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윤이 미메시스 디자인팀장 “책을 알아야 ‘다른’ 디자인이 나옵니다”
석윤이 미메시스 디자인팀장 “책을 알아야 ‘다른’ 디자인이 나옵니다”
  • 정연심 기자
  • 승인 2017.10.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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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가는 책, 손이 닿는 책, 유행하는 책을 가만히 살펴보면 디자인이 남다른 경우가 많다. 디자인의 힘이다. 책표지가 정보성 기능을 하던 과거와 달리, 디자인 그 자체로 승부수를 띄운 책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굵직굵직한 디자인상을 받으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석윤이 미메시스 디자인팀 팀장. 그는 팔리지 않더라도 실험적 디자인을 시도했고, 그것이 한국 북디자인의 지형도를 바꿨다.

‘과감하게, 다르게’ 틀을 깨다

“저는 대학에서 순수회화를 전공했어요. 지난 2007년 열린책들에 입사해 북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게 서툴렀어요.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을 잘 하지 못했죠. 그래서 ‘툭툭’ 얹었는데 그게 바로 자유로운 디자인, 틀을 깨는 유연한 디자인으로 탄생했죠.”

북디자이너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기에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며 파격을 시도해온 석 팀장. 익숙치 못해 과감할 수 있었고, 콤플렉스를 강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열린책들의 자회사 미메시스를 이끄는 디자인 팀장으로 성장하기까지 10년 동안 늘 새로움을 추구했다.

에코 마니아 컬렉션
열린책들 창립 30주년 기념 대표작가 12인 세트

그가 디자인한 대표 작품은 『에코 마니아 컬렉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매그레 시리즈』 등이다. 이들 책은 독창적, 실험적 디자인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녀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석 팀장은 지난 2016년 월간 디자인이 주최한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래픽 부문상을, 한국출판인회의가 주는 ‘2016 올해의 출판인상’ 디자인 부문상을 수상했다. 앞서 2011년 『매그레 시리즈』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1 디자인이 좋은 책’ 우수상을 받았다.

‘책 읽는 디자이너’가 되라

“책을 많이 팔려는 의지보다, 다소 팔리지 않더라도 한 권 한 권 제 색깔을 갖춘 책을 내는 게 의미가 있다고 봐요. 내는 김에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면 더 좋은 거죠. 저는 몸담은 출판사의 배려로 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할 기회가 많았고, 다행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열린책들 창립 30주년 기념 대표 작가 12인 세트’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세트는 1986년, 러시아 문학 출판을 시작으로 1,800여 종의 책을 펴낸 열린책들의 역사가 담겨있다. 석 팀장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 선물이라는 의미를 더해 포장지 같은 이중 표지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 『매그레 시리즈』도 미니멀하면서도 다음 책 사건에 대한 단서를 숨긴 표지디자인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손글씨와 일러스트가 강조된 디자인은 큰 유행을 낳았다.

기발하고 재치 있는 이들 디자인은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사고에서 나왔다. 그는 책을 디자인하기 전 텍스트를 읽어본다. 회의도 꼬박꼬박 참석해 흐름을 파악하고, 편집자나 미리 책을 읽은 이의 의견을 두루 듣는다.

“북디자이너는 단순히 표지만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여기기 쉬운데, 본문의 폰트, 행 간격, 여백, 지질 등 책 전반을 아우르는 작업을 해요. 책의 탄생에서부터 유통까지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책에 스며들면 즐겁고 재밌다”

11년차 책 디자이너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뭘까. 편하고 유연한 디자인이다. 동시에 책에 맞는 디자인이다. 더불어 석 팀장은 ‘버리는 연습’도 중시한다.

“심플해지기까지 참 오래 걸렸어요. 버리는 연습을 무던히도 했죠. 어떻게 하면 정보를 덜 넣고도 이 책을 말할 수 있나 고민해요. 무조건 눈에 튀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진  시절도 있었어요. 요즘은 우선 책 내용을 봐요. 멋 부리는 것을 최대한 없애고 책 본연에 집중하죠.”

마지막으로 석 팀장은 북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책 자체에 흡수될 것을 주문했다.

“북디자인은 책의 겉만 꾸미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배운 디자인을 표현하는 장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책 자체에 흡수되면 더 겸손하고 깊이 있는 디자인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저는 재밌게 일해요. 디자인 분야에서도 유독 북 디자이너라고 하면 어둡고 심각하다는 편견이 있어요. 혼자 모니터와 독대하면서 일하더라도 얼마든지 즐겁고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어요.” / 정연심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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