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book 조리book- 『흙의 시간』] 삽 한 자루 쥐고 온 세상 돌아다니는 흙 연구자, 그가 흙에서 퍼 올린 5억 년 발자취
[요리book 조리book- 『흙의 시간』] 삽 한 자루 쥐고 온 세상 돌아다니는 흙 연구자, 그가 흙에서 퍼 올린 5억 년 발자취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7.08.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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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의 무대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의 붉은 흙 <사진=눌와>

[독서신문] 지구에는 있지만 달과 화성에는 없는 것은 바로 흙이다. 달과 화성에서도 암석이 풍화되고 모래와 점토가 퇴적돼 레골리스(암석을 덮고 있는 불균일하고 퍼석퍼석한 물질의 층)가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흙이 되지는 못한다. 반면, 지구에서는 암석으로부터 만들어진 모래와 점토 위에서 식물이 죽고, 그 식물 유해와 모래, 점토가 바로바로 섞이면서 퇴적된다. 한마디로 식물이 존재하는 지구에서만 흙이 만들어진다. 

이 책의 저자 후지이 가즈미치는 흙 연구자다. 어릴 적부터 흙을 좋아해 과학자가 됐는데, 지금은 태양이 작열하는 열대우림에서 땀으로 옷이 젖은 채 흙투성이가 되어 땅을 파고, 30킬로그램의 흙을 지고 산을 내려가고는 한다. 극지방의 대지에 홀로 들어가 기둥을 이룰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모기들에게 습격당하기도 한다. 그가 꿈꾼 과학자의 이미지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현재 그는 삽 한 자루를 쥐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토양의 풍화 과정

흙에는 그런 고단함을 잊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기를, 흙은 식물과 곤충의 약진, 공룡의 성쇠, 인류의 번영에 장소를 빌려줬을 뿐만 아니라 생물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5억 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러한 흙과 생물의 5억 년 발자취를 좇아 다큐멘터리 같은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의 목적은 비단 5억 년의 과거를 둘러싼 역사여행에만 있지는 않다. 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열대우림의 감소와 토양 열화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온난화로 인해 얼음도 영구동토(지층의 온도가 연중 0c 이하로 항상 얼어 있는 땅)도 다 녹아버리는 황당한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온난화, 사막화, 산성비, 열대우림 감소 등 뉴스에 나오는 많은 키워드들이 흙과 관련되지만 그중 좋은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작가는 과거에서 많은 교훈을 퍼 올리고자 한다. 문명의 발달이 극에 달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붕괴는 삼림 감소와 토양 열화에 의한 것이었고, 쓰나미를 동반한 동일본지진 피해지역의 퇴적물 지층을 보면 헤이안 시대의 대지진처럼 과거에도 똑같은 규모의 쓰나미 피해가 있었다. 우리는 그러므로 시공을 둘러싼 흙의 여행을 통해 5억 년의 발자취와 그 흔적들을 살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그 첫걸음을 함께 할 것이다. / 이정윤 기자 

『흙의 시간』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 염혜은 옮김 | 눌와 펴냄 | 268쪽 | 13,000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9호 (2017년 8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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