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짓펜샤 잇쿠가 지은 ‘도카이도추 히자쿠리게’를 보면, 두 주인공인 야지와 기타는 에도의 니혼바시에서 여행을 떠나 교토의 산조하시까지 490킬로미터를 몇 주간에 걸쳐 여행을 한다. 그런데 도중에 교토에서 기요미즈데라를 참배하는 도중, 우연히 분뇨 취급업자를 만나 오줌 한 번과 무 한 개를 교환하게 된다. 업자에 따르면, 에도에서 온 기타의 소변이 교토인의 오줌보다 진해서 더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에도 사람은 미식가가 많다고 하니, 오줌의 영양가도 높을 거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에도의 분뇨 취급업자들은 분뇨를 다섯 단계로 구별해 거래했다. 가장 가치가 높은 분뇨가 다이묘의 저택에서 나온 것이고, 감옥에서 나온 것이 가장 저렴했다고 한다. 지위가 높은 관리라고 해서 더 지체 높은 오줌을 싸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을 먹기 때문에 배설물 속에 비료 성분이 그만큼 더 많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에도 시대의 센류집 ‘하이후우야나기다루’를 보면 당시의 모습을 희화해 다루고 있다. “오줌이 채소가 되는 곳, 도읍 / 어제 본 소변은, 국으로 들어가네” 첫 번째 문장은, 오줌이 채소가 되지는 않아도 농지의 비료로 쓰여 채소가 자란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장도 국에 오줌이 들어간다는 게 아니라, 오줌과 교환해온 무가 된장국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결국 이 무도 오줌을 비료로 해 재배된 것이다.
오랫동안 농지의 토양 비옥도를 유지해온 오줌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오줌은 똥보다도 양분이 많다. 또 하나의 매력은 오줌의 주성분인 요소에 있다. 요소는 암모니아보다도 더 강력한 중화 작용을 한다. 더 좋은 비료인 것이다. <188~191쪽 요약> / 정리=이정윤 기자
『흙의 시간』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 염혜은 옮김 | 눌와 펴냄 | 268쪽 | 13,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9호 (2017년 8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