)” / 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       
고명환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 256쪽 | 14,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34호(2017년 10월 31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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