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사각지대의 노동자여, 희망을 갖고 정치하라 『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메트로 북’] 사각지대의 노동자여, 희망을 갖고 정치하라 『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6.11 2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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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북’을 시작하며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지하철 승객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출퇴근길 독서를 권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권할까. 독서신문은 이런 고민 끝에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책 기획물을 연재한다. 일명 ‘메트로 북’이다. 책 선정 기준은 우선 작고 가벼워야 한다.

그래야 핸드백에도 넣을 수 있어 갖고 다니기 좋고 지하철에서도 옆자리 승객에 불편을 안 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가벼운 에세이, 유머가 있는 소설, 읽으면 위로가 되는 책 등이 좋다. 출판사와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바란다. <편집자>

『만국의 알바여, 정치하라』
은수미 지음 │ 창비 펴냄 │ 156쪽 │ 8,500원 (가로 129㎜×세로 195㎜)

오토바이 배달 알바는 노동자가 아니다?
‘배달 사장’이라고! 산재 대상도 안된다
사각지대 수많은 노동자 투표하고 촛불 들고
희망을 갖고 ‘정치’하라

[독서신문] 저자 은수미는 이른바 ‘사노맹 사건’으로 서울대 재학 중 체포돼 6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다. 나중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6년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10시간 18분 동안 해 화제를 불렀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학교, 시민단체 등에서 ‘노동, 청년, 정치’를 주제로 강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 2013년 일어난 오토바이 배달 알바 김군 사건을 아십니까. 전국에 김군 같은 알바가 2만명 정도된다. 김군은 배달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다. 업무 중 사고였으므로 산재신청을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인정했다.

그러나 배달 대행업체가 우리는 김군을 고용하지 않았으니 산재 보상금을 줄 수 없다며 소송을 냈고 결국 김군은 1, 2심에서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인데 고용을 하지 않았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배달 앱을 이용해 주문을 하면 앱은 식당에 주문을 전달하고 식당은 음식을 만들어 배달 대행업체에 배달을 요청한다. 그러면 배달 대행업체는 자기네들에 등록돼 대기 중인 김군 같은 배달원을 호출하고, 배달원들은 재빨리 식당에 가서 음식을 받아 배달한다.

이때 어느 회사도, 식당도 김군을 고용하지 않았다. 배달 한 건에 2500원 내외를 주는 계약을 했을 뿐이다. 김군은 배달 자영업자, 즉 ‘배달 사장’이다. 노동자는 있으나 사용자는 없는 기묘한 상황 탓에 이런 일이 생긴다. <17~19쪽>

* 총선 때 성남의 한 인력업체를 찾아 투표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분이 “투표하면 일당을 포기해야 한다. 내 새끼 먹일 밥을 포기해야 한다. 투표할 수 있겠나” 이어서 “민주당 찍으면 내 일당이 오르나, 내 새끼 시급이 오르나. 괜히 개혁한답시고 사회가 불안해지면 나만 손해본다”라고 말한다. 이들에게는 투표란 하루치 생계를 걸어야 하는 일이다. 개혁세력은 과연 그들 곁에 있어 준 적이 있었던가. <20~21쪽>

* 그러나 투표를 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 표가 소중하다. 표를 받지 못하면 어떤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일이나, 김군 같은 사실상 노동자인데 자영업자로 분류돼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한 표는 필요하다. 사정이 어렵다고 참정권을 포기하면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 <22~23쪽>

* 아르바이트생도 촛불을 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정치가 기본을 지킨다면, 민주화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손잡고 싸운다면, 일상의 공간에 정치를 깃들게 한다면, 아르바이트생이든 비정규직이든 하청직원이든 모두 걱정 없이 촛불을 드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사회가 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

기득권 세력, 아날로그 세대는 더 이상 미래를 기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주도할 특권은 오로지 젊은 세대에게만 있다. <103~104쪽>

* 새 정부는 부디 멋있어 보이려 하지 말아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공격으로 너덜너덜해지더라도 용감하게 국민기본선을 위해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할 수 있는 일만이라도 온전히 해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새 정권은 ‘기본’을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기발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무너진 기본을 다시 단단하게 세워야 한다. <84쪽> / 엄정권 기자

* 이 기사는 격주간 독서신문 1625호(2017년 6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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